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 독감백신 안사면 3가백신 못드려요"

머니투데이 민승기 기자 | 2018.09.20 15:43

제약사간 백신 경쟁으로 '4가백신 끼워팔기' 영업…의료계 '갑질영업' 지적

경기도 수원시 화서동의 한 소아병원을 방문한 어린이가 독감예방접종 주사를 맞고 있다. 기존 생후 6개월부터 59개월까지였던 무료 예방접종은 이번부터 만 12세까지 확대 실시된다. /사진=뉴스1
"원장님. 죄송하지만 4가 독감백신 주문을 하지 않으면 3가 독감백신 물량을 못 맞춰드려요."

서울 시내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에 방문한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의 말이다.

최근 백신을 생산·유통하는 제약사들이 4가 독감백신(A형 바이러스 2종, B형 바이러스 2종 예방)을 구매해야만 3가 독감백신(A형 바이러스 2종, B형 바이러스 1종 예방)을 공급하는, 일명 '끼워팔기'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의료계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녹십자 등 국내 백신 생산·유통 제약사들이 수요가 많은 3가 백신을 병원에 공급해 주는 조건으로 4가 백신도 같이 주문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국내 생산·유통되는 4가 독감백신은 총 8개 제약사 9개 제품이다. 기존 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GSK, 일양약품, 한국백신, 보령바이오파마에 지난해 동아에스티, 사노피파스퇴르 등이 경쟁에 합류했다.

4가 백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끼워팔기' 영업행태도 늘고 있다. 한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는 "3가백신을 가지고 있는 국내 제약사 위주로 4가 백신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가격 인하 외에 무리한 영업전략까지 들고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3가 백신보다 4가 백신 물량이 생산된 것도 제약사들이 '끼워팔기' 영업을 하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지난달 20일 현재 국내 유통된 전체 독감백신은 2200만 도즈(1회 접종량)다. 이중 3가 백신이 1000만 도즈, 4가 백신이 1200만 도즈다. 3가 백신은 작년 대비 200만 도즈가 줄었고, 4가 백신은 30만 도즈가 늘었다.

한 제약사 영업사원은 "올해부터 독감 백신 무료접종 대상자가 확대돼 3가백신 시장이 더 커졌지만 유통 물량은 오히려 감소했다"면서 "반면 일반인 대상으로 접종하는 4가 백신은 유통물량이 더 늘었고, 이것이 제약사간 과열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4가 백신 끼워팔기' 영업에 의료계는 제약사들의 '갑질 영업'이라며 반발했다.

한 내과의원 개원의는 "우리 병원은 일반인 접종을 잘 안하는데, 4가 백신을 구매해야 요청한 3가 백신 물량을 맞춰주겠다고 하더라"며 "아무리 경쟁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런 '갑질영업' 행태에 화가 많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제약사들의 '끼워팔기' 영업에 의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주변 개원의들도 '끼워팔기' 요구에 해당 제약사 의약품 코드를 삭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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