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첫 구속 피한 유해용…法 역대급 기각사유(종합)

뉴스1 제공  | 2018.09.20 22:45

"파일 전달받은 당시 개인적 사용 의도 보이지 않아"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대부분 범죄 성립 안돼"

(서울=뉴스1) 윤지원 기자,나연준 기자 =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 News1
3개월여 동안 이어져온 사법농단 수사에서 검찰이 처음으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0시30분 공무상비밀누설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해용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19기·현재 변호사)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이날 오후 10시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기존에는 볼 수 없던 장문의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총 4개 문단으로 이뤄진 일종의 기각 결정문에서 허 부장판사는 유 전 판사에 적용된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절도죄 혐의에 대한 법리 해석을 내놓으며 구속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먼저 공무상비밀누설에 대해서는 "형법 127조는 기밀 그 자체가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준수 의무의 침해로 인해 위험을 받는 이익을 보호한다"며 "피의자(유 전 판사)가 작성을 지시하고 편집한 문건에는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밀유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공무상비밀누설죄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피의자가 문건 작성을 지시한 행위 자체가 위법하다거나 지시행위에 부당한 목적(청와대 관심사항에 도움을 제공하려는 의도)이 개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유 전 판사가 USB 등에 저장해 가지고 나온 재판연구관 보고서 파일은 '전자기록물 원본'을 유출한 것으로 볼 수 없고 개인적 목적을 위해 사용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공공기록물관리법위반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허 판사는 유 전 판사가 가지고 나온 보고서 파일 등을 절취했다는 절도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연구관 보고서 파일은 절도죄의 객체가 되는 재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보고서에 기재된 사건번호와 변호사 성명만으론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며 개인정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범죄가 성립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의사실 중 변호사법위반을 제외한 나머지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한다"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고 관련 증거들은 이미 수집되어 있으며 법정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감안할 때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6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뒤 전현직 법관 등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대부분 기각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사 개시 후 처음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마저도 법원에 가로막히면서 향수 사법농단 수사에 차질을 빚게 됐다.


검찰은 유 전 부장판사가 대법원 재직 시절 박근혜 청와대가 관심 있을 재판 관련 보고서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부장판사는 대법원 근무를 마친 뒤 재판 검토 보고서, 판결문 초고문 등 재판관련 기밀문건을 반출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해당 문건에 대해 임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유 전 부장판사는 이를 거부하고 증거인멸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자 유 전 부장판사는 출력물은 파쇄,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고 논란은 더욱 커졌다.

검찰은 유 전 부장판사가 대법원 재직 당시 취급했던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부분도 구속 사유에 포함했다. 전관예우에 대한 의심이 가능한 부분이다.

S여대는 국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2012년 변상금 73억원을 부과하자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학교부지 사용을 허락받았다'는 S여대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이후 대법원으로 넘어왔고 유 전 부장판사가 맡은 뒤 종료됐다. 대법원은 지난 6월 대한제국 '황실'로부터 땅 사용권을 부여받아 캠퍼스 부지로 이용해온 S여대의 행위가 정당하다며 원고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유 전 부장판사가 대법원 근무 시절 이 사건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 검찰은 대법원 심리 과정에서 이 사건이 대법관 13명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가 다시 소부로 돌려진 부분에도 유 전 부장판사가 개입한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유 전 부장판사는 논란이 일자 자신이 대법원을 떠난 후 해당 사건의 보고가 이뤄졌기 때문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검찰은 유 전 부장판사가 S여대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와 접촉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유 전 부장판사가 S여대 사건을 수임한 뒤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수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보하고 관계자를 비공개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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