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위기' 신흥국, 금리인상 만지작…美서는 속도조절론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8.09.06 16:58

인니·필리핀·러시아·터키 등 중앙銀 금리 인상 시사…美 일부 연준 위원은 "금리 인상 속도 늦춰야" 주장

통화 가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신흥국들이 방어벽 구축을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면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미국에서는 금리 너무 빨리, 그리고 많이 올려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페리 와르지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해 선제 조치를 하겠다면서 이달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달러화 대비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이 이날 1만4940루피아까지 거래되면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고점(98년 6월17일, 1만6950루피아)에 육박하자 중앙은행이 행동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 것이다.

통화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을 준비 중인 신흥국은 또 있다. 네스터 에스페닐랄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와 러시아의 엘비라 나비울리나 중앙은행 총재도 이날 잇달아 "추가 통화정책의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터키 중앙은행도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7.9%로 정책금리(17.75%)를 웃돌자 이달 금리를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흥시장의 어려움은 글로벌 자금 흐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돈줄이 마르고 있는 것이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8월 신흥국 증권과 채권 시장으로 유입된 글로벌 자금은 22억달러로 전달의 137억달러에서 대폭 감소했다. 나라 이름 앞글자를 따 'BATS'로 불리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공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수년 내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과 달러 강세에 떠밀려 신흥시장 정책 입안자들이 자국 경제와 통화 보호를 위해 대책 마련에 급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투자회사 다이와 캐피탈 마켓츠 유럽지사의 크리스 시클루나 연구원은 "(금융 기반이) 가장 약한 국가에서부터 약점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그 배경에는 분명히 연방준비제도(미 중앙은행)의 긴축과 달러 강세가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신흥시장 금융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에서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인 제임스 불러드는 통화 정책 입안자들이 필립스곡선 대신 수익률 곡선(일드커브, 장단기 국채 금리 차이) 시장 기반 기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등 금융시장 신호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며 "일드커브가 꽤 평평해졌고, 물가상승률도 연준 목표인 2%를 밑돌고 있는 환경에서 정책금리를 계속 올린다면 불필요하게 경기침체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립스곡선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간에 역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최근 미국 실업률이 5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금리인상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말미암은 장기 금리 전망을 반영하는 수익률 곡선과 물가상승률 상황을 보면 금리를 무리하게 올리면 안 된다는 것이 불러드 총재의 주장이다. 앞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해 추가로 2회, 내년에는 4회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려 정책금리가 3%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라디오매체 마켓플레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연준이 금리를 올려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면서 "우리가 너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고, 경제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경치가 침체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있다는 지표는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그냥 계속 가게 둬야 한다"며 "만약 경기 과열 징후가 나타나면 그때 언제든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

불러드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이 있으며, 카시카리 총재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투표권을 행사한다. 연준이 이르면 올해 말부터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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