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로봇 어때요?" 작가 한마디에 리디북스 "파격이라 OK"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 2018.10.10 06:00

[인터뷰]소설가 장강명·이동진 리디북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장강명 작가가 리디셀렉트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연재한 소설 '노라'를 볼 수 있는 전자책 전용 기기 '페이퍼'를 들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섹스로봇' 같은 거 어때요?"

장강명(43) 작가가 전자책업체 리디북스로부터 리디셀렉트 첫 오리지널 콘텐츠 연재를 제안받았을 때 꺼낸 말이다. '리디셀렉트'는 지난 7월 리디북스가 론칭한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다. 월 6500원으로 리디셀렉트 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서비스 론칭 후 두 달 만인 지난 8월 30일, 첫 오리지널 콘텐츠로 장강명 작가의 SF 신작 '노라'를 선보였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책방에서 장강명 작가와 이동진 리디북스 CCO(35·최고콘텐츠책임자)를 만났다. 장 작가는 "수십 년 전통 문예지라면 고민이 많았을 텐데 리디셀렉트는 아직 색깔이 없는 새로운 서비스라 기왕이면 파격적인 소재, 눈길 끄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문학잡지의 정반대라 생각했을 때 다룰 수 있는 키워드 두 가지 '섹스'와 '로봇'을 떠올렸고, 줄거리는 그다음에 생각했다"고 말했다.

'노라' 배경은 인공지능 섹스로봇이 등장하는 미래다. 섹스로봇 '노라'와 노라의 주인 '재희'의 갈등을 통해 로봇의 자유권에 대한 논쟁을 다룬 소설이다. 기자 출신에 주요 문학상을 석권한 '글쓰기 달인'인 그에게도 이번 소설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페이퍼'라는 리디북스의 전자책 전용 디바이스를 이용하는 기계에 친숙한 젊은 독자들 대상인 데다, 일주일에 1화씩 총 8화에 걸쳐 연재하는 방식이라 쓰는 방식도 읽는 방식도 기존 소설과 다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강명 작가/사진=김휘선 기자
"나름의 규칙을 만들었죠. 1·3·5·7화의 화자는 노라, 2·4·6화의 화자는 재희, 마지막 8화는 노라와 재희가 함께 나오죠. 홀수 화의 마지막 문장은 모두 '질문'으로 끝나요. 다음 화가 궁금해야 하니까. 마지막 화까지 읽고 난 독자들이 '진정한 사랑이 뭘까, 인간성이란 게 뭘까' 스스로 질문하도록 끝을 맺어요. 형식에 신경을 많이 써봤는데 오히려 그게 구속이라기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저도 새로운 실험을 해본 거죠."(장 작가)

처음 리디북스가 장 작가에게 요청한 건 에세이였다. 이동진 CCO는 "리디셀렉트는 이름 그대로 좋은, 가치 있는 콘텐츠를 '셀렉트'(선별)해서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사회적인 메시지,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남겨줄 수 있는 에세이를 제안했었다"고 말했다.

"작가님이 먼저 '섹스로봇' 얘기를 꺼냈을 때 좋았어요. 작가님에게도, 저희에게도 새로운 시도라고 생각했고 리디북스가 IT 기반 회사이기에 그런 주제에 열려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단순히 '섹스로봇'에 대해서만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장 작가님에 대한 믿음이 있었죠."(이 CCO)


이동진 리디북스 CCO/사진=김휘선 기자
리디북스는 리디셀렉트 론칭을 위해 수많은 독자데이터를 분석했다. '많이 팔린' 책보다 '실제로 의미있게 읽힌' 책에 집중했다. 전자책 서비스 10년 업력 덕에 독자가 어떤 책을 구매해 언제, 얼마나 읽었는지 등 일반 서점, 출판사가 알 수 없는 깊이 있는 데이터들이 많다. 기존의 월정액 도서 콘텐츠와 다른 점에 대해 이 CCO는 "철저히 검증된 질 좋은 콘텐츠만 모인 곳"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의 도래로 책의 위기도 함께 찾아왔지만 종이 책만이 가진 가치가 분명히 있다는 게 이 CCO의 생각이다. 그는 "텍스트 자체에 대한 소비는 월등히 늘어났지만 대부분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디지털 기기를 통해 텍스트를 소비하는 패턴에서 좀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것, 즉 책만이 줄 수 있는 기존의 가치를 경험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종이책과 경쟁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전자책은 종이책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 생각해요. 종이책이 줄 수 있는 가치가 뭔지 고민하고 그걸 디지털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책을 알리는 방법도 달라져야죠. 경품, 굿즈와 묶어서 파는 게 아니라 내용 기반으로 알리는 것이 조금 더 체력이 강한 콘텐츠·마케팅이라 생각해요. 본질인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계속 해나갈 겁니다."(이 CCO)

장 작가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작가들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장 작가는 "디바이스도, 과금 체계도 바뀌고 새 플랫폼과 유통방식이 생겨나고 있는데 변화하는 환경에 모두가 최적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변화에 관심을 아예 갖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저의 업의 본질은 소설 쓰는 거고 제가 생각하는 소설 형식은 종이책 단행본이란 틀에 있어요. 공자님 말씀 같지만 제 업의 본질을 생각하면서 업계 변화에 예의 주시해야죠."(장 작가)

이동진 리디북스 CCO(왼쪽)와 장강명 작가/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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