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에 맞서 돌 대신 글을 던진 100년전 여성 작가들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 2018.09.14 05:15

[따끈따끈 새책]'경희, 순애 그리고 탄실이'…한국 1세대 여성작가 나혜석·김일엽·김명순의 대표작

여성에게 '자유로운 삶'이 존재하지 않았던 100여 년 전,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싸운 이들이 있었다. 한국 1세대 여성작가 나혜석, 김일엽, 김명순이 그들이다.

책은 나혜석의 소설 '경희' 발표 10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경희'를 비롯해 김일엽의 '순애의 죽음', 김명순의 '탄실이와 주영이' 등 각 작가를 대표하는 총 12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나혜석의 첫 소설이자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경희'는 한국문학사에서 여성의 이름을 제목으로 한 최초 소설이다. 신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세련된 표현으로 대항한 작품. 소설 속 경희는 안정적인 가부장적 삶 대신 불안정하지만 선구적인 개인의 삶을 추구한다. 가사노동 능력도 탁월하다. 가정학, 위생학, 도화와 음악 등과 결합한 전문적인 경지에 이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여성은 사치스럽고 방탕하고 게으르고 집안일에 서툴다는 편견을 깬다.

김일엽의 '순애의 죽음'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다뤘다. 성폭력을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 중 하나로 인지하고 그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지 폭로한다. '탄실이와 주영이'는 김명순이 '나쁜 피'를 물려받은 태생적 부도덕 때문에 강간을 당한 것이라는 사회가 씌운 프레임을 벗어던지기 위해 쓴 자전적 소설이다.


세 명의 동갑내기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뛰어난 문학성과 새로운 생각을 보여줬다. 하지만 당시 많은 남성작가들의 혐오와 조롱, 질시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작품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그들은 편견에 굴하지 않고 돌 대신 묵직한 작품을 세상에 던졌다.

◇경희, 순애 그리고 탄실이=나혜석, 김일엽, 김명순 지음. 심진경 엮음. 강유진, 김선두, 박영근, 방정아, 이진주, 정종미 그림. 교보문고 펴냄. 352쪽/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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