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금융상품과 투자대상별로 세율이 제각각이고 손익통산(모든 투자 손실과 이익을 합산)을 해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백씨의 구체적 투자 성적을 뜯어보면 과세의 복잡함과 불합리함이 드러난다. 그는 국내 비상장주식(+1000만원) △해외주식(-2000만원) △국내파생상품(2000만원) △해외펀드1호(2000만원) △해외펀드2호(-4000만원) 등 5건의 투자로 총 1000만원 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서 각각의 세액을 계산해보자. 국내 비상장주식은 165만원(1000만원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의 양도소득세 22% 적용), 국내파생상품은 192만5000원(2000만원 중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서 양도세 탄력세율 11% 적용), 해외펀드1호는 308만원(2000만원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이다.
손실이 난 해외주식과 해외펀드2호를 제외하고 각각의 투자에서 발생한 수익을 기반으로 세금을 따로 계산하기 때문에 백씨는 총 665만5000원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투자 손실분까지 합하면 백씨의 투자 자산은 1665만원 넘게 줄어든 셈이다.
유영주씨(가명)는 2016년 해외펀드에 1억원을 투자해 3000만원 손실을 입고 환매했다. 이듬해인 2017년 7000만원을 투자해 2000만원을 벌었다. 유씨는 2년간 1000만원 손실을 입었지만 지난해 2000만원 수익에 대해 세금 308만원(배당소득세 15.4% 적용)을 내야 했다.
손실분을 다음 해로 넘겨줘 전체 이익에서 차감해 세액을 줄여주는 '손실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는 국내 과세 구조 탓이다. 미국은 영구적으로, 일본은 3년간 손실이월공제를 해주고 주식, 채권 등 다른 자산과의 투자 손익을 합쳐 세액을 계산하는 것과 대비된다.
해외펀드가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 보다 세율에 불리한 점도 투자자의 선택을 왜곡시킨다.
A씨가 애플과 아마존 주식 1억원 어치씩 매입해 각각 4000만원, -2000만원 손익을 거둬 총 2000만원의 이익을 거뒀다고 치자. 해외주식은 연간 매매손익을 합산한 순이익에 대해서만 과세(세율 22%)한다. 따라서 A씨는 순이익 2000만원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1750만원의 22%인 385만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해외펀드 2곳에 투자해 A씨와 똑같이 수익을 낸 B씨는 손익통산을 적용받지 못해 40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더구나 펀드의 투자 수익은 배당소득세로 인식된다.
펀드는 해외주식처럼 다른 소득과 별도로 과세하는 분류과세 혜택이 없는데다 수익을 전액 배당소득으로 인식,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마저 적용받는다.
결국 B씨는 누진세율(15.4%에서 최고 46.2%)까지 적용받아 세액이 616만원에서 1232만원까지 뛴다. B씨는 A씨보다 최대 850만원 가량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영진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해외 직접 투자든 간접 투자(펀드)든 투자자가 자신의 성향이나 전문성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며 "그런데 과세 차별로 인해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도록 투자자의 의사결정을 왜곡시킨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 금융소득 과세 체계의 불합리성은 자본시장 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투자자의 소득증대에 발목을 잡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저성장·고령화 시대에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면 금융자산을 장기투자해야 하는데 손익통산과 손실이월공제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펀드의 차별적 과세 등 불합리, 불확실성이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깊게 해 투자를 꺼리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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