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아들 위해 '대마오일 직구'…의사 엄마의 눈물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민승기 기자, 안재용 기자 | 2018.09.06 06:45

['의료용 대마' 국회 재도전](종합)

편집자주 | 의료용 대마 허용을 위한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재상정 됐다. 2015년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이후 3년만이다. 그 사이 뇌전증 환자들과 관련 단체의 규제완화 요구는 더 거세졌다. 보수적인 한국과 달리 선진국들은 의료용 대마, 더 나아가 마리화나까지 합법화하는 추세. 대마의 효능과 국내외 규제, 활용실태를 짚어봤다.



아들 살리려 대마오일 직구, 검찰조사…엄마의 눈물


['의료용 대마' 국회 재도전]①중증 뇌전증에 효능 검증…한국서는 '마약'
지난달 10일 강성석 목사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카나비노이드 협회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6월 경북 김천시 김아무개씨(여)는 택배를 받으러 집 밖으로 나갔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뇌종양을 앓고 있는 4살짜리 아들 치료 목적으로 대마오일을 해외에서 직구 했는데 택배 기사로 위장한 검찰 수사관들에게 붙잡힌 것이다. 검찰은 김씨에게 마약밀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치료 목적인 것을 감안해 6개월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항소했다.

#같은 해 7월 7살짜리 뇌전증 환아를 둔 현직 의사 황주연씨도 대마오일을 들여오다 세관에 적발됐다. 황씨는 아이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교수로부터 대마오일이 효과가 있다는 소견서까지 제출한 뒤에야 겨우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단순히 치료 목적으로 대마오일을 반입했다가 범죄자로 몰리는 사례가 늘면서 치료용 대마가 필요한 환자와 가족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촉구하며 이달 초 발족한 '한국카나비노이드 협회'에 따르면 대마오일을 직구 했다가 마약 밀수 혐의로 세관에 적발된 건수가 지난해만 80건에 달했다. 약을 만드는 주재료인 칸나비디올(Cannabidiol)이 마약류 관리법에 의해 제조와 유통이 통제되고 있어서다.

칸나비디올은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도 효능을 인정한 의약품 원료다. WHO는 지난해 11월 제네바에서 열린 '약물 의존성 전문가위원회(Expert Committee on Drug Dependence)'에서 의료용 대마가 뇌전증과 완화치료에 유용한 치료법이며 중독 위험이 없다고 규정했다.

대마 추출 건강기능식품을 들고 있는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사진제공=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WHO에 따르면 칸나비디올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뇌전증, 정신병, 불안, 우울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학계 보고가 잇르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마 원료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이지만 순수하게 칸나비디올만으로 남용이나 의존(마약성) 사례는 없었다고 WHO는 위원회에 보고했다.

황주연씨는 대마오일의 뚜렷한 효과를 확인했다. 황씨는 "아이의 인지발달이 늦은 편인데 대마오일을 복용한 뒤로 눈빛이 뚜렷해졌다"며 "뇌파 검사에서도 전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대마오일은 특히 뇌전증 환자가 주로 필요로 한다. 뇌전증(腦電症)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 이상을 일으켜 의식상실이나 발작과 경련, 행동변화 등을 일으키는 증세를 말한다. 발작과 경련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면 간질이다. 협회는 뇌전증 환자가 국내에 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을 주도하는 강성석 목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대마오일이 항경련제보다 뇌전증 치료에 효과가 좋다고 인정한다"며 "항경련제는 독성이 강해서 2살 이하 아기들에게 쓰기가 어려운 형편인데도 한국 정부와 국회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일본, 중국, 캐나다 등 국가들과 달리 대마에 거부감을 내비쳐온 국내에서는 2015년 처음 법 개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부담을 느낀 국회가 미온적 태도를 보여 개정법은 폐기됐다. 올 초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발의하면서 법개정이 재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에 상정돼 논의를 앞두고 있다.


김지산 기자



캘리포니아·캐나다 '마리화나' 허용… 금기 무너지는 '대마'


['의료용 대마' 국회 재도전]②고대부터 치료제로 활용, 1941년 마리화나법에 마약 전락
대마 전문가 마이클 배키스의 저서 '대마초 약국'에 따르면 대마는 중국, 인도, 이집트, 그리스, 로마와 이슬람권에서 천 년 이상 편두통 예방과 완화제로 사용됐다. 대마초는 인류가 사용해 온 가장 오래된 약제 중 하나다. 문헌상 편두통 치료에 대마 사용이 최초로 언급된 건 9세기 페르시아다. 대마즙을 환자 코에 넣어 구토로 인한 거부 작용을 피했다.

우리 민족도 지난 5000여년 동안 대마초를 진통제로 사용했다.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서도 당뇨, 신경통, 풍습마비 등 껍질을 벗긴 대마씨의 우수성을 기록하고 처방했다. 1870년대부터 '더 랜시트' '아메리칸 메디컬 어소시에이션' '머크스 아카이브' 등 의학 저널들은 편두통 치료제로 대마를 추천했다.

그러나 천연재료의 한계인 일관성 없는 품질에 더해 마리화나법이 발동되면서 1941년 이후 서양 약국에서 대마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때부터 대마초는 환각 상태를 즐기기 위한 오락용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대마초에는 환각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들어있다. 이 성분으로 인해 대마초를 피우면 기분이 좋아지고, 긴장이 풀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부작용도 있다. 입이 마르고, 눈이 충혈된다. 증폭된 감각으로 인한 환각과 공포심이 나타나기도 한다.

각성효과 때문에 20세기 들어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마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 역시 1976년 대마관리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00년부터 마약류관리법으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그렇게 수십 년 간 뒷골목 마약에 지나지 않던 대마는 1990년대 들어서야 서서히 원료의약품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대마가 진통효과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매, 뇌전증(간질), 파킨슨 병 등 뇌 인지관련 질환 등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어서다.

독일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THC가 뇌의 노화를 예방하고 인지능력을 회복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데이비드 슈버트(David Schubert) 박사는 "대마의 THC 성분이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를 낮춰주고, 이 수치가 낮아지면 염증성 단백질 발현도 감소해 염증과 뇌세포 사멸이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1992년 이스라엘이 세계 최초로 의료용 대마 생산과 제작을 법으로 허용하자 1996년 미국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2017년 현재 29개 주에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올 초 여가용 대마, 즉 '마리화나' 규제까지 풀었다.

캐나다는 2001년 화학요법에 의한 항암 치료 중 메스꺼움이나 에이즈 환자의 식욕부진 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료용 대마를 허용했다. 올 6월에는 마리화나도 합법화했다.

중국 정부는 2003년부터 대마 재배를 합법화하고 장려한다. 세계 대마 관련 특허 600여개 중 절반을 보유 중이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엄벌주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대마오일 등 의료용 대마는 유통되고 있다.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는 적극적인 대마 옹호론자로서 2016년 교토에서 의료용 대마 포럼을 열고 스스로 패널로 참여했다. 영국도 올 가을부터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다.

대마에 대해 관대해지기 시작한 세계적 흐름은 2014년 CNN에 11살짜리 소녀 사연이 소개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한 살부터 주 300회 이상 발작을 일으키던 뇌전증 환자 샬롯은 대마오일을 복용한 뒤 발작 횟수가 한 달에 2~3회로 줄었다. 이 방송 이후 뇌전증 아이를 둔 부모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는 올 6월 영국 제약사 GW파마슈티컬스의 대마 의약품 '에피디올렉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게 된 원동력이 됐다.


김지산 민승기 기자


대마 고장 안동포 치매율 0.6%… 대마의 재발견


['의료용 대마' 국회 재도전]③안동시 대마 산업화 차원 육성주장
본 오모테산도 역에서 광고 중인 CBD오일/사진제공=의료용 대마 합법화 운동본부

국내에서 대마초는 아편, 모르핀, 헤로인, 코데인, 코카인 등과 함께 대표적인 마약으로 분류된다. 특히 유명 연예인들의 잦은 대마초 흡연 사건 때문에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들에서 대마 합법화가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삼베 생산을 위해 대마를 재배하는 안동시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대마 합법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안동시 안동포마을 농가들은 2만6000㎡ 규모 면적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있다. 하지만 값싼 중국산 삼베 사용이 늘고 삼베 생산에 필요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대마 부산물들을 사용할 수 없다 보니 대마 재배 농가는 해마다 줄어드는 실정이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오늘날 대마는 크게 의료용과 기호용, 헴프 씨드(대마씨) 등을 이용한 식품용, 섬유, 의약품, 생활용품, 건축자재, 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최고의 신성장 산업"이라며 대마 사업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시장의 대마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대마가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게 안동시 통계에서 입증됐기 때문이다. 안동시 내 65세 이상 노인 3만5490명 중 최근 10년간 치매진단을 받은 노인은 모두 2459명. 6.9% 비율이다. 그런데 대마를 취급하는 안동포 마을 노인 180명 중 치매 진단을 받은 환자는 1명뿐이었다. 0.6%다.

안동시는 삼(대마) 제조 공정과정에서 삼을 침으로 바르는 행동이 뇌의 노화지연과 인지능력 회복에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문년 안동시 전통산업과 박사는 "대마는 미래 신성장 동력인 바이오산업의 핵심 소재 중 하나로 그린골드(Green Gold)로 불린다"며 "대마의 효능적 가치는 의료용 뿐만 아니라 농·축·식품산업, 섬유산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있다"고 말했다.

민승기 기자



의료용 대마 합법화, 국회는 '공포의 장벽'을 넘을까



['의료용 대마' 국회 재도전]④복지위, 지난달 28일 마약관리법 개정안 상정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치료 목적을 위한 제한적 대마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뇌전증(간질)과 다발성경화증 등 일부 희귀난치성 질환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합법화를 위한 과정도 시작됐다. 지난 19대 국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대마의 의료적 사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마약관리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 상정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발의한지 8개월만이다.

치료용 대마를 합법화하자는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19대 국회에서도 정부가 합법화 관련 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당시 국회는 합법화 법안을 처리하지 않았고 추가 논의도 실종됐다.

반대가 거셌기 때문은 아니다. 적극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가깝다. 대마의 효과에 대한 무지와 미지에 대한 공포가 합법화 불발의 원인이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마약류에 속하는 대마를 합법화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그해 11월17일 열린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특별하게 국내 의학계에서 요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적 흐름 때문에 한다고 하는데, 식약처에서 굳이 이렇게 하려고 하는지 잘 공감이 안 된다"며 "의약품을 어디서 개발하는데 식약처가 정리를 안 해줘서 못한다 이런 것도 아닌데 왜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정림 당시 새누리당 의원도 "다발성 경화증에는 사실 특효약이 있다고 할만한 것들이 사실 거의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일부라도 효능이 있다고 하면 규제를 풀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무조건 도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료계와 환자 등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회가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발언이다.

흐지부지됐던 의료용 대마 합법화 이슈는 한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되며 부활했다. 지난해말 한 여성이 시한부 뇌종양 환자인 4세 아들의 치료를 위해 대마오일을 구입했다가 구속된 후 선고유예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대마오일이 다발성경화증 등 희귀난치성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암암리에 퍼지면서 세관에 적발되는 횟수도 늘었다. 정부가 합법화법을 발의했던 2015년 6건에 불과했던 적발건수는 지난해 80건으로 늘었다. 대마오일의 주성분이 환각성분이 없는 칸나비디올(CBD) 임을 고려한다면 치료를 위한 불가피한 범법자가 늘어난 셈이다.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 해달라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월 "국내에 대체치료수단이 없는 뇌전증 등 희귀난치성 환자들에게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성분 의약품을 자가치료용으로 수입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학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지난해 창립된 한국 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는 지난 8월 한국 카나비노이드협회를 설립했다. 대마의 치유성분인 카나비노이드에 대한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임상시험에는 대한한의사협회, 강직성척추염연합회 등이 참여한다.

신 의원은 "현행법은 아편과 모르핀, 코카인 등 중독성이 강한 마약류는 의료목적의 사용을 허용하면서 대마만 예외로 하고 있다"며 "대마도 다른 마약류와 동일하게 의료 목적으로 식약처장의 승인을 받는다면 사용을 허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재용 민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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