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혁신, 두려움을 버리자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 2018.09.28 04:02
“신기술, 신산업에 대한 규제당국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겁니다.” 규제 혁신 법안들이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는 걸 지켜본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대표의 뼈있는 지적이다. 규제 당국 관계자들의 태도 변화에 규제혁신 제도의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에 규제 혁파만큼 중요한 과제는 없다. 급격한 기술 변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황당한 규제를 양산한다. 19세기 후반 영국이 시행한 ‘붉은 깃발법’(자동차 앞에 붉은 깃발을 든 사람이 걸어가도록 의무화한 조치)은 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불러온 희대의 촌극이다. 이후 150여년간 붉은 깃발법 세력들이 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사례가 끊임없이 반복됐다. 전 세계에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오늘날에도 어깃장 규제가 만연하다. 승차공유, 숙박공유, 식품배송 등 세계 각국에서 검증된 사업모델마저 규제 여파에 휩쓸린 상태다. “창업부터 폐업할 때까지 규제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 벤처기업인의 말처럼 곳곳이 규제 투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특구법,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등 규제 개선 관련 법안들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 다행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들이 실효성 있는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관련 부처, 지방자치단체 등 규제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 공무원들이 규제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 그 어떤 규제혁신 제도도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장기적인 규제 패러다임 변화도 필요하다. 규제 혁신 법안의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규제 특례 유효기간과 같은 제약들이 많다. 유효기간이 끝나면 또 다시 규제 대상이 되는 식이다. 혁신가들의 불안감이 여전한 이유다. 임기응변적 속성에서 벗어나려면 규제 혁신이 규제 철폐로 이어지는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붉은 깃발법의 망령을 떨쳐내기 위해선 시대적 변화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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