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전·현직 판사 '조직적 증거인멸' 수사…"사법시스템 무력화"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8.09.11 17:01

[the L] 법원, 압수수색영장 처리 미루는 동안 전직 판사 '대법원 반출 자료' 폐기

대법원 기밀 자료를 무단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1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을 마친 뒤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이날 서초동 유 전 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 했다. 2018.9.11/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 재판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전직 판사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후 관련 자료들을 모두 폐기한 것과 관련, 검찰이 전·현직 법관들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꾀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유해용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가운데 유 변호사가 김모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으로부터 전달받은 통합진보당 관련 소송 자료에 대해서만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이를 집행했다.

그러나 일부 출력물을 제외하고는 대법원 반출 자료들이 대부분 사라진 상태여서 검찰은 관련 소송 자료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 6일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직후 출력물 등의 자료는 파쇄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는 본체에서 제거한 뒤 분해해 자택 근처에 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 파기를 막기 위해 신속히 영장심사를 해달라고 특별히 여러 차례 요청했음에도 영장심사가 아무런 이유 없이 3일간 미뤄졌다. 그렇게 미뤄지는 동안 형사사건의 증거물임이 명백한 대량의 대법원 재판 자료가 고의로 폐기됐다"며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법시스템이 마치 보란 듯이 무력화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관련 문건이 법원행정처에 전달되는 과정에 유 변호사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관련 문건을 확보하기 위해 5일 유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도중 대법원에서 반출된 문건을 발견했다. 검찰은 재판 검토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의 재판 관련 기밀 문건으로 의심되는 문건과 파일이 다량 저장돼 있는 것을 확인한 후 법원에 이를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추가 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날인 6일 이를 기각했고 검찰은 7일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다시 청구한 이 영장은 나흘이 지난 10일에야 대부분 기각되고, 통진당 관련 소송 자료에 대해서만 발부됐다.


검찰은 증거물 확보가 긴급한 상황임에도 법원이 영장심사를 이유도 없이 사흘이나 끈 것이 유 변호사의 자료 폐기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영장심사를 맡은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2014년 유 변호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증거인멸 행위와 관련, 유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확보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전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유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일 1차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영장에서 허용한 특허사건번호 외에 다양한 검색어를 입력해 무려 5시간 가까이 최대한 많은 파일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등 별건 압수수색의 의도가 명백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폐기한 자료들에 대해서도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 연구관들이 작성한 검토보고서와 의견서를 제가 연필로 수정하거나 개인 의견을 적은 초안들이라 공무상 비밀 또는 공공기록물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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