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가? 아니면 폭군?…'두 얼굴' 가진 사우디 왕세자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8.10.16 15:24

사회·경제 개혁하는 '미스터 에브리싱'부터 반대파는 과감히 숙청하는 폭군 모습까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FPBBNews=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을 비판해오던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둘러싸고 국제사회의 논란이 커진 가운데 암살의 배후로 알려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은둔의 석유 왕국'으로 불리는 사우디 사회를 바꾸는 개혁가이지만, 자기 뜻에 반하는 인물은 과감히 숙청하는 '두 얼굴'의 폭군이기도 하다.


현 사우디 국왕인 살만 빈 알둘 아지즈의 장남인 빈 살만은 지난해 말 1순위 왕위 계승자로 등극했다. 마음먹은 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올해 초 미국과 유럽 등을 순방하며 국제무대에 데뷔한 빈 살만은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사우디를 개혁과 개방으로 이끄는 선도자로 평가받았다. 특히 여성 운전을 처음으로 허용하고, 첫 여성수사관을 고용하는 등 과감한 여권 신장 정책을 추진하며 젊은 개혁가 이미지를 강조했다. 경제 부문에서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산업을 다각화하는 '비전 2030'도 주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에 450억달러를 투자했고, 450억달러 추가 투자 계획도 밝혔다. 미국 IT(정보기술), 바이오 등 신사업에 투자하고, 사우디에 기업들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가진 젊은 개혁가라는 이미지의 이면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폭군 같은 모습도 있다. 권력 장악을 위해 지난해 말 반(反)부패를 명분으로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벌였다. 자신보다 서른 살 위인 사촌 형 등 왕자들을 비롯해 고위관료, 재계 인사 등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또 지난 5월과 8월 여성 인권 운동가를 체포했고, 이 가운데 일부에 사형을 구형했다. 이를 비난한 캐나다를 상대로는 자국 유학생 철수 등 무차별적인 보복 조처를 했다. 게다가 빈 살만 왕세자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1만여 명의 사망자를 낸 예멘 내전에도 개입해 있다.


결혼 서류 발급을 위해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했다 살해당한 언론인 카쇼기는 빈 살만 왕세자를 강력하게 비판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반체제 인사로 낙인이 찍혀 피신 생활을 해왔다. 외신들은 빈 살만 왕세자를 카쇼기 암살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0일 미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빈 살만 왕세자가 미국에서 거주하던 카쇼기를 사우디에 잡아 가두기 위한 작전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15일에는 사우디 측이 카쇼기가 심문 도중 실수로 사망했다는 시나리오를 준비하면서, 그를 살해한 정보기관 관계자가 우연히도 빈 살만 왕세자의 친구라는 내용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카쇼기 사태와 관련해 사우디를 엄중히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5일 사우디 국왕과 전화 통화를 한 후 진상 조사를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사우디로 급파했다. 그러면서 "(카쇼기가)어쩌면 불한당 킬러에 의해 살해됐을 수 있다"며 왕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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