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세대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도 크게 늘었다.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매체도 더 이상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TV 속에 중장년 및 노년층이 주변인에서 주인공으로 변화하는 양상은 '꽃보다 할배' 이후 가속화됐다. 최근 종영한 KBS1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역시 황금시간대인 토요일 저녁 8시에 편성될 정도로 인기였다. 남해로 귀농한 배우 박원숙을 비롯한 평균 나이 60대 후반 여배우들이 농사, 요리 등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체험하며 인생 후반기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60대 이상 여성 1인 가구가 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는 만큼 혼자 사는 장년 여성의 삶을 조명했다는 점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밖에 노총각 스타들의 어머니들의 찰진 입담이 매력인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시청률 20%를 웃돌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tvN '수미네 반찬'은 손맛 좋기로 소문난 60대 배우 김수미가 30~40대 스타 셰프들과 함께 보여주는 뜻밖의 ‘케미’(호흡)에 세대 불문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치매 노인을 소재로 한 영화 '장수상회'는 지난 2015년 개봉 이후 1년 만에 연극화됐다. 이후 지난해 재연 무대를 거쳐 올해 세번째 올라가는 무대에는 배우 이순재, 신구, 손숙, 박정수가 열연하며 연말까지 전국 투어 공연을 진행한다. 올 초에도 이순재, 신구가 더블 캐스팅됐던 '앙리할아버지와 나'는 소극장 연극으론 이례적으로 개막 3주 만에 1만 명 관객을 돌파해 연장 공연하기도 했다. 지난 4월 개막한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는 배우 최불암이 25년 만에 오른 연극 무대이자 젊은이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로 주목 받았다.
젊은 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유튜브, 인스타그램도 시니어 파워가 예사롭지 않다. 실버 크리에이터 시대 포문을 연 이는 박막례 할머니다. 유튜브 채널은 손녀가 운영 중인데 '치과 갈 때 메이크업', '계모임 갈 때 메이크업' 등 뷰티 영상과 먹방, 요리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선보이며 구독자만 56만 명에 달한다.
유튜브 채널 '공대생 변승주'를 운영 중인 크리에이터 변승주는 할머니와 함께 한 콘텐츠가 인기를 모으자 아예 할머니를 위한 새로운 채널 '공대생네 가족'을 따로 개설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본격 '데뷔'한 후 변승주 할머니보다 이경자 할머니로 유명세를 펼치는 이 채널 구독자수는 69만명을 넘어섰다. 80대 김영원 할머니의 먹방 콘텐츠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유튜브 채널 '영원씨TV'는 구독자가 16만명에 육박한다.
인스타그램 속 '실버 스타'들도 있다. 국내 독보적인 재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슈트 제작 장인 여용기씨는 패셔니스타로 젊은 층 사이에서도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백발의 노인이지만 곧은 자세, 패션 센스가 돋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올린 사진들이 주목받았다. 현재 팔로워수만 5만명이 넘는 그는 현직 재단사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브라질에 거주하고 있는 이찬재 할아버지는 손주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그림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이목을 끌었다. 한국으로 떠난 딸 가족을 그리워하며 취미 삼아 시작한 그림이 영국 BBC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현재 팔로워수만 35만명이 넘으며,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열고 그림 판매도 하는 등 화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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