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단 공개를 둘러싼 논쟁은 지난해 11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경제재정소위원회(이하 소위) 논의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명단 공개를 규정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찬열 바른비래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했다. 이찬열안은 유죄 판결만 나도 명단 공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도 이찬열안에 동의했다.
하지만 소위 논의가 진행되면서 뇌물 수뢰액 3000만원 이상이 명단 공개 기준으로 추가됐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상 가중처벌 대상인 수뢰액 3000만원 이상을 준용했다. 또 유죄 판결, 뇌물 수뢰액 3000만원 이상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최종적으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했다.
명단 공개 관문이 1개에서 3개로 늘어나면서 처벌 기준이 완화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채용비리가 사회적 문제로 커진 상황에서 이찬열안이 원안대로 통과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3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채용비리 임원은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양충모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소위에서 "실질적으로 명단이 공개되는 예는 극히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공성을 중시하는 공기업에서 일어나는 채용비리는 아무리 제재를 강화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명단 공개는 이중처벌 가능성이 있기에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반론도 크다. 소위에선 검사 출신인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명단 공개에 제동을 걸었다. 범죄자 낙인을 찍어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우려다.
최 의원은 명단 공개는 2차 피해가 예상되는 범죄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명단 공개는 세금을 연간 2억원 이상 포탈한 납세자, 임금 체불 사업주, 성범죄자 등에 한해 이뤄지고 있다.
국세 체납자, 임금 체불 사업주 명단은 이들과 계약하는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공개된다. 성범죄자 명단 공개 역시 추가 범행 가능성이 있어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한 측면이 크다. 성범죄자에게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 의원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 임원의 경우 2차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명단 공개로 통해 얻는 실익이 국세 체납, 성범죄자 명단 공개와 달리 없다는 얘기다.
채용비리보다 죄질이 더 나쁜 범죄자 명단은 공개되지 않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의원은 "대학 입시 비리, 병역 비리 등 온 국민이 공분하는 사회적 문제들도 명단 공개 얘기는 안 나왔다"며 "실제 명단 공개되는 사람이 위헌법률을 신청하면 위헌 문제가 틀림 없이 생길거고 다른 범죄에 대한 명단 공개 요구 역시 봇물처럼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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