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갈지자 주택정책, 진퇴양난 국토부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18.09.05 03:55
"집 좀 보러 같이 가줘."

가까운 지인이 불쑥 투자를 하겠다며 '임장'을 제안했다. 서울에 전세를 사는 지인은 부쩍 다급해진 듯 보였다. 집값 향배를 예상하는데엔 도통 소질 없는 기자에게 손을 내민 것을 보면, "나보단 낫지" 싶었나보다. 악수(惡手)다.

진경산수화 부럽지 않은 풍경의 강북 아파트에 실거주하는 또 다른 지인도 불현듯 갭투자 할 곳이 없겠느냐며 물어왔다. 얼마 전 잡지 속 화보처럼 집안 내부를 살뜰히 정비하며 만족해했던 지인이다.

사십 평생을 부동산투자와 선 긋고 살아온 지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무엇이 묵묵히 일만 해온 이들을 부동산 시장으로 모는가. 더욱이 투기세력을 잡겠다고 쌍끌이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이 시기에 말이다.

홍수처럼 쏟아낸 대책은 복잡한 반면 집값 상승 그래프의 시각적 효과는 명료하다. 갭투자꾼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들까지 정책보다 시장에 기대는 상황에 치달았다. 무주택자에겐 "더 늦기 전에 사야겠다"는 조급함이, 유주택자에겐 내 집이 '똘똘한 한 채'가 맞는지에 대한 불안함이 깔려있다.

1주택자들의 상당수는 가진 집 한 채가 전 재산이다. 그렇다고 집을 옮기는 것도쉽지 않다. 서울은 오르지 않은 곳이 없어 가진 집을 팔아도 딱히 옮겨갈 대체 지역이 없다.

문제는 그래도 꼭 이사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다. 유통 물량이 없다 보니 어쩌다 거래된 한 채가 그대로 시세가 되고 있다. 정부가 독려해온 등록임대주택은 의무 임대기간 최대 8년에 묶여 매물로 나오지 못한다. 팔 사람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난 4월 이전 이미 상당수 팔거나 자녀에게 증여했다.


이래저래 거래 절벽은 불가피하다. 국토부가 이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면 답답한 노릇이다. 알고도 침묵한게 아니라면, 정책 파장을 밝히고도 묵살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의 이름도 거론된다.

숨이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자 김현미 장관은 서울 등 일부 집값 과열지역에서 새로 주택을 매입하는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줄이겠다며 9개월 만에 정책방향을 뒤집었다. 안정적 민간 임대주택이 줄어도, 집값부터 잡겠다는 다급함이 읽힌다. 정책 일관성은 땅에 떨어졌다. 다른 선택지도 딱히 없어 보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5%로 9개월째 동결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8년 한국의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10억원이상 보유한 부자가 무려 29만명이다. 갈 곳 잃은 유동자금이 넘친다.

1년여에 걸친 정부정책과 시장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정책의 파급력보단 시장의 '의력'(毅力)이 강했다. 산하공공기관으로 가장 보수적 수치를 내놓는 한국감정원조차 지난 8월 서울집값이 0.63% 급등해 전국 집값을 상승전환시켰다고 분석했다. 올해 서울집값은 4.13% 상승해 지난해 연간상승률(2.34%)를 넘었다.

국토부의 설명, 혹은 바람대로 서울 주택공급량이 수요를 커버할 정도로 충분한지는 논외다. 유동성 앞엔 장사가 없다. 정부가 발전적 방향으로 돈이 흐를 곳을 터주거나, 수요가 집중되는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리진 않곤 해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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