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과거사위 "박종철·김근태 사건, 고문은폐·부실수사 결론"(종합)

뉴스1 제공  | 2018.10.11 17:25

박종철 사건 檢교육과정 반영 및 제도·대책 권고
김근태 사건 공식사과·안보수사조정권 폐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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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배 검찰 과거사위원회 위원장. 2018.2.8/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가 재조사 결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당시 정권외압에 의한 졸속·부실수사로,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은 용인·방조 및 은폐를 위한 검찰권 남용으로 결론지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아 심의한 끝에 이같이 판단했다며 그간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을 공개하고 향후 조치를 권고했다.

故 박종철 열사. © News1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전두환정권의 말기인 1987년 1월14일 오전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대공수사2단 소속 경찰관 5명으로부터 수사를 받던 대학생 박씨가 물고문으로 인해 질식사하자 사망원인을 조작하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하고 고문치사의 범인을 2명으로 축소·조작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숨졌다고 공개적으로 발표, 국민의 분노를 샀다.

앞서 과거사위는 이 사건을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 및 공소제기를 하지 않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의혹 사건으로 판단, 조사대상 사건으로 선정했고 대검 진상조사단을 통해 재조사를 진행해왔다.

과거사위는 조사에서 당시 검찰이 치안본부의 진상규명 의지를 의심해 박씨 사망 이틀 뒤 부검을 통해 사망원인을 정확히 파악, 초기에는 대공분실에서 주검을 처음 본 의사를 조사하는 등 내사에 착수하며 직접 수사를 계획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3일 후 검찰총장이 국가안전기획부장·법무부장관·내무부장관·치안본부장 등이 참석한 관계기관대책회의에 다녀온 뒤 직접 수사가 중단되고 치안본부가 수사를 담당하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사위는 "관계기관대책회의 결정에 굴복, 치안본부에 수사를 일임함으로써 사실상 사건 축소 및 은폐조작 기회를 제공한 결과가 됐다"며 "검찰이 직접수사 방침을 변경해 조기에 정확한 진상을 규명하는데 실패, 결과적으로 2차·3차 수사가 이어지는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 판단했다.

또한 당시 여론을 조기에 무마하기 위해 검찰의 수사를 단기간에 종료하라는 검찰 지휘부의 지시, 관계기관대책회의 결정에 따라 처음부터 사건을 신속하게 조용히 마무리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을 투입하고 수사기간을 짧게 설정한 정황도 파악됐다.

같은해 1월19일 '고문치사 사건 수사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처음부터 피의자는 2명으로 확정돼있었으며 공범 조사는 수사의 초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피의자 2명에 대해서도 각기 2회 조사만 이뤄졌고, 단 2명의 검사가 하루에 피의자 포함 총 5명을 모두 조사했는데 그마저도 추가공범의 존재나 상관의 지시·관여에 대한 추궁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당시 고문치사에 직접 가담한 피의자의 참여없이 현장검증을 했고, 박씨가 사망한 장소인 대공분실 9호실에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설치돼 있었음에도 작동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는 등 검찰이 치안본부의 송치 후 적극 수사하지 않은채 졸속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쫓기듯 기소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과거사위는 "장기간의 수사 착수 지연은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관계기관대책회의를 통한 청와대, 대통령의 영향 및 지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며 "검찰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인권보장보다는 신속하고 조용히 기소함으로써 치안본부의 진상 은폐를 사실상 묵인하고, 여론을 잠재워 정권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고려를 우선해 사건을 처리한 것"이라 판단했다.

이어 "사건 발생 초기 검찰이 치안본부의 조작·은폐 시도를 막고 부검을 지휘해 사인이 물고문으로 인한 질식사임을 밝혀낸 점은 높게 평가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그러나 실체적 진실 발견과 인권보호 의무를 방기하고 정권 안정이라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치안본부에 사건을 축소·조작할 기회를 주고 치안본부 간부들의 범인도피 행위를 의도적으로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수사 초기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는 이른바 관계기관대책회의를 통해 검찰총장 이하 검찰지휘부에 전달되는 청와대 및 안기부의 외압에 굴복해 졸속·늦장·부실수사로 점철됐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총평했다.

이와 함께 과거사위는 Δ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포함해 검찰의 잘못된 수사 사례·모범적 수사 사례를 대비해 원인·문제점·대응방안을 현직 검사·수사관 또는 신규 임용자 교육 과정에 반영할 것 Δ이 사건 검찰 수사 문제점을 소상히 알릴 것 Δ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개개인의 직업적 소명의식 정립을 위한 제도 및 대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했다.

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News1

과거사위는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한 고문은폐 사건에 대해서도 앞서 국가기관의 인권침해에 대해 검찰이 고문 사실을 은폐하는데 권한을 남용한 의혹이 있다 보고 대검 진상조사단을 통해 조사해왔다.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은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회(민청련) 의장으로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다 1985년 9월 연행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기술자' 이근안을 비롯한 경찰관들에 의해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한 김 전 고문이 검찰 송치 후 이 사실을 폭로하고 수사를 요구했지만 검찰이 이를 묵살한 사건이다.

과거사위는 "'김근태 고문은폐 사건'에서 검찰은 준사법기관으로서 수사를 주재하고 경찰의 불법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고문수사를 용인, 방조한 사실 및 고문을 은폐하는데 검찰 권한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김 전 고문이 고문을 당했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했고 구두로 수사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송치 받은 검사는 고문 사실 여부에 대한 진위확인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김 전 고문의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은 안기부의 기획, 치안본부 대공분실의 수사, 검찰의 수사 및 기소, 법원의 재판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수사 착수 단계부터 이미 '민청련 조직 와해'와 '관련자 엄단'을 의도했던 안기부의 계획에 따라 결론을 내려놓고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사위는 "이는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하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수사과정에 대한 사법적 통제라는 검사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며 "김 전 고문의 고문사실은 검찰 수사와 법원의 재판과정에서도 안기부의 방침대로 완전히 묵살됐고 이 과정에서 검찰과 법원은 고문사실을 은폐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했다"고 꼬집었다.

이와 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과거사위는 Δ경찰의 고문수사를 용인, 방조한 사실 및 고문을 은폐하는데 검찰의 권한을 남용한 사실을 인정하고 국민과 피해 당사자에 공식 사과할 것 Δ정보기관이 안보사범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관여할 수 있게 하는 안보수사조정권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안보수사' 또는 '공안사건'의 수사에 정보기관이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냉전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던 권위주의 정부 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며 "정보기관이 검찰의 공소권을 통제하는 규정은 상위법인 형사소송법에 저촉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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