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홈캠·TV…'비번' 둔감증 당신, 집이 사생활 훔쳐본다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 2018.10.17 04:13

[u클린 2018 ⑦]초연결시대 가속 …누구나 해커의 '표적'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가 건전한 디지털 문화 정착을 위해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4년째를 맞았다. 인공지능(AI), 로봇기술, 빅데이터가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은 일상 생활 영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급진전되고 있는 기술 진화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들이 우려되고 있다. 가령, VR(가상현실),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시대 해킹 사고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나 정보 양극화, 가짜 뉴스 범람 등도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4차산업혁명 시대 올바른 윤리 문화를 집중 조명한다.


#5개월에 접어든 강아지를 키우는 직장인 A씨. 혼자 집에 있는 강아지가 걱정돼 가정용 CC(폐쇄회로)TV인 ‘홈캠’을 구매했다.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집 안 강아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장점에서다. 그러나 A씨는 홈캠을 설치한 지 일주일도 안돼 방에서 뜯어냈다. 홈캠을 해킹해 촬영한 영상들이 돌아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 A씨는 “15초면 홈캠 해킹이 가능하다는 얘길 들었다”며 “바로 제거했지만 혹시나 해킹돼 옷을 갈아입는 모습 등이 찍혔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IoT(사물인터넷) 기기의 대중화 등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빠르게 현실화되면서 보안위협도 커지고 있다. 네트워크 통신을 통해 기기의 실시간 원격 제어가 가능해진 가운데 네트워크 취약점을 이용한 신종 해킹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해커들은 네트워크 시스템을 해킹, 공장을 마비시켜 큰 손실을 입히거나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홈캠을 해킹해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은 물론 계좌번호나 비밀번호 등 각종 개인정보를 탈취해 계좌에서 돈을 출금하기도 한다.

◇다양해진 기기, 다양해진 타깃=지금까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IT 기술의 발달은 인류에게 축복이었다. 통신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가족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하루 종일 꺼두었던 집안의 냉난방기기를 귀가 30분 전 미리 가동시켜 쾌적한 환경으로 만드는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능률도 상승시켰다. 그러나 초연결 사회에 진입하면서 축복이었던 IT 기술은 또 다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네트워크 취약점을 타고 해커들이 일반 가정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유명인이나 정부기관, 특정 기업에 국한됐던 해킹은 이제 네트워크 통신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으로 확대되고 있다. 누구나 스마트폰부터 시작해 IoT 등 다양한 네트워크 기반 IT 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이버범죄가 점점 다양해지고 피해 규모가 커지는 이유다.

특히 스마트 TV, 스마트 냉장고, AI(인공지능) 스피커 등 IoT 기기를 통한 해킹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트너는 2022년까지 일반 가정에서 500개 이상의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기 수가 늘어나면 지켜야 할 정보들이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올 3월 발표한 ‘2017년 정보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개인들은 IoT 기술이 상용화될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다양한 사물의 연결로 인한 관리 취약점 증대’(54.9%, 중복가능)를 꼽았다. ‘많은 종류의 데이터 발생과 처리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위협 증가’도 53.8%에 달했다.


◇커지는 보안위협…피해액도 ‘껑충’=전문가들은 스마트시티, 스마트홈, 자율주행자동차 등 기술의 발달로 보안 위협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스마트홈 시대의 도래로 위협 요소가 더 많아졌다. 원격으로 가스 밸브를 잠그거나 전등을 켜고 끌 수 있는 스마트홈 컨트롤러가 탑재된 아파트가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홈 콘트롤러 사용을 위한 별도 인증 절차가 없어 다른 집의 컨트롤러를 사용해 가스 밸브를 열거나 전력 사용을 유발하는 사례도 KISA에 신고됐다.

네이버, 구글 등 굵직한 IT 기업부터 테슬라 등 완성차 업체까지 자율주행차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보고 개발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자동차 해킹 사례도 포착돼 또 다른 화두가 되고 있다. 자동차는 고속으로 달리는 만큼 사고 발생시 운전자 및 보행자의 생명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스마트폰으로 테슬라의 고급 전기차인 모델S를 해킹, 자동차를 조작하고 차량 문을 잠금 해제 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남성은 차량 해킹 과정에서 GPS를 비활성화해 이동 경로 추적을 피하기도 했다.

실제로 사이버 범죄 피해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보안 기업 맥아피가 올 봄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와 함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 범죄가 전 세계 경제에 끼치는 피해는 연간 6000억달러(약 678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0.8%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4년과 비교해 20% 증가한 수치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수많은 IoT 기기들이 사용되지 않는 순간에도 인터넷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해커들은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기기들이 대중화될수록 위협의 강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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