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소송 당한 국내기업, 영업기밀 유출 위험 크다"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 2018.10.04 06:30

[이코 인터뷰]조용민 프론테오(Fronteo) 한국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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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민 프론테오(Fronteo) 한국법인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국제소송에 휘말린 국내 기업은 이디스커버리(eDiscovery) 수행 과정에서 국내 법규 및 가이드라인 미비로 중요한 영업기밀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큽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외국 기업들로부터 특허침해 등의 소송을 당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전자와 애플간의 스마트폰 특허침해 소송이다. 외국 기업들은 국내 기업을 견제할 목적으로 국제소송을 적극 제기한다.

그런데 국제소송이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국내 강소기업으로까지 그 대상이 점점 확대되는 양상인데 국내 기업들의 대비가 너무 부족하다는 게 프론테오(Fronteo) 한국법인 조용민 대표의 지적이다. 프론테오는 글로벌 이디스커버리기업으로 일본 도쿄증시와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있다.

무엇보다도 “국제소송 절차로 이디스커버리가 필수적으로 수행되는데, 이때 국내 기업의 핵심 연구자료나 중요한 영업기밀이 아무런 통제 없이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크다”며 “이를 엄격히 규제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 대표는 촉구했다.

◇이디스커버리는 국제소송 절차에서 의무화
“외국 기업으로부터 특허침해 등의 소송을 당하면 의무적으로 이디스커버리를 수행해야 하는데, 대기업 몇 군데를 제외하곤 사전에 적절하게 대비를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 거의 전무합니다.”

디스커버리(Discovery)는 소송 당사자들이 공판에 앞서 소송과 관련된 정보와 문서를 서로 공개하는 제도로 영미법계 국가(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국제소송을 진행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엔 대부분의 데이터가 전자정보로 작성되기 때문에 이디스커버리가 주를 이룬다. 이메일, 메신저에서 휴대폰, 서버, 비디오·오디오 파일 등 모든 전자정보가 포함된다.

만약 소송 당사자가 상대방이 요구하는 전자정보를 정확하게 공개하지 않고 고의로 누락·삭제 했을 경우 소송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디스커버리 표준 프로토콜(=수행절차)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불리한 판결을 받거나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할 수가 있다.

문제는 이디스커버리를 표준 프로토콜에 맞게 수행하려면 사전에 기업 내부적으로 전자정보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관리(information management)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조 대표는 최근 글로벌 외국 기업과 소송에 휘말린 국내 한 강소기업의 사례를 들며, “사전에 전자정보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국제소송을 당하면 소송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을 수 있다”며 사전 정보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국내 이디스커버리 법규·가이드라인 미비
“이디스커버리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 가이드라인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해외 이디스커버리 업체는 국내 기업의 임원들과 핵심연구원들의 데이터와 연구자료 뿐만 아니라 기업 서버에 담긴 전자정보를 통째로 해외로 가져가서 해외 서버에 보관하고 변호사 검토도 아웃소싱하기 때문에 심각한 정보 유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개인정보에서 회사 영업비밀, 국가 핵심기밀까지도 포함될 수 있는데, 현재 이를 통제할 국내 법규나 가이드라인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이유로 실제로 과거 국내 대기업의 영업비밀이 이디스커버리 진행 과정에서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이디스커버리 업체가 국내 기업의 중요한 데이터를 수집해 해외 서버에 보관해도 현재로선 이를 통제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라며 기업체 정보관리와 관련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미비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어 “국제소송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비밀 정보가 쉽게 해외로 유출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중국이나 유럽에서는 기업체의 데이터가 해외로 반출되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수집된 데이터는 원칙적으로 해외 유출을 금지하고, 수집된 전자정보는 국내 서버에 보관해야 하며, 정부에서 지정한 로펌에서 1차적으로 분석하고 승인을 얻은 정보만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형 이디스커버리 제도가 서둘러 도입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프론테오는 국내에 서버를 두고 있어 국내 기업의 비밀 정보가 해외로 반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용민 프론테오(Fronteo) 한국법인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데이터 분석 솔루션 성능과 변호사 검토비용이 중요한 요소

“이디스커버리 업체를 고를 땐 외부 솔루션을 갖다 쓰는지 여부와 변호사 검토비용을 따져 봐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이디스커버리 업무는 프론테오와 같은 이디스커버리 전문업체나 대형 로펌, 컨설팅회사 등이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이디스커버리에 이용되는 데이터 분석 솔루션과 변호사 검토비용이 제각각이다. 조 대표는 “컨설팅회사의 경우엔 외부에서 제작된 솔루션을 가져다 쓰는 경우가 많고, 대형 로펌의 경우엔 변호사 검토비용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디스커버리 솔루션은 단순 키워드 검색방식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되는 방식으로 향상되면서 외부 솔루션을 갖다 쓰는 경우엔 활용도가 제한적이게 된다. 또한 영어 기반의 외산 솔루션은 한글 등 국내 고유의 데이터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

이디스커버리 절차에서 소송에 필요한 데이터를 식별하고 분석하는 단계에 들어가는 변호사 검토비용이 전체 이디스커버리 비용의 70%를 넘게 차지하기 때문에, 대형 로펌의 경우엔 이디스커버리 비용이 높게 책정될 수 있다.

조 대표는 “프론테오는 자체 개발한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솔루션을 사용하는 업체에 비해 기술적 강점이 있고, 또 문서 검토 전문 프리랜서 변호사 풀을 보유하고 있어 비용을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론테오에 따르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의 예측코딩(predictive coding) 기술이 적용된 솔루션을 이용한 이디스커버리 프로젝트에서 관련 문서 발견량이 7~10배 증가하고, 변호사 검토 속도도 기존보다 2배 이상 증가하는 효과를 거뒀다.

조 대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프론테오의 솔루션은 여러 정부기관에 공급돼 탈세 및 담합 등의 부정행위를 탐지하는 데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 100개 이상의 기업에 이디스커버리 및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이디스커버리시장 연간 12.6% 성장 예상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는 이디스커버리 업무는 대부분 국제소송과 관련된 것으로, 아직 국내소송에서 이디스커버리가 진행된 케이스는 없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글로벌 외국 기업과의 소송이 증가하면서 2017년 국내 시장규모는 약 7690만 달러(약 846억원)에 달한다고 시장조사 전문업체 모도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지난 4월 리포트(Global E-Discovery Market Report 2017-2023)에서 추산했다. 이어 향후 5년간 국내 이디스커버리시장이 연 12.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 대표는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성장률이 더 커질 것”이라며 “빅데이터 사업과 데이터 관리 분야만으로도 연간 10% 초반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모도인텔리전스가 추정한 12.6% 성장률은 이디스커버리 절차에서 변호사 검토 단계를 제외한 순수한 데이터 처리 및 관리 분야만의 성장률이다.

조 대표는 “이디스커버리에 대한 관심과 문의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며 국내 이디스커버리시장의 미래 성장성을 밝게 보고 있다. 프론테오는 2011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래 누적 매출액 10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선두 이디스커버리기업으로 성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국내 기업이 국제소송에서 중요한 데이터 다 주고 비용도 많이 들이고 엄청 당하지 않으려면 똑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용민 프론테오(Fronteo) 한국법인 대표/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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