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수익률 마이너스…IPS·디폴트옵션 도입 시급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 2018.09.20 15:41

퇴직연금 170조 시대·10명 중 9명 관심無…제도 한계 수익률 곤두박질


직장인 10년 차인 김모씨의 누적 퇴직연금 수익률은 12.1%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 1.21%로 은행 예·적금 금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5년(2013년~2017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1.24%)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이다.

김모씨가 가입한 확정기여형(DC)은 본인이 알아서 상품을 바꾸고 운용해야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주식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서, 또는 바빠서 등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10년째 원리금보장형 상품만 자동 연장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69조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2020년에는 210조원대가 예상될 정도로 외형이 커졌다. 하지만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해에도 연간 평균 수익률이 1.88%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수익률은 가입자의 무관심과 지나치게 보수적인 투자성향, 사업자인 금융사의 수익률 제고 노력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가입자나 사업자 모두 적절한 자산 배분을 하지 않고 기존 관행대로 원리금보장 상품에 치우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전체 퇴직연금 가입자 10명 중 9명(90.1%)은 운용지시를 전혀 바꾸지 않았다. 부담금을 추가로 납입하거나 운용 상품을 변경하는 등의 적극적인 운용을 하지 않은 것이다.

운용 상품 수도 평균 2개 미만으로 은행·보험 가입자는 원리금보장 상품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확정급여형(DB) 가입자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가입 비중은 96.5%에 달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IPS'(투자원칙보고서)와 '디폴트옵션'(자동투자제도) 도입 등을 통한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IPS'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자가 노조와 사측, 전문가로 구성된 적립금운용위원회를 통해 퇴직연금 적립금의 자산 배분과 목표 수익률, 투자 결정 과정 등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그에 따라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현재 DB(확정급여형) 제도는 기업 퇴직연금 담당자가 상품 선택과 적립금 운용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지는 구조로 돼 있다. 하지만 손실에 대한 책임 회피를 위해 단기·안전자산인 예금 상품 가입이 주를 이뤄 지속적인 수익률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도 도입 필요성에 공감해 2014년부터 IPS 의무 도입 내용을 포함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 관련 법안에 IPS 의무 도입이 포함돼 있는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디폴트옵션' 제도도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주요 방안으로 꼽힌다.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가 특별한 운용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고객 성향에 맞게 등록된 자산배분형 적립금 운용방법으로 자동 운용하는 제도다. 연금 선진국인 미국, 호주 등에서는 일찌감치 활성화됐다. 디폴트옵션 도입은 기금형 관련 개정 법안 초안에 포함됐으나 중간 입법과정에서 빠졌다.

디폴트옵션과 유사한 운용방법이 '퇴직연금 랩'이다. 미래에셋대우가 2009년부터 판매했으며 대표 상품인 '액티브40' 누적 수익률은 지난달 말 기준 68.35%, 연간으로 환산하면 5.59%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전문투자자가 시황에 맞게 운용해주기 때문에 본인이 실적배당상품을 혼용해 운용하는 것보다 실적이 좋고 변동성 또한 낮다"고 설명했다.

권용현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퇴직연금도 연 5~6%의 수익이 꾸준히 나오게 운영해야 근로자의 노후가 보장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디폴트옵션과 IPS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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