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과학도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위원 | 2018.10.17 04:01
2000년대 이후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국가는 일본이다. 오랜 기초연구 추진 역사, 견고한 수상자 네트워크, 정부의 꾸준한 기초연구 지원정책이 흔히 말하는 일본 노벨과학상 수상의 이유다. 하지만 주주키 주구오 박사가 한국일본교육학연구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일본 과학자들의 꾸준한 노벨과학상 수상의 원천에는 독서가 포함돼 있다. 많은 수상자가 어린 시절뿐만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과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독서를 통해 교양을 쌓고 인생의 진로를 정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간한 2017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보고서를 살펴봤다. 먼저 성인들이 선호하는 종이책 분야 설문 결과를 보면 장르소설 23.7%를 필두로 거의 마지막 분야에 과학·기술·컴퓨터 분야가 등장한다. 선호도는 1.8%에 불과하다. 전자책의 해당 분야 선호도는 2.4%로 종이책보다 높다.

그나마 중·고등학생들은 좀 낫다. 장르소설, 문학, 연예·오락·스포츠·취미·여행 분야에 이어 과학·기술·컴퓨터가 네 번째로 선호도가 높은 7.4%다. 초등학생 대상 조사에서 과학 분야 선호도는 6.9%로 소설, 위인전·인물, 취미, 역사, 연예·오락·스포츠, 동화에 이어 7번째다. 과학 분야 도서에 대한 학생들의 선호도는 성인의 3배 수준이지만 성장하면서 과학에 대한 관심이 식어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성인과 중·고등학생 선호도에서 과학은 기술, 컴퓨터와 함께 조사돼 정확한 과학에 대한 선호도를 파악하긴 힘들다. 4차 산업혁명으로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코딩 의무교육과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학생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프로그래밍 학습열이 높아졌다. 이 두 분야를 제외하면 과학 분야 선호도는 더 낮을 수밖에 없다.


과학도서 판매가 늘어난다는 반가운 뉴스도 있지만 시장 규모가 작고 선호도가 낮은 과학도서는 공공도서관 등에서 구매해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얼마 전 우연히 만난 공공도서관 관계자와 나눈 이야기가 생각난다. 작은 도서관들이 많이 지어졌지만 과학도서들을 구매하긴 어렵다고 한다. 한정된 예산과 방문하는 독자들이 선호하고 요청하는 도서들을 배치하다 보니 아무래도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도서를 구매하게 된다고. 출판업계도 불황을 맞으면서 출판사들은 국내 저자들의 도서보다 검증된 번역서를 선호해 국내 과학분야 작가들의 설 자리와 독자들의 선택권도 점점 좁아지는 듯한 아쉬움도 있다.
 
모든 분야 도서는 소중하다. 꼭 과학자가 되기 위해 혹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과학도서를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과학과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개인의 삶, 사회와 세상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능력을 높일 수 있는 과학도서의 역할은 점점 소중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과학도서 생태계를 어떻게 살리고 확산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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