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인기아이템→화재 원인?…'풍등 날리기'취소 줄이어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 2018.10.11 16:33

지자체 풍등 행사 취소하기도…소방법 기준 강화, 1000명 미만 모이는 행사는 제재 못해

지난 5월 대구시에서 열린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의 일환으로 진행된 풍등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띄운 수 천 개의 풍등이 밤하늘로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대구시

지난 7일 경기 고양시 저유소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사건의 주원인으로 풍등이 지목된 가운데 풍등 날리기 행사가 포함된 지역축제로 불똥이 튀고 있다.

불을 붙인 등을 하늘로 띄우는 풍등 행사는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축제나 행사의 막바지를 장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풍등이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최근 지자체 축제에서 풍등 날리기 행사를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풍등날리기 행사 취소 줄이어…'안전이 먼저' 가이드라인 관심

전북 진안군은 오는 18일부터 나흘 동안 개최하는 '2019 진안홍삼축제'의 풍등 날리기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1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2018 제주 메밀축제 때는 풍등 만들기 체험이 취소됐다.

지난달 강원 평창군 봉평면에서 열린 효석문화제에선 소방당국의 허가를 받아 풍등 날리기를 진행했지만 내년 행사부턴 하지 않을 계획이다.

'평창효석문화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풍등을 날리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지자체와 소방당국(대구시·대구시 소방안전본부)에서 마련된 풍등 안전 가이드라인에도 관심이 쏠린다. 5월에 대구에서 열리는 '형형색색 달구벌 관등놀이' 행사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포함돼 진행되는 풍등 날리기는 티켓 3300여장이 인터넷 예매 10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끈다.

인기가 이렇게 높다 보니 사고 예방을 위해 대구시 소방안전본부가 마련한 '풍등 안전 가이드라인'을 보면 풍등 행사를 열 경우 일시·장소를 사전 통보하도록 했다. 또 행사 사흘 전부터 풍향·풍속을 파악해야 하며 행사 시작 전 풍등을 하나 띄워 경로를 예측한 뒤 소방서 등에 통보해야 한다. 또 풍등을 띄우는 곳의 지표면 풍속이 초속 2m 이상이면 행사를 열 수 없다.


대부분 방염 처리가 된 4000∼5000원짜리 풍등 사용을 권장하는 대목도 있다. 또 크기는 지름 60㎝, 높이 100㎝로 제한했으며 연료는 10분 이내 모두 연소돼야 한다. 또 철사같이 전기가 통하는 재질로 만들어진 것은 사용을 금지하며 풍등에 행사 주최자와 전화번호를 표기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명확히 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소방기본법' 제12조(화재의 예방조치 등)에 따르면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은 불장난, 모닥불, 흡연, 화기 취급, 풍등 등 소형 열기구 날리기, 그밖에 화재예방상 위험하다고 인정되는 행위를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고 이를 어기면 2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공연법상 1000명 미만이 모이는 행사는 안전관리 인력의 확보·배치계획 및 공연계획서가 포함된 재해대처계획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할 필요가 없다.

9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열린 고양저유소 화재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수사 관계자가 화재 원인이 된 풍등과 같은 종류의 풍등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풍등이 뭐길래?'…대만 등 아시아 각국 관광지서 유행

풍등은 알루미늄 뼈대에 한지 재질의 얇은 종이를 씌워 고체연료인 파리핀에 불을 붙여 날리는 소형 열기구로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국지 등장인물인 제갈량이 군사 용도로 발명해 '공명등'(孔明燈)으로 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에서는 풍등을 '천등'(天燈)으로 부른다.

풍등은 파라핀에 불을 붙여 날리는데 보통 20분 정도 타면서 내부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공기가 팽창해 부상한다. 파라핀이 다 타면 지상으로 떨어지는데 바람 등으로 불꽃이 사그라들기 전 땅으로 떨어지면 화재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야생동물이 떨어진 풍등을 먹이인 줄 알고 삼키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풍등을 검색해보면 460원짜리부터 1000원짜리까지 다양하게 검색된다.

풍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소원이나 복을 빌 때 주로 사용한다. 수십 개의 풍등이 일제히 날아오르는 모습이 장관을 연출하는데 풍등 날리기를 활용한 관광 코스가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만의 관광지 스펀은 '천등 날리기'로 유명해졌다. 이곳 풍등은 군사정보를 전하기 위해 커다란 종이바구니를 날린 데서 유래했다. 어른 상체만 한 풍등에 붓으로 소원을 쓰고 철길 위에서 불을 붙여 하늘로 날려보낸다. 풍등을 날리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도 많다.

베스트 클릭

  1. 1 "나랑 안 닮았어" 아이 분유 먹이던 남편의 촉…혼인 취소한 충격 사연
  2. 2 "역시 싸고 좋아" 중국산으로 부활한 쏘나타…출시하자마자 판매 '쑥'
  3. 3 "파리 반값, 화장품 너무 싸"…중국인 북적대던 명동, 확 달라졌다[르포]
  4. 4 "이대로면 수도권도 소멸"…저출산 계속되면 10년 뒤 벌어질 일
  5. 5 김정은 위해 매년 숫처녀 25명 선발… 탈북자 폭로한 '기쁨조' 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