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금고 출연금, 열악한 지방 재정 도우미? 쌈짓돈?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8.10.03 18:17

[금고, 은행들의 '쩐의 전쟁']<2>지자체 각종 사업에 활용…은행 돈, 지자체 예산으로 써도 되나

편집자주 | 지방자치단체의 세입·세출을 관리하는 금고가 은행간 ‘쩐의 전쟁’이 되고 있다. 출연금을 많이 써내는 은행이 지자체 금고로 선정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다. 지자체 예산을 은행 돈으로 충당하는 것이 타당한지, 출연금이 다른 지역 은행 고객에 대한 불공정행위는 아닌지, 거액을 싸들고 금고를 달라는 은행의 속사정은 뭔지 살펴봤다.


지방자치단체는 금고 선정에 따라 은행에서 받는 출연금을 각종 사업에 사용한다. 지자체 재정을 금고 선정의 대가가 돼버린 은행 출연금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은행은 전국 여러 곳에서 돈을 버는데 특정 지자체에 거액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은행이 지자체 금고 선정에 따라 지급하는 출연금의 공식 명칭은 ‘협력사업비’다.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은 금고 약정에 따른 협력사업비를 지방재정법에 따라 세입예산으로 편성하고 모두 현금으로 받도록 했다. 금고은행의 지자체와 협력사업계획은 금고 지정의 평가기준 중 하나로 행안부가 인정하는 사안이고 출연금은 이 협력사업을 위한 돈인 셈이다.

예규에 따르면 출연금은 금고 약정 후 30일 이내에 총액을 공개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시금고를 선정한 서울시와 인천시는 시금고 은행 2곳으로부터 2019년부터 4년간 각각 4115억원, 1342억원의 출연금을 받는다고 공개했다. 세출예산에 편성하는 경우 집행내역을 공개해야 하지만 세출예산에 반영하는 지자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금은 지자체 세입예산 중 ‘그외 수입’으로 잡힌다. 지자체 세입예산은 크게 지방세수입과 세외수입, 지방교부세, 보조금 등으로 나뉜다. 세외수입에는 임대수입, 사용료수입, 수수료수입, 사업수입, 이자수입, 기타수입으로 나뉘며 출연금이 포함된 ‘그외 수입’은 불용품매각대금, 기부금 등과 함께 기타수입 중 하나다.

지자체 출연금 규모는 지자체 예산규모가 클수록 커진다. 이 결과 서울시가 가장 많고 그 뒤를 경기도와 인천시가 차지했다. 2018년 서울시 세입예산 중 출연금은 300억원이다. 일반회계 전체 22조4664억원의 0.1%지만 세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에 이른다. 올해 서울시 시금고로 선정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내년에 지급하는 출연금은 1028억원으로 서울시의 내년 예산이 올해와 비슷하다면 출연금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로 높아진다.


인천시도 비슷하다. 올해 출연금 144억원은 일반회계의 0.2%를 차지했다. 세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달했다. 내년에 출연금이 335억원으로 불어나면 세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는다. 지방세를 제외하면 중요한 세입예산 중 하나가 은행 출연금이다.

일반회계로 편성된 출연금은 다른 예산처럼 지자체의 각종 사업에 쓰인다. 꼬리표가 없어 사업비, 인건비 등 지자체 마음대로 예산에 편성할 수 있다. 금고 선정과 관련된 사업에만 사용할 필요도 없다. 특히 출연금은 지자체장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에 적절하다.


여효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자체가 중점사업을 추진하는데 출연금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세입예산으로 편성되면서 출연금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과거에는 예산에 편성하지 않고 지자체가 자의적으로 특정 사업에 사용했다. 특히 은행이 지자체를 거치지 않고 특정 단체나 사업을 지원하면서 감사원이나 의회의 통제를 벗어나기도 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A도는 금고 은행이 B스포츠위원회, C테크노파크 등의 재단에 돈을 직접 출연하도록 했고 D시는 은행이 지급할 출연금 전액을 특정 장학회에 직접 출연하도록 했다.

출연금이 예산에 편성된 이후 은행에 출연금 외에 강제적인 기부 등을 요구하는 사례는 사라졌으나 금고 은행이 자발적으로 지자체가 하는 사업을 도와주거나 지자체가 만든 장학재단에 기부하는 사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출연금이 과거 예산에 편입되지 않았을 때는 지자체장이 쌈짓돈처럼 쓰는 경우도 있었다”며 “출연금 외에도 지자체와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지자체 행사에 은행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 돈을 특정 지자체의 예산으로 쓰는 게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은행이 특정 지자체에서 버는 돈만 해당 지자체에 출연금으로 지급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지자체가 은행에서 출연금을 받는 것도 아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는 출연금을 받지 않는다”며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에 출연금이 집중돼 있다”고 밝혔다.

여 수석연구원은 “출연금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지자체가 예산 편성 때부터 출연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먼저 출연금 규모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며 “출연금으로 선심성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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