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盧·文 모두 무대는 '평양'…이번엔 첫날부터 '정상회담'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 2018.09.17 16:58

[the300]첫날부터 양 정상 간 밀도있는 대화…靑 "형식적 절차 걷고 실질적 대화"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일정(18~20일)은 단순히 남북 정상 간 만남을 넘어 보다 실질적인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문 대통령처럼 평양에서 2박3일간 북측 정상과 만났지만 회담 밀도와 대화의 양은 이번이 더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선 회담에선 북측과 공식 회담이 둘째날에만 진행된 반면 문 대통령은 첫날부터 김정은 북한 노동당 국무위원장과 공식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文대통령, 평양 도착 직후부터 회담 돌입=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겸 남북정상회담 평양 준비위원장은 17일 서울 중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메인프레스센터에서 "내일(18일) 오찬 후 첫번째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은 이어 "둘째날(19일) 오전에 전날에 이어 정상회담이 이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역대 평양을 무대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첫날 공식 일정으로 정상회담이 예정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실장은 "두 번 회담 모두 첫날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회담을 하고 둘째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했다"며 "이번에는 벌써 (올해) 세 번째 회담이고 일체 형식적 절차를 걷고 첫날부터 곧바로 두 정상 간 회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에서는 첫날에는 우리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교를 위한 약식 회담(김 전 대통령) 정도만 하거나 공식 행사 후 독대(노 전 대통령)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북한과 '첫 만남'을 이룬 김 전 대통령의 경우 2000년 6월13일 평양에 도착한 직후 김 위원장과의 상견례 성격의 약식 회담이 공식 회담과 별도로 이뤄졌다. 환영 행사가 끝난 후 공항에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을 향해 두 정상이 같은 차로 이동하며 40여분 대화했다. 숙소에서도 약 30분 동안 약식회담을 했다. 공식 회담 시간은 3시간 남짓이었지만 독대 시간만 6시간20분이었다. 오·만찬과 서명식 등을 포함한 대면 시간도 10시간 정도에 이르렀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김 위원장과의 총 대면시간이 4시간 정도에 불과했다. 2007년 10월2일 4·25문화회관 앞에서 진행된 환영행사에서만 10분 정도 양 정상이 만났다. 다만 둘째날 약 3시간50분의 정식회담을 제외하면 노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날 오후 공연 관람과 답례만찬에도 김 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이번 평양 회담은 공식회담 시간부터 이전 정상회담에 비해 정상 간 만남이 더 자주, 오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형식적인 회담이 아니라 비핵화라는 핵심 의제에 대해 두 정상이 진정성 있게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문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남북 합의를 차근차근 실천하면서 남북 관계를 내실있게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흉금을 터놓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이번 회담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임 실장도 "일반 정상회담 때처럼 확대·단독회담 등 상투적인 형식보다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8년 만의 '순안공항 포옹'·5개월 만의 '도보다리 회담' 재현될까=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공식 회담 외에도 얼마나 더 오랜 시간 문 대통령과 함께 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도 도보다리 회담 등 비공식 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과 허심탄회 대화했다.

특히 이번 평양 회담이 지난 4월과 5월 남측에서 이뤄진 두 차례 회담의 화답 성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첫날 하루 동안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함께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전 위원장 역시 첫날 우리 대통령들의 환영 행사에 파격적으로 마중나간 만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도착하는 평양 순안공항에서부터 에스코트할 가능성도 관측된다. 김 대통령 시절처럼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같은 차를 타고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하는 장면이 재현되는 것도 예상된다.

공식 회담 시간을 비롯한 독대 시간도 이전에 비해 길어질 전망이다. 청와대가 공식 발표한 첫날 일정에서 오찬과 공식 회담의 다음 일정이 환영 예술공연을 동반한 환영 만찬이다. 오후 내내 두 정상이 함께 있을 수밖에 없다. 둘째날(19일)에도 첫날에 이은 공식 회담과 공동 기자회견 등이 대동강변 냉면집 옥류관에서의 오찬 전까지 오전 내내 진행된다. 지난 4월 회담에서 직접 김 위원장이 평양 옥류관 냉면을 대접하겠다고 하며 환송 만찬에 냉면 기계를 공수해 오기도 했던 만큼 둘째날 오찬도 두 정상이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둘째날 오후 평양 내 주요 시설 참관 등 일정에서 4월 판문점에서의 '도보다리 회담' 같은 두 정상의 독대 장면이 연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날(20일) 오전 중 남측으로 돌아올 예정이지만 회담 분위기가 좋을 경우 이날도 김 위원장과 추가로 친교 모임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임 실장은 "경우에 따라 마지막 날 양 정상 간 친교 일정이 있을 수도 있다"며 "그럴 경우 귀경 일정이 변경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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