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용산공원에 50만호? '콤팩트시티론' 부상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김영선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김준석 인턴기자, 유엄식 기자, 송선옥 기자 | 2018.09.12 09:08

['콤팩트시티'가 집값 잡을까] (종합)

/사진=이미지투데이




용산공원에 임대주택? 미친 집값에 '콤팩트시티론' 급부상



[그린벨트 해제 논란] "고밀도 도시재생으로 토지활용" 공약·기존정책 떠나 현실적 대안 필요…'신중론'

"용산국가공원 부지에 임대주택 50만호를 허하라."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국민 청원 내용이다. 서울의 상징이자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용산공원 자리에 대규모 초고층 임대 주택을 지으면 집값 안정에 확실한효과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미친 집값'을 잡기 위해선 그만큼 충격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용산국가공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지만 오랜 기간 외국 군대가 차지했던 땅을 되찾아오는 역사적 의미가 깊은 곳이다. 국가공원을 위한 사회적 논의만 십여년 이상 지속됐고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으로 그 용도를 못 박은 땅이기도 하다. 집값을 잡을 만큼 대규모 임대주택을 짓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관계자는 "장기간 국민 공감대를 형성해 어렵사리 특별법을 제정했는데, 이제와서 집값 잡는 목적으로 변경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게다가 일부 청원이 전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부동산업계에선 용산공원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약 5만가구 정도의 주택을 공급할 부지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 미군부대 안에도 녹지가 없고 미군이 쓰던 대지 상태의 지역을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용산국가공원 부지를 주택용도로 활용하는 것엔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다만 부득이하게 일부 지역에 한해 짓는다면 또 다른 투기의 장이 되지 않도록 반드시 영구임대주택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청원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차라리 용산에 초고층 오피스를 지어 개발이익을 거둬들이고 그 자금으로 서민 주거를 지원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10층 지을 것을 20층 짓게 하고 대신 서민과 청년을 위한 주택을 공급하게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용산공원 부지 내 임대주택 건립과 서울시내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시장은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환경포럼에서 “그린벨트 해제는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며 기존 원칙을 고수했다.

뾰족한 대안은 없다. 결국 미래 세대를 위해 공원과 녹지를 유지하려면 서울시내 토지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서울은 저층 주거지 위주의 제한된 도시재생이 아니라 고밀도의 압축적 도시재생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서울에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의 80% 이상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일반공급분인데 이를 규제하다 보니 다세대·다가구만 난립하고 있다"며 "재개발·재건축을 수용한 일본식 도시재생관점을 참고해 서울도심은 고밀도로 개발하는 게 장기적으로 도시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자족기능을 갖춘 곳으로 개발한다"는 당초 목표와는 달리 사실상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며 투기장화된 수도권 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수요가 몰리는 서울 도심 내 토지의 활용도를 높여 고밀도로 개발하되,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교통·환경 문제를 최소화하고 친환경적 개발을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실히 제공하는 대신, 개발이익을 철저히 환수해 해당지역의 인프라 건설과 함께 주거복지에 활용하자는 제안도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시대착오적 토지사용 용도 규제를 폐기하고 그에 근거해서 만든 서울시 도시계획도 수정해야 한다"며 "용적률, 건폐율, 층고 규제를 바꾸고 도심 지역의 토지를 놀려두고 있어도 보유세 부담이 낮아 매각 압력이 없는 세금 제도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미일의 도심 고밀도 개발은 ‘도심 공동화’ 막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 논란] 뉴욕은 스프롤 현상 막기 위해 도심개발…도쿄는 고령화에 대응위해 고밀도 개발

5월 5일 맨하탄 스카이뷰와 뉴욕시 야경<br>/AFPBBNews=뉴스1

1월 20일 도쿄 도심의 모습/AFPBBNews=뉴스1
해외에서 콤팩트시티 개념이 도입된 것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도심 공동화 현상을 해결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뉴욕시이다. 뉴욕의 콤팩트시티 사업은 도시 스프롤 현상이 계기가 됐다. 도시 면적이 확대되면서 도심에는 공동화가 야기되는 현상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2003년 보고서에 따르면 1982년부터 1997년까지 15년간 뉴욕시의 면적은 30% 증가한 반면 시가지 인구밀도는 21% 감소했다. 스프롤 현상이 도시문제가 되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성장 논의가 시작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도심 소형주택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 콤팩트시티 정책이 가속화했다.

뉴욕시의 '브롱스 웨스트 팜' 프로젝트는 낙후된 공업지역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1325세대의 주택과 상업지역을 갖춘 10개의 빌딩을 건설해 주거와 생산, 상업 기능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다. 맨해튼의 '허드슨 야드' 프로젝트는 250억 달러(약 28조1200억 원)를 쏟아 부은 역대 최대 규모의 개발 사업으로 실제 용적률이 최대 3300%에 달한다. 이 결과 지난해 뉴욕시 주택 인허가 증가율은 15.4%로 미국 평균(4.8%)을 크게 웃돌았다. 덕분에 2014년 이후 미국 평균 집값이 5% 오를 때도 뉴욕시의 집값 상승률은 3% 안팎 정도였다.

일본은 급속한 고령화 문제 해결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콤팩트시티 사업 필요성이 커졌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인한 '잃어버린 20년'으로 일본의 국가경쟁력과 도쿄의 국제경쟁력이 약화하자 일본 정부는 기존에 고수하던 도심기능 분산정책을 과감히 철회했다. 대신 다양한 기능을 집적한 복합 건물 공급을 구상했다. 이를 통해 토지 가격을 끌어올리고 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목표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도쿄 내 17개 지역에서 대규모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했고 부동산 관련 기업들이 적극 참여토록 용적률 이전이나 건축물의 용도 교환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도쿄의 ‘롯폰기힐스’ 프로젝트는 과거 국제적이고 문화가 활성화됐던 지역 특성을 되살려냄으로써 인구 유출을 막은 사례로 꼽힌다.

롯폰기힐스 재개발 사업을 진행한 모리빌딩의 모리 히로 부사장은 "고령화 시대엔 도심 고밀도 개발이 바람직하다"며 "건물 높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건 난센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아베 신조 총리는 2020년까지 도쿄를 콤팩트시티화 한다는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2014년 5월 1차 국가전략특구 지정을 시작으로 토지이용규제를 대대적으로 풀고 있다.

하지만 콤팩트시티가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도시 간 주택환경 격차가 벌어지고 대중교통 부족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도시계획이 저렴한 주택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콤팩트시티가 집값 안정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아직 증명된 것이 없다.

브래든 글레슨 호주 멜버른대학 교수는 "도시 집중이 심화할수록 더 효과적이고 세밀하며 과학적인 도시 계획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영선 기자, 김수현 인턴기자, 김준석 인턴기자



'그린벨트 해제' 논란...'도심 고밀 개발' 해법되나



[그린벨트 해제 논란] 막대한 토지 보상금에 집값 안정 효과도 의문, 저층 주거지 용적률 상향 등 대안 거론


"노무현 정부 당시 그린벨트를 해제했을 때 수도권 땅값이 요동쳤고 이명박 정부 역시 그린벨트를 풀어 조성한 서울 세곡동 보금자리주택지구 아파트도 서민들이 들어가 살 수 없는 초고가 아파트가 됐다.”


환경단체 연합인 한국환경회의는 지난 10일 서울시청 앞에서 정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해제 추진 반대 시위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11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검토 중인 서울 근교 그린벨트 해제 정책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토지 수용을 위해 막대한 보상금이 필요한데다, 이곳에 주택을 싸게 공급하더라도 집값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그린벨트에서 해제한 성남시 금토동 땅값은 10개월여만에 2~3배 급등했다.

이번에 정부의 공식 발표 전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 거론된 △과천 선바위역 일대 △의왕 월곶판교선 청계역 일대 △안산 반월역 주변 일대 등은 토지 매입 문의가 빗발치면서 호가도 뛰었다. 택지지구 지정시 보상금을 노린 투자 수요가 쏠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그린벨트 지역에 주택을 짓더라도 집값 안정 효과가 미미하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저렴하게 분양해도 일대 집값과 키맞추기를 하면서 또 다른 ‘로또’ 아파트만 양산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일례로 2011년 강남구 자곡동과 세곡동 일대 공급된 보금자리주택 전용 59㎡ 분양가는 2억2000만원 안팎이었으나, 현 시세는 이보다 4배 이상 높은 9억~10억원에 형성됐다.

경기나 인천 등에 주택공급을 늘려도 교통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서울 중심지에 직장이 있는 실수요자들의 거주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고려해 서울시내 일부 그린벨트 해제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다른 정책 대안을 우선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미세먼지 문제로 시민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하는 녹지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뜻도 포함됐다.

앞서 서울시는 중장기 개발이 가능한 시내 37곳의 유휴 철도부지와 역세권 청년주택사업 부지 확대 등을 대안으로 검토키로 했다. 다만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여론도 있어 계획된 주택공급 목표를 맞추기는 녹록지 않다.

이런 이유로 저층 주거지역이나 준주거지역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연면적 비율)을 높여 주택공급을 늘리는 '도심 고밀' 개발도 해법으로 거론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실수요자들은 집을 구할 때 조금이라도 직장과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며 “도심 역세권 고밀 개발로 이런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의 경계가 점차 약화되는 현실을 고려해 도시계획 방향을 새롭게 짜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현재 서울 부동산시장 여건을 보면 주택공급 문제는 한가지 방법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장기적 측면에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서울시가 추진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고 유휴 철도부지 등 신규택지 개발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엄식 기자



"최선의 대안" vs "못쓰는 카드"...'콤팩트시티' 전문가 의견은



[그린벨트 해제 논란] "서울시, 지하철 발달로 도심 고밀도 개발 비용 커" vs "집값 상승기에 콤팩트시티 힘들어"

"서울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나 편리한 지하철 등을 고려하면 도심을 고밀도로 개발하는 '콤팩트시티'가 서울 집값 상승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집값이 안정적일 때는 '콤팩트시티'가 의미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선 꺼낼 카드가 못 된다."

부동산 업계와 학계에서는 서울 집값 상승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콤팩트시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현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고개를 내젓는다. 또 계획 의도보다는 개발 위주의 정보에만 매몰돼 집값이 또다시 요동칠 수 있는 만큼,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이를 인프라 건설과 주거복지에 재투자하는 등의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콤팩트시티의 대표적 사례는 일본 도야마시가 꼽힌다. 인구 감소로 고민하던 도야마시는 대중교통망을 정비해 주거지역에 인구를 집중시키는 대중교통중심도시(TOD) 계획을 수립했다.

생활편의시설을 인구가 많은 도심에 집중시켜 도시재생에도 성공했다. 신도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등 도시 확장보다는 도시 주요 기능을 도심에 모아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 바로 '콤팩트시티'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도심에 고밀도로 집을 지으면 교통사정이 나빠진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외곽에 사는 사람들의 출·퇴근에 따른 교통혼잡이 훨씬 더 심하다”며 “서울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발달한 도시인만큼 역세권에 밀도 높게 집을 지으면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개발세대는 장시간 소요되는 출·퇴근을 당연한 것으로 인식했지만, 문화를 중시하는 현재의 젊은 세대일수록 가족 간의 소통과 자아실현 등을 위해 도심에 살려는 욕구가 더 크다는 의견이다.

강남 수요가 특히 교육에 초점을 둔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교육 수요가 없는 가구가 모든 시설이 갖춰진 도심의 복합주거시설로 옮겨가고 강남에 교육 수요가 있는 가구가 자리잡으면서 주거 순환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콤팩트시티의 이점으로 꼽힌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콤팩트시티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공급을 하더라도 위치와 규모 등 수요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심 개발에 따른 기대심으로 단기간 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수급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단기간의 가격 변동보다는 도시 전체의 10년, 20년 미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미 서울은 압축도시화를 겪은 콤팩트시티로 볼 수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지만 압축 도시화에서 빠지는 지역의 경우 생활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산업진흥실장도 “인구가 줄어들고 외곽지역의 교통망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등으로 고려할 때 콤팩트시티는 서울이 나아갈 방향”이라면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개발 방안이 사실상 콤팩트시티와 일맥상통했으나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콤팩트시티를 고려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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