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먼 증권집단소송, "사실상 6심제…개선 필요"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 2018.09.24 08:50

진매트릭스, 5년만 허가 받았지만…본안소송은 별개, 피해보상 수년 이상 더 걸릴듯

/삽화=뉴스1

법원이 코스닥 상장사 진매트릭스 투자자들이 회사와 전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증권집단소송을 5년 만에 허가했다. 하지만 전 경영진과 회사가 소송허가 결정에 반발해 항고하고 재항고 의사까지 밝히면서 소송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법조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증권집단소송이 장기화 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13년 11월 소액주주 김지운씨가 진매트릭스를 상대로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소송제기 5년 가까이 지난 올 8월 22일 허가했다. 증권집단소송은 소액주주들이 주가조작·분식회계 등으로 피해를 볼 때 주주 한 사람이 소송을 제기해서 이기면 같은 피해를 본 주주들도 똑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진매트릭스 투자자들이 2013년 11월 증권집단소송을 낸 건 같은 해 5월 검찰 조사에서 진매트릭스 전 대표 유모씨와 증권전문방송인 장모씨 등의 주가조작 혐의가 밝혀지면서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와 장씨 등은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494차례 시세를 조종해 4억2500만원 규모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대법원은 2014년 10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장씨와 유씨에게 징역 1년과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고도 증권집단소송 소송허가 결정이 나는 데까지 4년이나 걸린 건 피해자 수와 규모를 특정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다. 진매트릭스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변환봉 변호사는 "증권사나 피고, 정부기관을 상대로 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진매트릭스 투자 피해자 1534명과 피해규모 30억원(이자포함 50억원)을 확정하는 데 4년이나 걸린 것도 자료 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에서 문서제출 명령을 받은 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제출이나 송부를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국가 안전보장, 감사·감독 등에 대한 문서나 기업의 영업 비밀 관련 문서 등은 제외된다. 현실적으로 피고나 증권사 등에서 여러 핑계를 대며 문서 제출을 미뤄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2005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13년여 동안 제기된 집단소송은 단 11건이고 이 가운데 대법원에서 최종 소송허가 결정을 받은 건 단 5건뿐인 것도 이런 이유가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증거를 모아서 지방법원에서 처음 소송허가 결정이 나오더라도 피해자들이 피해보상을 받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증권집단소송은 1단계 소송허가결정 청구소송과 2단계 본안소송으로 이원화돼 사실상 6심제로 운영되고 있다. 집단소송이 열리는지만 가지고 지방법원ㆍ고등법원ㆍ대법원을 거치고 만약 대법원 소송허가 결정이 나더라도 실제 피해보상액 규모를 정하는 본안소송을 또 3심까지 진행해야 한다.

변 변호사는 "지난달 소송허가결정이 난 이후 이달 20일 회사에서 항고했는데 사실상 진매트릭스 소송은 이제 시작"이라며 "회사가 계속 항고, 재항고하면 3~4년 뒤에야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증거수집을 원활하게 하고 집단소송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집단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권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상 집단소송허가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하면 집행정지 효력이 있어 본안소송을 진행하지 못한다"며 "소송불허가 결정에 대해서만 불복할 수 있도록 하던지 소송허가 결정에 항고나 재항고하더라도 본안소송절차를 그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 변호사는 "일본 민사소송법은 피고나 회사 측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증명을 방해하면 원고 측의 (피해) 사실에 관한 주장만 가지고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규정이 있는데 우리나라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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