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에 울릉도 소녀가 감사편지 보낸 사연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 2018.09.10 05:15

[머투초대석] 고학찬 예술의 전당 사장 누구인가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사진=임성균 기자

“마음속에 담아둔 영화를 꼭 만들고 싶어요. 오페라하우스 같은 음악당에서 수십년간 음악을 먼발치서 들었던 청소부가 은퇴를 앞두고 멋진 지휘자가 된다는 그런 줄거리죠. 하하.”

고학찬 사장은 예술의전당 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무려 25가지 직업을 가졌다.

1980년대 당시 소위 잘나가던 방송사 PD 생활을 관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예식장 사장, 바텐더, 라디오 DJ, 의류 제작· 판매상 등을 거쳤다고 했다.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그의 헤어스타일만큼 자유로운 창작욕구가 결합하며 요즘도 코트같은 옷은 지어입는다는 그는 캘리그래피 등을 통해 연하장이나 감사장을 만들어 보내곤 한다.

사진촬영을 위해 지휘자의 포디움과 관객석에 잠시 선 그는 시종일관 웃음을 띠며 말을 건넸다. 'SF'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1970년대 그 시절, SF 라디오드라마를 제안하고 선구적으로 음향효과를 사용하기도 한 그는 TV로 옮겨와서도 장수만세 같은 가족예능 프로부터, 코미디 프로, 시사고발 프로까지 장르를 넘나들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다양한 직업을 거쳐 뉴욕에서 한국어 라디오 프로를 맡았다. 이때 인연으로 같은 시기 LA에서 라디오를 한 가수 이장희와는 40년 친구가 됐다고 했다. 한국에서 케이블TV가 시작되면서 다시 제일기획 Q채널, 삼성영상사업단 등에서 일할 수 있었다. 소극장인 윤당아트홀 경영을 맡은 데 이어 2013년 예술의전당 사장 자리에 올랐고 최초로 연임까지 했다.


서예박물관 전시 등을 통해서는 꽉 막힌 한중 문화교류의 조그만 물꼬를 트기도 했다. 지난해 서예박물관에서 개최된 ‘한중수교 25주년 기념 – 치바이스’전에 이어 올해 열린 중국 미술의 대가 한메이린의 세계순회전이 대표적이다. 동아시아 각국이 함께하는 실크로드미술제를 제안했던 고학찬 사장은 중국 국가미술관인 중국미술관의 국제고문이기도 하다.

예술의전당에서 주로 무대에 오르는 클래식의 문턱이 높은 만큼 많은 사람의 접근을 우선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 고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영상화 사업'을 실천과제로 내걸고 '예술의전당 토요콘서트 실황 중계'에 이어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을 영상으로 제작해 전국 곳곳에서 틀었다(SAC on Sceen). 울릉도에서 상연한 뒤 섬소녀로부터 ‘발레를 처음 보게 돼 너무너무 감사해요’라는 편지를 받았다고도 했다.

예술무대의 뒤편에 있지만 스스로도 창작욕이 불끈거리는 고학찬 사장. ‘지휘자가 된 청소부’를 그리겠다는 영화에 대한 꿈과 ‘조율사이자 CEO’로 고 사장이 이끄는 예술의전당은 어느새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1947년 제주 △대광고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TBC(동양방송) 프로듀서 △(주)제일기획 Q채널 제작1부 국장 △삼성영상사업단 방송본부 국장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윤당아트홀 관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문화분과위원장 △제주국제대학교 실용예술학부 석좌교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장 △2013년 3월 예술의전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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