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6대은행, 4년반새 기관에 8000억원 퍼줬다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8.10.03 18:10

[금고, 은행들의 '쩐의 전쟁']<1>공시 안된 출연금 합치면 1조원 넘을듯…서울·인천 여파로 내년 3000억원대

편집자주 |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세출을 관리하는 금고가 은행간 ‘쩐의 전쟁’이 되고 있다. 출연금을 많이 써내는 은행이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지자체 예산을 은행 돈으로 충당하는 것이 타당한지, 출연금이 다른 지역 은행 고객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아닌지, 거액을 싸들고 금고를 달라는 은행의 속사정은 뭔지 살펴봤다.

국내 6개 은행이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 병원 등의 금고를 운영하는 대가로 해당 기관에 퍼부은 돈이 4년6개월간 8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초대형 금고지기가 새로 뽑히면서 출연금이 폭등한 탓에 내년에는 한 해에만 3000억원 넘는 출연금 ‘퍼주기’가 확실시된다. 불을 보듯 뻔한 ‘역마진’에 상호 비방까지 겹치는 등 시장이 혼탁해졌지만 기관의 금고 유치를 위한 출연금 경쟁은 은행간 자존심 싸움으로 어느 한 곳도 멈추지 않는 ‘치킨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다.

3일 머니투데이가 전국은행연합회 및 각 은행 홈페이지에 공시된 주요 6개 은행(우리·NH농협·신한·KEB하나·IBK기업·KB국민은행)의 출연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최근 4년6개월 동안 지급된 각종 출연금 규모는 총 7903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 3월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으로 각 은행은 거래 상대방에게 제공한 금액의 합계가 10억원 넘을 때마다 출연금을 지급받은 거래 상대방의 업종, 지급목적, 액수를 공시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시 합계인 7903억원에는 △기관당 10억원 이하 출연금과 △기관당 10억원 넘어 한 차례 공시됐지만 20억원은 초과하지 않은 금액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공시에 포함되지 않은 출연금을 감안하면 지난 4년6개월간 실제 지급된 출연금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 결과로만 보면 6개 은행 중 가장 많은 출연금을 지급한 곳은 서울사금고를 맡았던 우리은행으로 2445억원에 달했다. 이어 농협(1957억원) 신한(1637억원) KEB하나(1421억원) 기업(235억원) 국민(208억원)은행 순이다. 특히 올해는 3분기를 마친 현시점까지 은행이 각종 기관에 내준 출연금만 2287억원으로 이미 지난 한 해 규모(1967억원)를 넘어섰다. 2016년 출연금 규모(1365억원)와 비교하면 올해 9개월 동안에만 1.7배 수준으로 해가 갈수록 불어나는 흐름이다.

더욱이 내년에는 6개 은행에서 한 해 3000억원 넘는 출연금 지급이 확실시된다. 올해 서울·인천시금고 경쟁에서 출연금 규모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기존 서울시금고였던 우리은행은 4년 전 1400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써내 매년 7월 평균 350억원을 서울시에 출연했다. 인천시 1금고였던 신한은행은 매년 1월 약 120억원(4년간 470억원), 2금고였던 농협은행은 해마다 약 21억원(4년간 85억원)을 인천시에 지급했다.


올해 서울·인천시금고 입찰에서 금고지기로 낙찰받은 은행들이 앞으로 4년간 약속한 출연금은 총 5392억원으로 늘었다. 서울시 1금고인 신한은행이 3050억원, 2금고인 우리은행이 1000억원, 인천시 1금고인 신한은행이 1206억원, 2금고인 농협은행이 136억원 등이다. 이 출연금을 금고지기로 있는 4년간 똑같이 나눠 낸다고 가정하면 매년 1348억원으로 최근 4년 연평균 약 491억원의 3배에 가깝다.

은행 내부에서도 출연금 경쟁이 과열되는 걸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중은행 한 기관영업 실무자는 “기관 유치에 나설 때마다 내부적으로 수익성 분석을 하는데 사업기간 종료 후에는 예상만큼 수익을 거뒀는지 검증하지 않는다”며 “기관을 일단 잡아야 하니 출연금을 ‘지르기’ 위한 장밋빛 전망으로 수익성 분석만 하고 후에 점검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출연금 경쟁을 넘어 은행간 비방 등 복마전마저 벌어지는 양상이다. 최근 한 서울시 구금고 입찰과정에서는 ‘특정 은행 낙점설’이 퍼지면서 경쟁사들이 입찰을 보이콧해 유효경쟁이 불발되기도 했다. 낙점 대상으로 지목된 은행은 “오랜기간 공들인 결과를 부적절한 유착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인 반면 경쟁은행들은 “구청 고위인사가 특정 은행을 드러내놓고 선호한다”며 불공정경쟁이라고 비판했다. 금고 유치에 실패한 은행들이 해당 지자체에 ‘심사 기준을 공개하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사례도 나왔다.

과열된 경쟁의 배경이 은행장들의 ‘단기 실적주의’에 따른 폐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고강도 대출규제 강화로 전통적 먹거리가 줄어든 은행들로선 대형기관 유치만큼 대내외적으로 실적을 과시하기 좋은 수단도 없다”며 “과도한 출연금에 따른 수익성 문제는 빨라도 1~2년 후 나타나는 만큼 행장들로선 ‘일단 따고 보자’는 유혹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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