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환경 모두 지킨 '한나패드'…13년 진심은 통했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18.09.14 03:20

[피플]지앤이바이오텍 장영민 대표

지앤이바이오텍 장영민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2005년 돈, 인맥, 경험 어느것 하나 없던 남자 대학생 혼자 면생리대를 만들어 파는 일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대부분의 여성이 일회용 생리대를 쓰던 시절이었다. 남대생은 젊음을 무기삼아 유명 기업의 회장에게 자필로 투자요청서를 보내기도 했다. 결과는 퇴짜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렸을 뿐, 진심은 통했다. 여성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고픈 그의 마음을 전세계 곳곳에서 알아주기 시작했다.

면생리대 '한나패드'로 미국·프랑스·호주 등 9개국에 진출한 지앤이바이오텍의 장영민 대표(37)를 최근 경기 하남 사무실에서 만났다. 겉면과 흡수면 모두 유기농 원단을 사용하는 면생리대 한나패드는 지난해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을 겪으며 국내에서도 급부상했다. 회사도 성장해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21% 오른 77억원, 영업이익은 145% 증가한 20억원을 기록했다. 지앤이바이오텍은 지난 6월 코넥스시장에 상장했다.

"(일회용 생리대 파동은) 언젠가는 터질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한나패드 사용 고객들이 '생리통이 사라졌어요', '가려움증, 냄새 고민이 해결됐어요' 등 후기를 꾸준히 전해왔을 때 '분명 뭔가 있다' 싶었거든요. 다만 객관적인 연구 결과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인데 지난해 이 역시 분명해진거죠. 일회용이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쉽게 사용 제품을 바꾸지 않았던 여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외부 요인으로 호재가 작용한 거라 저희로서는 분명 운이 좋았지만 그동안 꾸준히 다져온 '밑바닥 홍보'가 효과를 본거죠."

장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새로운 길을 내주고 싶었다. '한나'라는 이름은 성경 속 인물에서 따왔다. 불임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들을 얻고 기뻐한 여인이다. 2005년 창업한 장 대표는 한나패드를 알리기 위해 '밑바닥 홍보'부터 했다. 그는 우선 동명(同名)에 호소하려고 '전국의 한나'를 찾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무작정 찾은 여러 '한나'에게 제품 한번 써보라고 글을 남겼다. 이 같은 홍보 전략은 주효했다. 페이스북 홍보 게시물에도 '전국의 한나'가 태그되는 일이 벌어졌다. 한나패드는 그렇게 입소문이 났다.


지앤이바이오텍 장영민 대표 /사진=김휘선 기자

장 대표는 여성들의 건강과 더불어 환경보호의 일환으로 한나패드를 추천했다. 일회용 생리대에도 플라스틱이 쓰인다. 썩는 데 길게는 500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호주 등 해외에서는 환경을 지키려는 의무감에 한나패드를 찾는 고객이 많다고 한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프리' 운동이 벌어지는 등 어느때보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반면 면생리대를 주도적으로 이끄는 회사가 없어 한나패드가 그 길을 닦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미 9개국에 한나패드를 선보인 장 대표는 다음 진출 국가로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면생리대에서 더 나아가 '다회용 위생용품군'을 두루 내놓는 것도 그의 목표다. 현재 요실금 패드, 생리컵, 생리팬티 등을 준비 중이다. 직원 90여명 중 90%를 차지하는 여성과 장 대표의 아내 등 주변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인 결과다.

그는 어려운 이웃에게 한나패드를 나누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회사가 성장하기 전부터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을 펴왔다. 현재는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마리몬드'와 협업한 상품을 한정판매하고 있다. 수익금은 후원사업에 쓰인다. 저소득층을 향한 지원은 항상 열려있다. 대상자가 이메일 등으로 양식을 보내 직접 신청할 수 있다. 장 대표는 "'깔창 생리대' 사건이 불거졌듯이 생리대 가격이 비싸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꽤 많다"며 "중장기적인 기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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