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EU 출신 간호사 대거 탈출…英 의료체계 '흔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8.10.15 16:47

필리핀·인도 간호사 늘렸지만 역부족…인건비 상승으로 의료기관 부담 증가

스페인 출신의 간호사 후안 라플라나가 지난 2017년 3월 런던서 열린 '반브렉시트' 시위에 참가해 '2등 국민'으로 강등될 위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으로 유럽연합(EU) 출신 간호사들이 영국을 떠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병원에서 일하기 위해 등록한 EU 출신 간호사 수는 전년 대비 87%나 감소했다. 1년 사이 영국을 떠난 간호 인력은 2만명에 달한다. 신규지원 상태는 더욱 처참하다. 2015년 영국에 신규 등록한 간호사 2만8000여명 중 EU 출신은 9000여명에 달했지만, 2017에는 700여명에 불과했다.

FT는 "브렉시트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면서 간호사들이 영국을 멀리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은 현재 EU 관세동맹(customs union)에 속해 있어 다른 유럽국가 출신 간호사들도 영국인들과 동등한 지위로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 없이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오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가 현실화한다면 취업비자 갱신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EU 출신 간호사 이탈은 영국의 보건인력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년 만에 처음으로 간호사 일을 시작한 이보다 그만둔 사람의 수가 더 많았다. 결국 병원에서 돌봐줄 인력과 공간이 부족해졌고, 같은 해 겨울철 진료 수요가 급증하자 수천 명의 시민들이 줄서 대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영국 당국은 급히 필리핀과 인도 등 아시아 출신 간호사를 늘리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필리핀 출신 간호사는 14%, 인도 출신은 12% 증가했지만, 스페인·이탈리아·루마니아 등 일부 유럽 국가 출신 간호사 수는 90% 넘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궁여지책으로 앞으로 3년 안에 간호사 임금을 6.5% 올리기로 했지만, 치솟는 인건비는 병원 등 의료기관 경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현재 영국 병원이 인건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전체의 60%에 달한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피치에 따르면 병원의 인건비 적정비율은 51~53% 사이다. 자문회사 오푸스 컨설팅의 닉 후드 분석가는 "요양원 등 사회복지단체들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면서 "(최근 조치들이)그들에게 더욱 압박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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