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순방과정에서 이제껏 받아보지 못한 환대를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15일 오후 11시30분(현지시간)까지 이어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의 국빈만찬 직후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이날 문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함께 보낸 시간은 5시간에 달했다.
국빈만찬은 당초 계획(오후 10시)을 훨씬 넘겨서까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온 외국정상과의 만찬 중 가장 늦은 시간까지 만남이었다. 만찬이 오후 11시를 넘기자 한국-프랑스 양국 의전장들이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며 초조한 모습을 보였고, 결국 만찬 종료를 건의한 끝에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만찬 시간이 길어진 것은 우선 양 정상 간 '불꽃 토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만찬이 시작되자마자 두 정상은 포용적 성장, 부의 대물림, 공정경쟁, 국가의 역할, 남북·한일·북중미 관계등 많은 현안을 놓고 깊이있는 대화를 계속했다"며 "문 대통령 우측엔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가, 마크롱 대통령 왼편엔 김정숙 여사가 앉았지만 두 정상은 1시간30분 이상 서로와의 대화에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두 번째는 이유는 마크롱 대통령이 리드한 '돌발 심야 엘리제궁 투어'였다. 양국 의전장들의 건의로 오후 11시쯤 만찬이 끝났을 때, 마크롱 대통령은 김정숙 여사의 팔짱을 끼고 엘리제궁 관저로 문 대통령 내외를 이끌었다. 밤 늦은 시간에 자신의 사적 공간을 공개한것이다. 마크롱 대통령 내외는 문 대통령 내외를 정원, 응접실, 브리지트 여사 집무실, 서재 등으로 안내하며 벽에 걸린 피카소 그림 등을 일일이 설명했다.
엘리제궁의 '나폴레옹 방'에서 양 정상은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 방에는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패한 나폴레옹 1세가 영국과 프로이센 연합군에게 서명한 항복 문서가 지금까지 보관되어 있다. 나폴레옹 3세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곳이고, 자신이 주창한 지역개편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뒤 샤를 드골 대통령이 사임을 결정한 곳이기도 하다.
브리지트 여사는 "나와 남편은 이 방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고 농담을 했다. 문 대통령 내외도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문 대통령 내외는 오후 11시30분이 되어서야 엘리제궁을 나설 수 있었다. 자정 가까이 마크롱 대통령이 엘리제궁을 가이드하는 파격을 보인 것이다.
윤 수석은 "마크롱 대통령은 외국순방 기간 한국관련 자료를 비행기 속에서도 챙겼다고 한다. 한국 대사관에 자료를 달라는 독촉도 이어졌다고 한다"며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2년 만에 국빈방문을 접수한 것도, 취임 후 프랑스를 첫 방문 하는 외국 정상을 국빈으로 맞은 것도 이례적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만찬에 앞서서는 김정숙 여사가 브리지트 여사와 함께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방문해 '모나리자' 등 소장 문화재를 둘러봤다. 복원작업에 우리나라 전주 한지를 활용한 '막시밀리안 2세의 책상'도 관람 대상이었다. 김 여사는 이날 일정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드 '샤넬'의 재킷을 입었다. 이 재킷에는 '한국', '서울', '샤넬', '코코', '마드모아젤' 등의 단어가 한글로 새겨져 있었다. 김 여사는 "한국과 프랑스가 함께할 수 있는 미래와 현재가 무엇인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