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세팅하세요" 반다이, '장난감 몰카' 판매 논란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18.09.27 16:26

티슈상자 형태로 제작된 '카메라 장난감'…"몰카, 놀이로 생각하게 할 수도"

반다이남코코리아가 판매하고 있는 '티슈상자카메라' /사진=반다이몰 캡처

일본 반다이사의 장난감 등을 유통·판매하는 반다이남코코리아가 '몰래카메라' 장난감을 판매해 논란이 되고 있다. 카메라 원리를 교육하기 위한 취지로 개발된 제품이지만 '티슈 상자(갑 티슈)' 형태로 제작돼 '몰래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어 아이들 장난감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다이남코코리아는 지난 15일부터 온·오프라인을 매장을 통해 '발명왕 키트 티슈상자 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다. 제품은 한쪽 측면에 렌즈가 있고 반대편에는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감광지를 넣도록 설계돼있다. 감광지를 넣으면 렌즈를 통해 들어온 빛이 입력되고 이후 다리미로 열을 가하면 사진을 인화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해당 제품이 '몰래카메라'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은 상단에 휴지(티슈)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실제 티슈 상자처럼 보이도록 설계됐다. 제품 홍보문도 "몰래 사진을 찍는 티슈상자 스파이 카메라", "티슈를 넣으면 더 진짜 같다"며 몰래카메라의 기능을 강조했다. 제품 사용방법에도 "피사체를 향해 몰래 세팅"하라고 적었다. 해당 상품의 사용 연령은 '8세 이상'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어린 아이들 장난감으로 '몰래카메라'를 만든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해당 제품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게시됐다. 게시글은 "해당 장난감이 불법촬영을 재생산하고 문제시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를 교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해당 제품이 아이들 장난감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아동청소년 인권보호단체 탁틴내일의 이현숙 대표는 "아이들이 친숙한 장난감을 통해 인권침해와 범죄 소지가 있는 몰래카메라를 단순한 놀이로 생각할 수 있다"며 "'몰래 촬영'의 특징이 장난감에 들어간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반다이남코코리아 측은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몰래카메라 상품이 아니다"면서도 구체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공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만 논란에도 해당 상품 판매가 제재를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9월 디지털 성범죄 종합대책을 통해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장난감 카메라를 디지털 성폭력 범죄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있는 변형카메라로 볼 수는 없어서다. 경찰 관계자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면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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