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의 '설렘'
18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첫 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서 평양국제비행장에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정확히 2시간 3분이었다. 서울과 평양의 최단 직선거리는 195km로 서울에서 전주까지(194km)의 직선거리와 비슷하지만 비행시간은 약 1시간정도가 걸렸다.
문재인정부들어 남북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긴 했지만 여전히 휴전선을 기준으로 남북이 대치중인 탓이다. 문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는 비무장지대(DMZ) 상공을 바로 지날 수 없어 디귿자(ㄷ)로 서해를 우회해 평양에 도착했다. 비행경로는 분단의 아픔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날 청와대를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밝았다. 남북간의 이 거리를 조금씩 좁혀나가기 위해 북으로 출발한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참모들과 직원들은 물론 문 대통령의 반려견 마루까지 나와 문 대통령의 방북길을 환송했다.
평양행 전용기가 출발할 성남 서울공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하게될 김현미 국토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모습이 포착됐다. 수행단의 표정은 밝았다.
◇1분간의 '뜨거움'
오전 9시 48분, 문 대통령을 태운 전용기가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했다. 오전 8시55분쯤 성남 서울공항을 떠난 비행기다. 문 대통령이 내릴 준비를 하는 동안 먼저 평양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였다. 인민복을 입은 김 위원장과 감색 투피스 양복 차림의 리 여사는 오전 10시 7분 쯤 문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평양국제비행장 국내선 문을 나섰다.
약 2분 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타고온 전용기 문이 열렸다. 감색 정장에 붉은색 바탕에 회색 줄무늬 넥타이를 한 문 대통령과 흰색 투피스 양복 차림의 김 여사는 레드카펫이 깔린 비행기 트랩을 밟고 내려왔다. 김 위원장 내외는 문 대통령 내외가 계단을 내려올 동안 박수를 치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의 발이 평양 땅에 닿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을 뜨겁게 껴안았다. 그리고 손을 맞잡으며 반가움을 표현했다. 약 20초 가까이 되도록 두 정상은 손을 놓을 줄 몰랐다. 이후 두 정상은 나란히 북에서 준비한 레드카펫 위를 걸었고 인민군 대열 앞에 마련된 단상에도 함께 올랐다. 의장대는 "대통령 각하, 조선인민군 명예위병대는 각하를 영접하기 위해 도열하였습니다"라고 외친 뒤 국빈대우에 걸맞게 21발의 예포를 쏘아올렸다.
두 정상은 사열을 마친 뒤 단상을 내려와 걸으면서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나눴다. 공항에 나온 평양 시민들은 한손에는 인공기와 한반도기, 꽃다발을 들고 두 팔을 들어올리며 두 정상의 만남을 환영했다. 10분간의 공항 환영행사를 마친 후 두 대의 차량에 각각 탑승해 평양공항을 나섰다.
◇5시간의 '진솔함'
남북 정상은 이날 약 5시간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평양시내에 돌입하면서 두 정상이 한차에 동승하면서 부터다. 양 정상을 태운 벤츠 개두차(오픈카)는 백화원 영빈관까지 약 30여분 정도의 거리를 함께 달렸다. 이 때부터 사실상 정상회담이 시작된 셈이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진분홍색 꽃다발을 들고 알록달록한 치마저고리 한복을 차려입은 약 10만여명의 평양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남북정상의 만남을 환영했다. 시민들은 "조국통일"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문 대통령은 화답의 의미로 오른손을 창 밖으로 높게 들어 인사했다.
백화원 영빈관에 한 후 문재인 대통령은 "나와 계신 시민들뿐만 아니라, 아주 열렬히 환영해주시니까 정말로 가슴이 벅차다"고 감사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의 봄이 우리 평양의 가을로 이렇게 이어졌으니 이제는 정말 결실을 맺을 때"라며 "지난 5월에 판문점에 오셨을 때 장소와 환경이 그래서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것, 제대로 한끼 대접해드리지 못한 것이 늘 가슴에 걸려서 오늘을 기다렸는데 오늘 이렇게 오시니 비록 수준이 낮을 수는 있어도 최대한 성의를 다해보려고 한다"고 화답했다.
백화원에서의 간단한 환영식을 마친 후 양정상은 휴식과 이어질 회담준비를 위해 점심식사는 따로 했다. 오후 3시45분쯤 노동당 청사서 다시 만난 남북정상은 오후 3시45분부터 오후 5시45분까지 약 2시간 정도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관계개선,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 중재 촉진, 남북간 군사적 긴장 완화 등을 주재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정상은 이어질 만찬에서도 서로의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대화를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만찬은 6시에 시작해 저녁 9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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