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연금 급여인상에 반대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원섭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2018.09.06 15:00

김원섭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의 발전을 위해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국민연금 급여수준을 결정하는 소득대체율을 올리되 보험료 인상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국민연금의 현 급여수준을 유지하고 보험료를 장기적으로 올리는 것이다. 애초 대통령 공약이었던 첫 번째가 연금개혁의 보다 유력한 대안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은 몇 가지 중대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이 대안은 심각한 빈곤에 내몰려 있는 현 노인들의 빈곤완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득대체율 상향의 혜택은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한 20대부터 40대까지의 세대가 주로 누리게 된다. 이들이 내는 보험료는 높아진 소득대체율의 적용을 받아 이후 보다 많은 연금급여를 제공한다.

둘째, 소득대체율 인상은 중소기업의 부담을 외면한다.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면 보험료도 올려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 수준은 9%(기업부담분 4.5%)로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은 퇴직연금에도 매월 8.3%를 부담하기 때문에 기업의 총부담은 12.8%로 상당히 높다. 가뜩이나 생존이 어려운 중소기업이 보험료의 추가적 인상을 감당하기는 어렵다.

셋째, 국민연금 급여인상은 취약한 계층의 노후소득에는 도움이 안된다. 국민연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 보험료를 장기적으로 낼 수 있어야 한다. 불안한 고용관계에 있는 여성,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상당한 부분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현재 전체 근로활동연령인구의 절반은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늙어서도 연금을 받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급여인상은 미래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운다. 여기서 미래세대는 현재 일하고 있는 20대부터 40대까지의 세대는 아니다. 이들은 높아진 소득대체율의 적용을 받아 급여인상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20세 이전의 세대는 높아진 연금급여를 감당하기 위해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한다. 연금급여인상 없이도 올해 한 살이 된 아기가 40살이 되면 소득의 30%에서 40%를 연금보험료로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금급여를 인상하면 이들은 더 많은 연금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복지개혁에는 승자가 존재한다. 모두에게 유리한 개혁은 드물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의 승자는 현 국민연금 가입자 중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에 안정적 가입이 어려운 여성,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더구나 국민연금 급여인상은 빈곤 속에 사는 현재의 노인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미래 세대에게는 재정 부담을 증가시켜 세대 간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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