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가축방역 현장에 '구멍' 있었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 2018.10.09 13:44

수의사 처방관리 시스템 분석 결과…방역담당 수의사들 동물 직접 진료않고도 처방전 마구 발급

-같은 수의사가 10분만에 여러 시·도에서 190회 허위 처방
-구제역·AI 심각단계 발령불구 공중방역수의사 '해외여행'
-실정법 위반 불구 대부분 '한식구' 솜방망이 처벌 '악순환'
올해처음으로 7일경남 창녕군 장척저수지 부근 야생철새 분변에서 AI항원이 검출됐다. 경남도는 저수지 주변 반경10km 이내 농가에 대한 이동을 통제하고 있으며 광역방제기와 소독차량을 동원해 도로와 하천변 소독을하고 있고 농가에 메세지를 보내 축사그물망보수등 홍보 하고 있다.(경남도제공)2018.10.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반복되면서 최근까지 소요된 방역예산은 이미 4조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특히 2010년 이후 소요된 예산만 3조7000억원에 달하는 등 가축방역에 들어가는 국민 혈세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특히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일부 수의사들의 도덕적 해이와 비위사실에 대한 방역당국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같은 사태를 더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민주평화당 김종회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른 수의사법 위반 의심사례 조사' 등 관련 자료에 따르면, 수의사들이 가축을 직접 진료하거나 검안하지 않고 전자 처방전을 발급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한 수의사가 여러 시·도에 위치한 농장을 단시간 내에 방문해 처방전을 발급하는 사례가 확인되는 등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허위 처방 사례가 비일비재 했다.

·실제, AI 확산으로 골머리를 앓던 2017년 1월 2일 수의사 A씨는 충남 청양 한 농가에서 오후 5시 동물용 의약품을 처방한 후 3분뒤 오후 5시20분 전북 익산 한 농가에서 의약품 처방전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17년에만 충남,전북 등 4개 시·도에 위치한 농가를 대상으로 10분 이내 진료·처방사례가 217회에 달하는 등 허위 처방을 일삼았다.

또 수의사 B씨는 충북 괴산 한 농가에서 오후 5시 의약품을 처방한 뒤 1분 뒤인 오후 5시1분 경기 용인소재 농가에서 처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의사 B씨는 "축산농가와 수의사는 같은 현장을 배경으로 활동한다는 점에서 상생관계에 놓여있는 게 사실"이라며 "유대관계가 있는 축산농가에서 부탁해 오면 이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군(軍)복무를 대신해 축산현장에서 공중위생을 담당하고 있는 공중방역수의사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농식품부가 구제역·AI '심각' 단계를 발령하고 방역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같은 기간 개인적 사유 등을 이유로 해외여행을 떠난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농식품부가 2014년 부터 올해 8월까지 구제역·AI 심각단계를 발령한 기간은 △2016년(12월16일~31일) △2017년(1월1일~4월17일, 6월6일~7월27일, 11월19일~12월31일) △2018년(1월1일~4월29일) 이다.

같은 기간 농림축산검역본부 등 일선 현장방역을 책임지는 전국 공중방역수의사의 국외여행 현황을 보면, 모두 277건에 달했다. 공무여행이 아닌 개인휴가로 확인됐다.

지난 3월 경기도 김포 돼지농가에서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해 인근 지역 농가 돼지들이 모두 살처분되고 구제역 위기단계가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돼 비상상황이 벌어졌지만 구제역 위기가 종료된 4월30일까지 총 37명이 해외로 휴가를 떠났다.

김종회 국회의원은 "일선 현장에서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수의사와 공중방역수의사들의 태만과 도덕적 해이가 시정되지 않는 한 아무리 농식품부가 '가축방역 제로(0)화'를 외친다 해도 이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며 "실정법 위반사례에 대해서는 철저한 징계를 추진하는 한편 다시는 이같은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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