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맘충', 개 키우면 '개빠'…오늘도 조롱에 멍든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18.10.05 06:09

미미쿠키, 반려인, BMW화재…온라인 조롱, 피해자에 향하기도

대형마트 제품을 유기농이라고 속여 판 미미쿠키 사태에 여론이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자에게 향해야 할 비판의 화살이 애꿎은 '엄마'들에게 쏠려며 또다른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맘충' 조롱과 혐오에 엄마들은 괜히 고민에 빠지고 마음에 생채기가 생기고 있다.

◇미미쿠키 문제는 엄마 때문?
지난달 20일 온라인 직거래 커뮤니티인 '농라마트'에 "미미쿠키! 지금 무슨 생각하고 계신가요? 돈 많이 벌어서 좋은가요?"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의 게시자는 미미쿠키의 수제쿠키가 대형마트 제품을 포장만 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미쿠키 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이와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가 많아지자 결국 지난달 22일 "물량이 많아 하면 안될 선택을 했다"며 사과문을 올리고 잠적했다.

미미쿠키의 사과에 설마했던 소비자들은 분노로 들끓었다. 특히 '유기농이라 좋은 제품만 쓴다'고 알려진 미미쿠키는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 등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려온 만큼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들의 충격이 컸다. 미미쿠키는 상호명(미미)이 사장 부부 자녀의 태명이고 아이를 가진 입장에서 좋은 음식을 만든다고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을 당황스럽게 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미쿠키 사기 행각의 피해자인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라인에서 조롱의 대상이 됐기 때문. 미미쿠키 사태를 담은 기사의 댓글이나 인터넷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미미쿠키 제품을 구매한 피해자들을 '맘충'이라고 조롱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맘충'은 정해진 규범이나 규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아이만 감싸고 도는 몰지각한 엄마를 벌레에 빗댄 말이다.

실제 관련 기사 댓글을 살펴보면 '자기 혀도 못 믿고 좋은 음식 해먹일 생각은 없이 낭비하는게 맘충의 종특' 등 미미쿠키 문제의 원인을 엉뚱하게 피해자에게 전가하거나 모든 엄마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사건이 불거진 농라마트까지 찾아와 조롱을 하는 경우가 생기자 농라마트 측은 지난달 28일 카페 신규 회원 가입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미미쿠키 사태' 관련 기사에 피해자인 젊은 엄마들을 조롱하는 악플이 올라와 있다. /사진= 인터넷 포털사이트 캡처


이에 대해 '맘충'으로 묶여 조롱의 대상이 된 엄마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3세 자녀를 키우는 김모씨(33)는 "일부 몰지각한 엄마들로 인해 '맘충'이란 단어가 생긴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좋은 음식을 판다고 하니 믿고 사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 온라인 댓글을 보다보면 괜히 무섭기도 하고 밖에서도 움츠러들곤 한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조롱이 불편하다는 시각은 비단 젊은 엄마뿐이 아니다. 대학생 원모씨(27)는 "일부 맘충의 허세는 부차적인 문제고 이번 사태의 원인은 소비자의 신뢰를 기만한 판매자의 사기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엄마가 맘충은 아닐 텐데 일반화하는 것은 마녀사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아이한테 좋은 음식 먹이고 싶은 부모 마음을 이용한 것은 미미쿠키인데 왜 애먼 피해자가 욕을 먹어야 하나 싶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혐오, 과연 맘충뿐일까
조롱으로 가장한 사이버폭력의 대상이 맘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온라인에서 이슈가 되는 사안의 대상자들에게 어김 없이 조롱과 혐오의 꼬리표가 달라붙는다.

지난 폭염을 겪으며 '불자동차' 낙인이 찍힌 BMW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대표적이다. BMW 화재 관련 기사는 물론이고 일반 자동차 관련 글에도 '허세나 부리려고 BMW 타더니 꼴 좋다' 등의 반응이 지배적이다. 특정인에 대한 악플이 아니라 해당 차를 구매한 전체 소비자를 조롱하다보니 차주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모씨(28)는 온라인에 올라온 반려견 관련 글을 읽지 않는다. '개빠', '개충'이라고 조롱하는 댓글에 괜히 울컥하기 때문. 이씨는 "동물등록도 하고 목줄과 배변봉투 등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항상 조심하는데 싸잡아 비웃는 글을 보면 속상하다"며 "일부를 전체로 매도해 조롱한다면 아저씨, 아줌마, 학생 등 모든 집단이 '~충'으로 불려야 한다"고 말했다.

악플로 표현될 수 있는 온라인상 조롱과 혐오는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집단 전체를 비하하기 때문에 갈등 요소가 더 크다. 이같은 사이버폭력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낮은 자존감과 사회에 대한 피해의식, 상대적 박탈감으로 발생한다"며 "생각은 자유로워도 좋지만 무한한 표현까지 모두 자유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온라인에서는 타인의 감정이 보이지 않고 법적인 문제나 죄책감도 없어 조롱, 희화화가 자주 나타난다"며 "이러한 악플은 온라인 전체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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