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들 하죠. 노동력의 가격인 임금도 그 원리를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이치에서 우리는 거꾸로 가격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가 강하거나, 공급이 부족하거나 둘 모두이거나 한 수급 상황을 유추할 수가 있는 것이죠.
미국 노동시장에서 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지는 모습입니다. 지난 8월중 미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달에 0.4% 올랐습니다.
8월중 임금은 일년 전에 비해 2.9% 올랐습니다. 9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연방준비제도가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부합한다고 보는 임금 증가율 3%선에 다시 바짝 다가섰습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3%를 넘는 임금 상승률이 곧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 3개월 및 6개월 간의 월평균 상승 속도는 각각 0.272% 및 0.260%로 높아졌습니다. 이 모멘텀이 일년 내내 유지될 경우 전년비 임금 증가율은 3.2~3.3%에 달하게 됩니다.
경제성장이 빨라지면 고용이 늘고 실업이 줄어듭니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렇게 굉장히 상식적인 이치가 지난 수년 동안에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여러가지 구조적인 배경이 거론되었습니다. 실업률과 임금 상승률 사이의 역(逆) 상관관계를 설명한 필립스 곡선 이론이 더 이상 경제현실에 맞아떨어지지 않는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필립스 곡선은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왼쪽으로 낮아지는 가운데 임금상승률은 위로 올라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얼마나 올라갈 것인지에 관해서는 불확실성이 매우 많습니다.
하지만 이 임금을 통해 우리는 미국 노동시장에서 노동력이 부족해지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죽은 듯하던 필립스 곡선마저 살려낼 정도의 노동력 품귀 현상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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