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사태' 후 10년, 체질 바꾼 日 기업 승승장구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8.09.04 15:23

상장사 순이익 사상 최대, 자산도 韓 GDP의 4배 이상… '선택과 집중', 소프트 파워 강화 전략 성공

2008년 9월 15일. 미국을 대표하는 투자회사 가운데 하나였던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붕괴 직전으로 몰린 지 어느새 10년이 지났다. 세계는 미국발 무역전쟁과 신흥시장 통화 위기 등으로 여전히 어수선하지만 일본 경제만은 조금 다른 모습이다.

우선 지난 10년간 일본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본 상장사 순이익은 한 해 전보다 30% 증가한 28조7800억엔(288조5600억원)에 달했다. 10년 전보다 15조엔가량 많은 것이다. 매출 대비 순이익 비율도 5.3%로 2%포인트 올랐다.

실적이 좋아지면서 자산도 크게 늘었다.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된 기업의 총자산은 843조엔(8445조5000억원)으로 10년 전보다 40%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4배 이상이다.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은 105조엔으로 10년 전보다 84% 급증했다. 비결이 무엇일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리먼 위기 10년, 일본주식회사의 변신'이라는 특집기사에서 적자에 시달리던 일본 기업들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돈 버는 기업'으로 거듭났는지를 분석했다.


가장 큰 성공 이유는 체질 개선. 비주력 사업은 지금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고 있더라도 과감히 쳐내고, 꼭 필요한 사업에 집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7800억엔(7조8231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3823억엔 흑자로 돌아선 히타치제작소다. 이 회사는 컴퓨터 부품과 TV, 금융, 물류, 반도체 장비 등의 사업을 매각하고 발전과 철도 같은 인프라 사업에 집중하면서 내실을 키웠다. 동시에 단순 제조업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프트 파워'도 강화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 빅데이터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의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판타오를 인수하는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업체 소니도 비슷한 경우다. PC 사업은 매각하고 TV 부문을 분사한 이후 게임 사업에 집중하면서 20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토요타와 혼다 등 자동차 업체는 차량 판매 증가뿐 아니라 설계 및 생산, 조달 과정의 효율화 작업으로 순이익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순이익률은 미국과 독일 경쟁사를 웃돌았다. 종합가전업체 파나소닉은 일반 주택을 숙소로 제공하는 민박업에도 진출했다. 주택 관련 자회사 '파나소닉홈즈'를 통해 도쿄와 오사카 등지에서 외국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임대사업을 진행한다. 올해 매출 전망은 약 50억엔.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기업들이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사가 아니라 그 전후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분야로 사업모델을 변화시킨 증거"라며 지난 10년 동안 근육질로 변한 일본 기업이 그 근육을 투자 확대와 주주 환원에 사용하면 외국 투자자의 평가도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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