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모르는 그룹임원, 금융계열사 이동 막히나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 2018.09.20 03:59

통합감독 대상 7개 그룹, 39명 비금융출신 임원...지배구조법서 '금융지식' 조건, 통합감독은 '숙려기간' 검토

 금융당국이 최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금융회사 CEO(최고경영자) 자격요건으로 ‘금융분야 지식과 경험’을 처음으로 넣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따라 대기업그룹 임원이 비금융계열사에서 금융계열사로 이동할 때 ‘숙려기간’ 등을 두는 제도 도입도 검토 중이다. 금융회사 경력이 없는 대기업그룹 임원이 곧바로 금융계열사 CEO(최고경영자)나 임원으로 이동하는 인사관행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7개 그룹 금융계열사 임원 39명이 비금융 출신=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인 삼성, 현대자동차, 한화, 롯데, 교보, 미래에셋, DB 7개 그룹의 금융계열사 임원 가운데 총 39명이 비금융계열사에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금융계열사들이 자체공시한 임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교보, 미래에셋, DB 3곳은 비금융 출신 임원이 교보증권, 미래에셋캐피탈, DB투자증권에 1명씩 있었다. 삼성그룹은 총 8명으로 삼성생명 5명, 삼성화재 1명, 삼성카드 1명이었다. 삼성그룹은 비금융계열사 출신이지만 금융계열사를 여러 곳 거친 임원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총 12명으로 현대캐피탈이 5명, 현대카드가 3명, 현대커머셜이 2명, 현대차투자증권이 2명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비금융계열사에서 금융계열사로 넘어온 지 오래된 임원이 많았다.

 반면 롯데그룹과 한화그룹은 그룹에서 주요 업무를 맡다 금융계열사로 곧바로 넘어온 임원 비중이 높았다.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에 비금융계열 출신 임원은 7명으로 롯데카드는 롯데자산개발, 롯데그룹 정책본부, 롯데정보통신 등에서 넘어온 임원이 3명 있었고 롯데손해보험은 롯데쇼핑, 롯데그룹 정책본부, 롯데홈쇼핑 출신 임원이 3명이었다. 롯데캐피탈에는 롯데그룹 인사담당 출신의 임원으로 있었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에는 비금융 출신 임원이 9명으로 한화투자증권이 2명, 한화손해보험이 6명, 한화생명이 1명이었다. 금융계열사로 오기 전 경력은 한화케미칼 인사기획팀, 한화첨단소재 상무보, ㈜한화 세무담당, 한화종합화학 대표이사, 한화테크엠 전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화 출신이 많았는데 이 기업은 방산, 화약, 무역, 기계 등 금융업과 무관한 사업을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한화가 한화건설을 소유하고 한화건설이 한화 금융계열사를 소유하는 구조다.

◇“동양사태 재발 막아야” vs “구시대적 발상”=현재는 통합감독 대상 금융그룹 내 비금융계열사에서 금융계열사로 이동을 막는 규정이 없다. 금융위원회는 2013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도입하기 전 모범규준을 만들면서 보험, 증권, 카드 등 2금융권에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 금융지식 등 일정조건을 충족해야 임원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려다 대기업그룹의 반발로 물러섰다.


 비금융 출신의 금융계열사 이동에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에선 금융회사가 고객의 돈으로 사업을 하는 만큼 금융지식과 금융 관련 경험으로 경영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또 통합감독 측면에서는 기업집단 내 산업부문의 재무 및 경영위험이 금융부문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벽’으로 비금융 출신의 금융계열사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동양증권은 동양그룹 3사의 CP(기업어음)를 마구잡이로 팔았다가 개인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는데 불완전판매가 절정을 이뤘을 당시 동양증권 CEO(최고경영자)였던 유준열 대표는 동양온라인, 동양창업투자, 동양시스템즈 등 비금융계열사 출신이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해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는 금융회사 CEO 요건으로 ‘금융분야의 전문지식 및 풍부한 업무경험과 공정성, 도덕성 및 신뢰성을 바탕으로 직무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법안의 선언적인 문구를 구체화해 시행령에 CEO 기준을 넣겠다는 게 금융위 계획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이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비금융 출신의 금융계열사 이동도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가 비금융 출신의 금융계열사 이동시 ‘숙려기간’을 둬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회사의 장기목표와 전체적인 시너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획일적으로 금융전문성만 강조해선 안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IT(정보기술)와 금융의 융복합 시대에 금융인만 CEO를 하라는 규정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외부인사 영입이 활발한 해외기업과 다른 국내기업의 인사풍토를 고려하면 대기업그룹 내 인사이동에 제한을 두면 금융계열사 ‘순혈주의’만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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