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정렬의 Echo]트럼프 무역전쟁에 대한 오판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 2018.09.28 05:51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폭스뉴스’ 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하루에도 수차례 애용하는 트위터 사랑에 못지않다. 녹화를 해서라도 매일 폭스뉴스를 시청하고, 수시로 인터뷰도 한다. 심지어 공개 기자회견 자리에서 ‘가짜뉴스’(?) CNN 기자의 질문을 거부하고 폭스뉴스 기자에게 질문 기회를 넘기는 만행에 가까운 편애를 보여주기도 했다.

폭스뉴스는 17년째 미국의 케이블 뉴스채널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성공비결은 한마디로 노골적인 ‘편향성’이다. 철저하게 보수의 가치와 시각을 반영, 복잡한 뉴스를 단순하고 명쾌하게 전달한다. 폭스뉴스의 편향성이 강화될수록 더 많은 보수 성향 시청자들이 폭스뉴스에 채널을 고정한다.

트럼프 대통령도 편향성을 밑천으로 성공한 정치인이다. 외국인, 무슬림, 여성, 약자 등에 대한 막말이나 모욕적인 발언은 트럼프의 전매특허였다. 이로 인해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은 ‘열광’ 아니면 ‘혐오’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백인 중하류층 등 보수 성향 유권자라는 확실한 지지기반을 확보했다.

트럼프의 정책을 평가할 땐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트럼프 개인에 대한 호불호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운 보호무역정책, 대규모 감세, 반이민정책 등 이른바 트럼프표 정책들에 대한 지지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는 착각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해 만들어진 정책들이라고 골수 트럼프 지지자들만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트럼프 정책의 힘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오판을 부를 수 있다. 예컨대 진보성향 유권자라고, 트럼프를 극도로 싫어한다고 해서 세금 줄여주는 정책을 마다하진 않는다.

무역전쟁도 마찬가지다. ‘설마 거기까지 가겠어’라는 판단을 비웃듯 트럼프는 중국에 3차례나 관세폭탄을 퍼부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4일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백브리핑에서 “미중 무역 분쟁이 앞으로 수십 년 갈 것”이라며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오판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중국은 트럼프 지지층 일부만 고관세를 지지하기 때문에 미국이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초기에 생각한 것 같다”며 “미국에서 여야가 없는 것 같다. 조야를 초월, 광범위하게 미국인들이 지지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다수의 경제학자들과 통상전문가들조차 차제에 보조금 지급, 지적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강요 등 중국의 나쁜 버릇들을 고쳐, 국제무대에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한다. 물론 관세부과가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한다.

사실 우리의 가장 큰 우려는 트럼프 행정부가 정조준하고 있는 ‘중국 제조 2025’가 제 궤도에 오를 경우 가장 피해를 입을 나라 중 하나가 우리라는 점이다. 한때 20%를 넘던 삼성스마트폰 점유율이 1% 이하로 추락하고, 현대차 판매량이 반 토막 나는 등 중국에서 한국제조업체들은 이미 악전고투 중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중국의 항복을 받아낸다 하더라도 이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기껏 몇 년 정도 늦출 뿐이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무역 전쟁이든 패권싸움이든 고래 등 싸움에 터지는 것은 새우등이다. 이럴수록 국가차원에서도, 기업차원에서도 어설픈 기대감보다는 냉철한 상황 판단을 통해 미중간 무역전쟁 장기화와 그 이후 중국의 제조업 부상까지 고려한 총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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