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정상회담에 경제인 특별수행단으로 동행한 5대주요 대기업 대표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평양을 두 번째 방문하는 최태원 SK회장은 즐거운 표정으로 쉴새없이 디지털카메라를 꺼내는 여유가 보였다. 1978년생, 경제수행단의 '막내'인 구광모 LG그룹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열심히 수첩에 메모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종종 포착됐다. 북한 인사들도 '유명인'이라고 콕 집어 언급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재계 대표들의 '평양견문록' 표정을 정리해봤다.
◇최태원 회장님, '디카' 사진은 어제쯤 공개하시나요?
최 회장은 평양에 도착 직후 숙소인 고려호텔에서부터 박용만 회장,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셀프카메라'(셀카)를 찍는 발랄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문 대통령을 따라 평양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사진 촬영에 매진하는 모습이 종종 포착됐다. 최 회장은 평양 방문 첫 날, 환영만찬장에서도 현송월 삼지연악단단장, 이재용회장 등과 한 테이블에 앉아 만찬장을 '디카'에 담았다.
또 둘째 날 오찬장소인 옥류관에서는 발코니에서 대동강변을 배경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기념사진을 직접 찍어주기도 했다. 옥류관 평양냉면이 도착하자 먹기 직전 냉면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오후 일정인 학생소년궁전과 대동강 수산물 식당에서도 '디카'를 손에 놓지 않는 장면이 목격됐다.
최 회장이 이번에 평양에 가져간 카메라는 삼성전자 하이엔드 컴팩트 카메라 EX2F(흰색)로 추정된다. 2007년 방북 당시에는 캐논 카메라를 가져갔다. 평소 IT기기에 관심이 많아 '얼리어답터'로 잘 알려진 최 회장은 휴대용 배터리를 카메라와 연결해 쉴새 없이 사진 기록을 남겼다.
◇'얼얼한' 평양 첫 방문…'유명왕' 이재용 부회장과 '막내왕' 구광모 회장
평양에 처음 발을 내딛은 이 부회장과 구 회장은 사뭇 진지한 모습이었다. 평양 방문 첫 날은 굳은 표정이었지만 점차 긴장이 풀리자 환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북한에서도 '유명인' 이었다. 리용남 북한 내각부총리는 18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이 부회장을 처음 만나자마자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더라"고 농담을 건넸다. 그러면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라"고 덕담했다. 또 황호영 금강산국제관광특구 지도국장도 이 부회장과 악수를 나누며 "꼭 오시라고 말씀을 올렸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평양에 처음 와봤는데 마음에 벽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한다. 호텔 건너편을 우연히 보니, 평양역 건너편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 있더라"면서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세계 어디를 다녀도 한글로 그렇게 써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처음 경험하면서 '이게 한민족'이라고 느꼈다"며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고, 신뢰관계를 쌓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구광모 LG회장은 다소 얼어붙은 표정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첫 날 목란관 환영만찬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사이에 앉은 구 회장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대동강면에서 최 회장이 디카를 들고 기념촬영을 해주자 '차렷' 자세로 촬영에 응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여유왕' 박용만 회장과 '두근공쥬' 현정은 회장
박 회장은 18일 리용남 내각부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서울에서 여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지리적으로 이렇게 가까운데 심리적으로 거리가 상당했다"고 운을 뗀 뒤 "공동의 번영을 위한 자리도 좋고, 인식의 거리를 좁히는 자리도 좋고, 그런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순서대로 자기 소개 한마디씩 하시죠"라며 경제인을 대표하는 리더의 면모도 보여줬다.
북한과 인연이 가장 깊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말 안해도 잘 아시는' 인물이었다. 현 회장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희망하며 평양 곳곳에서 '두근두근' 설레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 회장의 '기대'는 현실에 가까워졌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19일 발표한 '9월평양공동선언문' 에는 금강산관광 정상화를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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