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남북이 연결된다, 한반도 신경제 여섯 빛깔은?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김민우 기자, 김평화 기자, 이건희 기자, 권다희 기자, 서동욱 기자, 한지연 기자, 김성휘 기자 | 2018.09.11 05:30

[남북이 연결된다]<2>(종합)



한반도 신경제 연결할 여섯빛깔 무지개



[남북이 연결된다]<2>연결의 모습① 길·돈·땅·人·力·흥 연결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뉴스1)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진입할 연결의 시대는 경제·사회·군사관계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경제협력에는 도로와 철도 연결(길), 각종 대북투자(돈), 자원개발과 자연생태계(땅) 연결이 대표적이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사람·人), 군사적 대치 완화(힘·力), 문화와 역사 교류를 통한 동질감 회복 등 6대 영역이 남북 연결의 대표분야로 좁혀진다.

◇경제 연결은 길·돈·땅으로= 10일 청와대는 주요 경제인들이 특별수행원 형태로 평양에 동행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수행원·언론·실무진을 합쳐 총 200명이 방북하는 만큼 경제인이 대규모로 포함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경제인들과 함께 남북의 실질적 경제 연결을 모색하는 취지다. 규모와 무관하게 경제인들의 역할이 주목된다.

남북이 연결된다-연결의 모습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문 대통령은 경제인들이 동행한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동북아철도공동체 및 통일경제특구 설치 관련 구체적 '평양 합의'를 모색할 전망이다. 자원 공동개발의 구체적 시간표도 논의할 수 있다. 모두 남북 경제 연결의 대표적 분야다.

우선 길은 경제의 통로이자 핏줄이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러시아는 '신(新)동방정책'을 내세운다. 남북의 연결을 한반도와 대륙의 연결로 이어가려는 문 대통령 구상은 길 없이 불가능하다. 남북 철도 연결로 대륙횡단열차가 달린다면 중국과 러시아, 유럽까지 물류와 수출을 연결해 동북아 인프라를 완성하는 경제 성장의 모멘텀이 된다. 남북한-러시아 가스관 등 에너지의 길도 주요 연결 프로젝트다.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를 포함한 대북 투자도 꿈틀댄다. 대북투자 사업 중 자원개발도 눈여겨 봐야 한다. 남북한이 추진한 7대 경협 사업 중 '단천지역 지하자원 개발사업'(이하 단천사업)은 개성공단,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에 이어 세번째로 큰 이익을 가져올 사업으로 꼽힌다.

◇사람·안보·문화 연결 필수= 남북정상회담 의제 가운데 인도주의적 교류확대도 주목된다.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해 의료, 보건, 복지 지원 등이다. 미국과 유엔(UN)의 경제제재와 충돌 없이 먼저 추진이 가능한 게 장점이다.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 가운데 생존자는 5만명에 육박하는데 70대 이상이 85%일 정도로 고령화가 진행됐다. 상봉 정례화, 전면적 생사확인, 고향 방문 등 교류 확대 방안이 거론된다. 통일부는 내년 이산가족 교류 지원예산을 336억원으로 책정, 올해보다 3배 가까이 늘렸다.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높다. NLL(서해북방한계선) 주변 평화수역화, 북한의 장사정포 후방 배치 등 단계적 군축 로드맵이 거론된다. 지난 5일 대북특사단으로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결과 브리핑에서 "남북 간 진행 중인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 진전시켜 나가고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 신뢰 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화교류도 확대돼야 한다. 지난 2월 평창올림픽에서 시작한 남북 단일팀은 통일농구대회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졌다. 평창 때 여자 아이스하키 부문에서만 단일팀이 가능했지만 아시안게임에선 여자농구와 카누, 조정으로 단일팀이 확대됐다. 산림협력, 개성 만월대 등 문화재 공동발굴, 일본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봉환 공동사업, 우리말사전 편찬도 한민족의 '흥'을 돋울 수 있다. 북한의 삼지연 관현악단과 남한의 예술단이 서울-평양을 오가며 공연했고, 평양서 남쪽의 공연 '봄이 온다'를 본 김정은 위원장이 '가을이 왔다'는 공연을 제안하기도 했다.

각각 길·돈·땅·사람(人)·힘(力) 그리고 흥의 여섯빛깔은 남북 연결시대를 상징한다. 다만 남북 경제연결의 걸림돌인 UN 안보리와 미국의 북한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남북은 비핵화 진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청와대 또한 남북간 경제 비전을 공유한 건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비핵화 진전 없이 경협이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는 데 부담을 느낀다. 이에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동의를 호소하는 등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김하늬 기자




한반도 대동맥 '길'…공동번영의 시작, 언제쯤?



[남북이 연결된다]<2>연결의 얼굴들 ②철도·도로 현대화…文 "연내 착공 목표"

연내에 남북을 잇는 철도·도로 공사가 착공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구상대로라면 말이다. 그러나 남북철도·도로를 잇기 위해서는 재정투입이 수반된다.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이 필요한 이유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을 피하는 것도 숙제다.

남북 정상이 관계정상화를 위한 첫번째 과제로 선택한 것은 '연결된 길'이었다. 지난 4월27일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정상은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야 본격적인 경제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판문점 선언의 주요 내용은 이산가족상봉, 평화지대 설정 등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방안이 주로 채워졌다. 그러나 철도와 도로 연결은 남북경제협력 분야 중 거의 유일하게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남과 북 양측 모두가 중요시하는 사업이란 의미다. 철도, 도로 현대화는 4·27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분야다. 북한은 최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이 분야 협력을 강조했다. 북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철도·도로 등 인프라 건설이 선결돼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철도와 도로의 연결은 한반도 공동번영의 시작"이라는 판단했다. 8.15 경축사에서 이같은 인식이 잘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철도, 도로 연결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등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공동체는 우리의 경제지평을 북방대륙으로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돼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방안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이 그 첫 관문이다.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건설하기위한 재정조달방안, 국회비준을 통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안정적인 남북관계를 이어가기위한 제도적 '안전핀'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물론 야당의 반대가 변수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도 걸림돌이다. 안보리 결의 2375호는 대북 투자 및 합작사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공공 인프라 사업'에 한해 제재를 적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이는 합작사업의 설립과 운영에 한정돼 있다.

결국 이 문 대통령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결과를 토대로 한국과 미국·북한이 엮인 3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김민우 기자




돈 되는 남북 경협, 최소 170조원 '실속' 찾자



[남북이 연결된다]<2>연결의 얼굴들 ③돈, 대북제재 '수문' 열리면 경제수위 높아진다

돈이 통하면 사람이 연결된다. 남과 북의 사람이 통하면 평화가 연결된다.

남북경협은 평화 국면에서 남북 양측이 얻을 수 있는 '실속'이다. 먹고 사는 문제, 돈이 달린 문제는 양측의 가장 큰 관심사다. 답보하는 성장률과 고용 악화를 겪는 남측에 유전은 없지만 북한엔 있다. 핵 대신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북측에게 남한은 '동앗줄'이 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 17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5조7000억원 규모다. GDP(국내총생산)를 0.3%p(포인트) 증가시킨다.

개성공단 사업 역시 공공성보다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진다. 돈이 돼야 사람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없는 곳에 투자하면 부담만 커진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우선 이번주 후반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열린다. 표면적으론 연락사무소가 경협과 무관하다. 다만 연락사무소가 남북경협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가 만연하다. 독일의 사례가 있다. 통일 전 서독과 동독은 상주대표부를 설치했다. 이곳을 통해 교류협력 분야를 넓혔다.

'남쪽 개성공단'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경기도·강원도 등 남측 군사분계선 접경지역에 남한의 기술·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 통일경제특구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국내외 건설사 등 잠재적 투자자들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동강 트럼프타워, 맥도날드 평양점처럼 외국 자본들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안보를 보장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가 전제조건이다. 남북 정상도 이 점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현재 풀 수 있는 문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두 정상이 '돈의 연결'에 대한 합의를 이뤄낼 지 주목된다. 손을 놓고 기다리는 대신 착실히 준비해야 효과도 빨리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북재제란 수문이 열리는 즉시 국민들의 주머니를 채울 수 있도록, 경제 다방면에서 물을 채우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북한 관광을 개발해 남북 경협을 확대할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관광산업은 부가가치가 높다. 여행지에서의 좋은 기억은 남북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북한 관광 역시 수익성이 우선이다. 여당 관계자는 "유관기관에서 당일치기 개성여행 코스가 가능할 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을 모두 고려해 수익성 있는 사업들을 살펴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강산 관광 재가동도 유력한 카드다. 남북 공동 금강산종합개발사업은 1998년 해로 관광으로 시작했다. 2003년 육로 관광, 2007년 내금강 추가 개방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됐다.

10년간 누적 관광객은 194만명에 달했다. 2008년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으로 관광사업은 단절됐다. 당초 남북은 2020년까지 금강산 관광 지역에 호텔, 스키장, 골프장, 공항 등의 시설을 개발하고 백두산 관광까지 확대하는 중장기 계획까지 염두에 뒀었다.

주무부처 통일부도 바쁘게 움직인다. 부처 내 '한반도 신경제지도 TF'를 설치했다. 경제협력기반 세부사업 예산을 2480억원 책정했다. 전년보다 1000억원 이상 증액했다. 유비무환, 최대한 준비해 성과를 극대한다는 전략이다.

김평화 기자




'4.1조원' 北단천 개발…'7000조원' 지하자원 향한 첫 발



[남북이 연결된다]<2>연결의 모습④"경협효과 170조" 보고서에도 포함된 지하자원

4조원에서 시작해 38조원, 멀리는 7000조원까지. 오는 18일~20일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남한과 북한이 지하자원으로 '연결'될 경우 기대되는 경제효과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향후 30년간 남북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최소 170조원"의 근거가 된 보고서에도 지하자원은 중요한 남북한 사업 중 하나로 담겼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지난해 12월 내놓은 '남북한 경제통합 분석모형 구축과 성장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남북한이 추진한 7대 경협 사업 중 '단천지역 지하자원 개발사업'(이하 단천사업)이 개성공단과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에 이어 세번째로 이득을 가져다 줄 사업으로 꼽혔다.

단천사업은 2007년 당시 남북 정상이 양질의 광물자원 안정적 확보(남한), 지역경제 발전(북한)을 위해 함경남도 단천지역 3개 광산(검덕·룡양·대흥)을 개발하기로 한 사업이다. 주요 품목은 마그네사이트·연·아연이다. 30년짜리 중장기 비전을 갖고 준비됐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정부 출범과 함께 남북관계 경색으로 현재까지 중단됐다.

단천사업을 다시 추진할 경우 남한은 30년 동안 4조1000억원의 성장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초기 4년 동안 광산 및 가공공장, 인프라 건설에서 집중적으로 경제효과를 얻는 것이다.

만약 북한과 남한의 수익을 합칠 경우 이 사업의 30년 누적 성장효과는 38조5000억원으로 급증한다. 북한에 설치될 복지·교통 등 인프라가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 줄 거라고 본 것. 보고서는 이 사업이 철도·도로사업처럼 남북 공동이득 사업이 될 거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단천사업의 재개는 총 7000조원 규모의 마그네사이트·아연·납·흑연·텅스텐·무연탄 등 북한 지하자원 개발의 신호탄이 될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포함한 단천 개발이 물꼬를 틀 거라는 전망이다.

재단법인 여시재는 지난해 5월 일찍이 '북한의 지하자원과 남북자원협력' 정책 보고서를 내놓고 남북자원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은 "석유, 희토류를 제외해도 북한의 지하자원 가치는 통일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7000조원"이라며 남북자원협력 유망산업으로 △제철산업 △C1(탄소하나)화학공업 △미래첨단산업(희토류) △아연산업 △광물소재·광산설비산업 등을 꼽았다.

다만 법·제도 정비, 남북주도의 국제협력, 북한 자원개발의 국제신뢰 확보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제언했다. 1년 이 넘은 현재도 이들 과제는 여전히 남북이 풀어가야 할 숙제다.

근본적으로는 유엔안보리와 미국의 북한 제재가 걸림돌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7월 발행한 '남북경제협력의 현황과 재개 방안'에서 미국이 제재 문제를 북한의 비핵화조치와 연계해 향후 관련 협상의 최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북한의 현금 거래와 물자 수출은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제재로 전면 차단돼 있다.

북한 자원개발을 적극적으로 하기 위한 국내 법 정비도 아직 논의단계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사업범위에 남북 간 광물자원 개발을 추가하는 내용의 '한국광물자원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광물자원공사 통합작업 등 공사 내부 문제가 있어 논의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부 관련 업계는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는 등 자원개발 대응에 속도를 냈다. 포스코는 지난달 31일 '대북사업 TF'를 발족했다. 이들은 2007년 단천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살려 향후 남북 자원개발 분위기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건희 기자





기약 없는 이별 언제까지…상시상봉 방법 찾을까



[남북이 연결된다]<2>연결의 모습 ⑤사람…남북 이견, 美 제동, 남남갈등서 벗어난 이산가족 문제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간 현안 중 가장 당위적 문제다. 그만큼 오는 18~20일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빠른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지점이다. 대북제재 엄수를 강조해 온 미국의 '눈치'와 남북관계를 두고 벌어지는 남남갈등에서도 이산가족 문제만은 '예외'에 가깝다.

실제로 4·27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내용 중 가장 빨리 이뤄진 성과 중 하나가 이산가족 상봉행사다. 나란히 명시됐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나 '철도·도로 현대화를 위한 실천적 대책'이 북측과 협의 지연, 미국의 '제동' 등으로 감속한 것과 대조적이다.

판문점선언은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친척 상봉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이후 6월 22일 남북적십자회담에서 개최 일자를 8월 20~26일로 확정했다. 이전에 비해 북측과 협조도 잘됐다고 평가됐다.

대북제재에 엄격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미국도 상봉행사 준비에는 특별한 제동을 걸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상봉행사 시설 개보수에 제재 예외가 먼저 인정된 데 대해 "인도적인 차원이고 상봉 일자가 확정돼 차질 없이 준비하기 위해 속도가 나지 않았나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남갈등'에서도 벗어나 있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등 쟁점에서 정부·여당과 날을 세운 자유한국당의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에 "빠른 시일 내에 상봉이 추진돼야 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 최대한 빨리, 많은 이산가족들에게 기회를 주느냐의 '방법'을 확정하는 과제가 남았다. 현재 가장 구체화된 방안은 이르면 10월 말 개최가 추진 중인 상봉행사다. 8월과 유사한 규모의 이 행사는 현재 북측이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으며 남북간 협의가 진행 중이다.

궁극적으론 '상시상봉' 체제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산가족 고령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상시 상봉, 전면적 생사 확인, 고향 방문 등 상봉 확대방안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미국의소리와 인터뷰에서 "11월 500명 규모의 이산가족들이 금강산을 방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2008년 완공된 금강산면회소의 활용도 제고 등도 상시상봉을 위한 방법으로 꼽힌다.

한편 법에서 정의한 이산가족은 군사분계선 이남과 이북에 흩어져 있는 8촌 이내 친척, 인척, 배우자 또는 배우자였던 자다. 북한에 가족이 있는 인구는 약 60만~70만명으로 추정된다. 통일부에 이산가족찾기 신청을 한 사람은 약13만명이며 이 중 사망자가 7만5000명 이상, 생존자 중 70대 이상이 85%다.

권다희 기자




가장 극적인 긴장완화 '장사정포 후방배치' 이뤄지나



[남북이 연결된다]<2>연결의 얼굴들⑥군사분야 적대행위 중지·군통신선 복구

오는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4·27 판문점선언 이행과 북한의 비핵화 실천 방안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특히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지난 5일 대북 특사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던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튿날 브리핑에서 "남북 간 진행 중인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대화를 계속 진전시켜 나가고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 신뢰 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단살포 중지에서 GP 시범철수까지 = 남북 군사당국은 판문점선언 이후 3차례 만났다. 6월에 8차 장성급회담과 대령급 실무접촉을 개최했고 7월 들어 9차 장성급회담을 열었다.

판문점선언 이후 열린 군사회담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체육 관련 회담 등과 비교하면 무겁고 신중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군사분야 자체가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남북 군사 당국은 3차례 만남을 통해 확성기방송과 전단살포 중지, 군 통신선의 정상화를 이뤄냈다. 군 통신선의 완전한 복구는 군사적 충돌을 막아주는 가장 직접적 조치로 평가된다. 우발 상황이 발생하면 1차 판단을 내려야 하는 군 당국자들이 대화를 통해 양측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남북 함정간 해상 핫라인인 국제상선공통망도 정상 가동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상에서 기동하는 양측 함정에 대해 핫라인 역할을 하는 국제상선공통망으로 상호 의사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질적 긴장완화의 첫걸음으로 평가되는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철수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남북 모두 10여개 내외의 GP를 철수하기로 한 것인데 GP 철수는 남북한 군사적 대치와 긴장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남겨진 과제는 = 남북이 판문점선언을 통해 합의한 군사분야 의제는 크게 △확성기방송과 전단살포 중지 △서해 NLL(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추진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단계적 군축 등 네 가지다.

NLL 평화수역 추진과 단계적 군축방안의 실효적 조치들이 시작된 만큼 진전된 합의를 이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NLL 문제가 언급되긴 했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NLL 핫라인이 가동되면서 이곳에서의 군사적 충돌 위험은 현저히 낮아졌다. 다만 북한이 이 지역을 '서해 열점수역', '서해 분쟁수역' 등으로 지칭해 온 만큼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지가 미지수다.

군사분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철수하는 문제가 본격 논의될지도 관심이다. 장사정포의 후방배치는 남북 병력선의 재배치 문제와 맞닿아 있다.

남북이 DMZ 내 GP 철수를 논의하고 있지만 장사정포의 후방배치는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동시적이고 단계적으로 병력을 철수해 가자면 상호 병력이나 화기 규모에 대한 공동 조사가 필요하고 각각의 배치선을 어디로 정할지도 민감한 문제다.

장사정포는 남측의 수도권을 겨냥한 핵심 재래식 전력인 만큼 후방철수가 이뤄지면 군사적으로 대단히 큰 의미를 갖는다. 군사 전문가들은 "장사정포 후방 배치가 합의된다면 종전 이후 가장 극적인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동욱 기자




정상회담 물꼬 튼 평창올림픽…문화 통일 코 앞에



[남북이 연결된다]<2>연결의 모습 ⑦문화교류, 한반도 녹였다

'한반도의 봄'을 가져온 첫 햇살은 문화 교류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를 전격 결정하면서다. 체육을 명분으로 북한은 국제 무대로 걸어 나왔다. 덩달아 문화 교류도 이어졌다. 올림픽 직전엔 북한 예술단이 서울을 찾았고 봄바람이 불던 4월엔 한국 예술단이 북한을 찾았다.

문화와 체육.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은 부분에서 교류는 시작됐다. 휴전선 철조망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 남북 간 이질성이 짙지 않은데다 '한민족'을 강조하기도 쉽다. 일방적 지원이 아닌 상호 협력의 모양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올림픽을 전후로 트인 물꼬는 경직된 분위기를 한층 누그러뜨렸다. 4·27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결정적 단초가 됐다.

남북 선수단은 아리랑 선율에 맞춰 공동입장했다. 이는 통일농구대회와 아시안게임으로 이어졌다. 남북 통일농구대회는 2003년 이후 15년만에 다시 열렸다. 지난 7월 평양에서 한 차례 경기를 가졌다. 다음달 초에는 서울로 장소를 옮겨 승부를 벌인다.

함께 땀을 흘렸지만 아직은 어색했던 체육 교류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평창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부문에서만 단일팀을 꾸렸던 남북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선 여자농구와 카누, 조정으로 단일팀 종목을 늘렸다. 아시안게임에서 용선 단일팀은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여자 농구 단일팀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

예술 교류도 활발히 이뤄졌다. 평창올림픽 응원을 위해 삼지연 관현악단을 포함한 북한 예술단과 응원단 등이 경의선 육로로 방남해 화제가 됐다. 예술단은 강릉과 서울에서 한차례 씩 공연했다. 응원단은 아이스하키 단일팀 경기뿐만 아니라 일부 남한 선수들 경기에서도 응원전을 펼쳐 여론의 호감을 샀다.

남한 예술단도 북한 예술단의 공연에 대한 답례로 지난 4월 평양을 찾았다. '봄이 온다'는 부제 아래 남한 예술단은 단독 공연과 남북 합동공연을 각각 한 차례씩 열었다. '레드벨벳' 등 아이돌 가수들까지 참여한 남한 예술단의 공연을 지켜본 김정은 위원장은 올 가을 서울에서 '가을이 왔다'는 공연을 하자고 제안했다. 현재 가을 공연 날짜를 조율 중이다.

남북 간 문화 교류 사업은 앞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평소 공개석상에서 지속적으로 북한과 문화·예술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에 발맞춰 문체부는 내년 남북 문화예술·체육 교류 지원 사업 예산액을 올해보다 5배 이상 늘린 총 56억원으로 편성했다.

또 문체부 내부적으로 '남북문화교류협력특별전담반 TF(태스크포스)'도 가동 중이다.

국회에도 남북간 문화 교류 협력을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대표발의한 '남북협력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남북협력기금을 문화와 체육 등의 협력 사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박 의원은 "남북협력기금을 문화·학술·체육 분야 협력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남북 간의 문화교류 협력사업이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외에도 남북은 황폐화된 북측 산림과 관련한 산림협력, 개성 만월대 등 문화재 공동 발굴, 일본에 있는 강제징용 희생자 유골 봉환 사업 등을 함께 진행한다. 지난달 한 차례 진행했던 이산가족상봉도 다음달 말 재차 개최할 예정이다. 국제 제재 등으로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경제협력 등에 앞서 '소프트'한 분야인 문화 교류로 거부감을 낮추는 노력이다.

인도적 지원 분야를 병행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일방적 지원이 되면 북한 쪽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데다, 국내 여론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지원과 교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평창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둔 여론의 양분이 대표적인 예다. 남북의 전력 차이나 배경 등을 고려하지않고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전력이 약화된다는 반대 의견이 거셌다.

한지연 기자




경협 전면화 신중한 靑, 판문점선언 비준 촉각



[남북이 연결된다]<2>-연결의 모습 ⑧"경협 친서? 말도 안돼"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0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회의장·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평양정상회담 초청을 발표하고 있다. 2018.09.10. photo1006@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청와대는 경제가 남북연결의 주요 화두로 부각되는 데 극히 조심스런 입장이다. 경제 비전을 부인하진 않지만 국내외 여론을 의식, 섣불리 앞서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11일 국회에 제출하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 논의 과정과 처리 여부가 남북경협 본격화에 가늠자가 된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구상,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건설 총력전"은 이미 공감대 위에 서 있다. 타이밍과 조건이 문제다. 비핵화 조치에 대한 북미간 협상이 풀리지 않으면 유엔과 미국 등의 대북제재도 유지된다. 남북간 경제 연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회로가 있긴 하다. 제재와 무관한 상호 제한조치를 이번 정상회담 계기로 푸는 합의가 유력하다. 이 또한 비핵화 조치에 국제사회가 인정할 만한 진전이 있을 때 설득력을 얻는다. 남북관계의 '속도'가 북미관계의 그것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견제론이 여전히 강해 남북 정상간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

대북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넨 문 대통령 친서가 경협 내용을 담았다는 보도를 청와대가 강력 부인한 게 그렇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특사단에 보낸 친서에 경협이 들어갔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그런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남북이 정상회담 결과 발표의 파급력을 위해 '조용히' 경협을 추진중일 수는 있다. 그럴수록 차분함을 유지하겠다는 게 청와대 기류다.

무엇보다 국내 제도적 뒷받침도 불투명하다. 철도·도로 연결엔 적잖은 비용이 든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비용추계서를 비준동의안에 첨부하지만 판문점선언 자체가 디테일보다는 큰 틀의 합의를 담은만큼 비용추계의 현실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여야는 남북정상회담 이후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을 본격 논의하기로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0일 주례회동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청와대가 문 의장과 5당 대표 등을 평양행에 공식 초청한 것도 남북관계 개선 현장을 눈으로 보고,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에 공감해 달라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김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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