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눈감는 은행, 10배 토지 매매 이익…‘부채 만리장성’ 쌓는 中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8.09.28 06:30

[따끈따끈 새책] ‘빚의 만리장성’…그림자 금융, 대규모 부채, 그리고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

중국은 이제 성장이라는 빛의 만리장성에서 부채라는 빚의 만리장성으로 기울고 있는 것일까. 수십 년 간 세계 경제를 이끈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성장은 2030년쯤 중국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로 ‘중국의 세기’가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오기까지 잠재된 시한폭탄 역시 무한하다는 게 저자의 생각.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중국 경제의 기존 성장 모델(투자 주도 성장)이 수명을 다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강타했을 때, 중국은 대대적인 경기 부양에 착수했다. 다른 나라들이 주로 정부 지출을 통해 경기 부양 예산을 충당한 것과 달리, 중국에선 이 역할을 은행이 도맡았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 위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은행은 신규 주택과 기반 시설, 공장 등의 건설에 필요한 막대한 금액을 무한정 빌려줬다. 성장은 눈부셨고 부채는 쌓여갔다.

절대적인 수치에서 중국의 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 2016년 말 중국 비금융권 총부채 액수는 경제 규모와 비교해 약 260%로 미국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문제는 부채 총량이 아니라 부채가 누적되는 속도다.

2008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는 160%에 불과했는데, 누적 속도가 현대사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2008년 이래 중국 경제 부채는 약 12조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이는 그해 미국 전체 은행 시스템의 규모와 맞먹는 수치다.

시나브로 쌓이는 중국 부채의 가장 큰 원인은 지방정부의 과잉투자 구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견인차는 지방정부로, 성장과 세입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국영기업에 은행대출을 과도하게 내주고, 과잉 설비를 만들며 결국 천문학적 낭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중앙 정부의 예산을 받지 못하는 지방 정부는 ‘알아서’ 성장 창출과 세입의 극대화에만 목표를 두기에 떠밀리는 부채는 부차적 요소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가 지난 10년간 지켜본 부채의 실상은 저주에 가까웠다. 화려한 신축 청사에 텅 빈 사무실이 넘치고, 수많은 공장에서 최대 생산 능력을 과시하는 공장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저자는 “위험 요소는 이런 개발 사업에 낭비된 부채가 절대 상환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은행의 대출을 먹고 자란 국영기업들은 어떨까. 중국의 정부 소유 기업은 15만 개 이상으로, 전체 경제 생산량의 약 25%와 도시 일자리의 20%를 차지한다. 이 기업들의 부채 규모는 2007년 3조 4000억 달러에서 2014년 중반 12조 5000억 달러로 4배 가까이 늘었다.


무엇보다 국영기업은 전체 경제 비중에서 4분의 1에 지나지 않지만, 전체 기업 부채의 60%를 빌렸다. 이런 ‘좀비 기업’들이 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인데도, 은행들은 자금 회수를 요구하는 대신 살리는 쪽으로 성장을 부채질한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화려한 기반 시설의 영광에는 토지 약탈과 부동산 붐도 한몫했다. 중국에선 지방정부가 인민들로부터 막대한 양의 토지를 빼앗아 이를 주택지나 상업지구로 변경하고 원주민에게 보상금으로 지불한 액수의 10배 가격으로 개발업자에 팔아넘기는 일이 다반사다.

2009~2015년 7년간 중국의 지방정부가 토지 판매로 벌어들인 돈이 3조 2015억 달러였다. 토지 판매가 전체 재정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셈이다.

은행권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민간기업이 빌리는 비은행 신용대출인 ‘그림자 금융’도 과잉 설비 문제를 악화시킨다. 또 전망이 안 좋아 부동산 등 투기 활동으로 이동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성장의 적신호를 상징한다.

시진핑 주석은 이러한 위험신호에 고속 성장을 포기하는 대신 연 6% 중속 성장을 구축하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진핑의 실험에서도 의문점은 남는다. 일정 속도로 성장하려면 역시 그만큼의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베이징 당국이 위기와 불황을 무기한 미룰 수 있을 정도로 개입할 의지와 능력이 있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라며 “하지만 그럴수록 미래에 직면할지도 모를 더 큰 고통을 차근차근 쌓는 대가를 치러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빚의 만리장성=디니 맥마흔 지음. 유강은 옮김. 미지북스 펴냄. 368쪽/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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