최 위원장의 이 발언은 우리은행장 선임을 앞둔 지난해 11월 9일 입장과 달라진 것이다. 당시 그는 행장 후보를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우리은행 지분을 가진 예금보험공사(예보) 인사가 참여하는데 대해 “이사회에서 결정할 일이고 전적으로 (이사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15일에는 이사회 판단을 존중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도 우리 생각을 갖고 있다”며 “아주 심각하게 고려될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우리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지주사)는 설립되기 전이라 은행 이사회에서 회장 후보를 정해 지주사 정기 주주총회에 올리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 과점주주 사외이사 5명은 임시 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결의하려 했다. 회장과 행장을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손태승 우리은행장을 포함해 회장 후보군을 꾸린 뒤 탁월한 인물이 있으면 회장을 따로 선임하고 특출난 인물이 없으면 회장과 행장 겸직 체제로 가자는 생각이었다. 회추위 구성은 행장을 뽑았던 임추위와 같이 예보 이사는 빼고 과점주주 사외이사 5명으로 하려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예보 이사가 회추위 구성을 위한 임시 이사회 개최를 늦춰 달라고 요청하면서 중단됐다. 최 위원장이 지난 15일 지주사로 전환하는 우리은행의 지배구조에 대해 “생각이 있다”고 말하기 전에 이미 정부는 정부의 생각을 반영하기 위한 일종의 개입을 시작한 셈이다. 최 위원장의 ‘생각’이 구체적으로 뭔지는 오는 26일 정기 이사회 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를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출범하려면 다음달 중에는 회장 후보가 결정돼야 하고 그러려면 오는 26일 정기 이사회 때는 회장 후보 선출을 위한 절차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최 위원장의 ‘생각’과 관련,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정부가 회장으로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밀어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다행히 최 위원장의 지난 15일 발언을 보면 누가 회장이 돼야 한다거나, 혹은 회장과 행장을 분리할 것이냐 아니면 겸임하게 할 것이냐의 고민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줄곧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가 미흡하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이런 점에서 최 위원장이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한 모범절차를 확립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회장의 연임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만큼 이를 제어할 조치를 우리금융지주에 도입하려는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다.
우리금융지주 지배구조에 대한 최 위원장의 ‘생각’이 뭐든 그가 밝힌 ‘주주가치 극대화’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이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위해 회장 자리 하나 내어 주는게 그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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