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파킨슨 법칙 극복하기-자율적 혁신의 중요성

머니투데이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 2018.09.03 04:44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 사진제공=금감원
흔히 관료조직을 비판할 때 자주 인용되는 것이 파킨슨 법칙(Parkinson's Law)이다. “공무원과 그 조직은 일의 유무나 경중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늘어나며 세금 등 수입이 있는 한 무한히 팽창한다”는 이론인데, 정부조직의 비효율성을 비판할 때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다. 비단 공무원조직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은 물론 일반기업의 경우에도 일정규모 이상의 관료화된 거대조직에서는 유사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스코트 파킨슨(Northcote Parkinson)이 이 법칙을 발표한 지 60여년이 지났지만 오늘날까지 일반인도 쉽게 접하는 대중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은 것은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유사한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금융감독원도 종종 이와 같은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금융감독원은 1999년 설립된 이후 최근까지 약 20년 간 조직과 인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왔는데,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이라는 점에서 지나친 조직 확대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빈번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해 감사원 감사와 금년 초 공공기관 지정 논의를 거치면서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은 금융감독기구가 감독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 못지않게 기관운영 측면에서도 신뢰성과 효율성을 갖추어야 하며 이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가 매우 높다는 점을 절감한 바 있다.

물론 금융감독원으로서도 할 말은 있다. 4700여개의 금융회사를 감독하고 약 5000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려면 전문인력 등 감독자원을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항변이 그것이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은 금융감독 실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감독기구 운영비용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금융감독기구의 인력과 조직을 대폭 확대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에도 지난 10년 간 감독대상 회사수와 자산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정보기술의 발달 등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감독수요도 생겨났다. 또한 금융소비자 권익에 관한 사회적 눈높이도 크게 높아져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인력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이에 연동하여 감독기관 운영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감독기관 운영에 따르는 비용을 절감하고 기관운영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외부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조직운영의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자성(自省)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은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금융감독이라는 사명을 수행함에 있어 감독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는가? 감독목적 달성을 위해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가? 금감원 임직원이 무겁게 받아들이고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질문들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7월 '금융감독혁신 과제'를 발표하면서 감독업무 혁신과 더불어 금융감독원의 내부쇄신 및 감독역량 강화를 함께 추진할 계획을 천명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파킨슨 법칙으로 돌아가 보자. 파킨슨 법칙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외부 규율을 강화하여 조직의 양적 확대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이다.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가 정부의 예․결산 내역을 꼼꼼하게 심의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투명성 강화이다.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자연스럽게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무분별한 조직확대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이 스스로 성찰을 통해 자신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돌아보고 끊임없는 내부혁신을 하도록 하는 것, 한마디로 자기혁신능력을 키워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외적 통제나 규율도 자기반성에 기반한 자율적 혁신노력이 없다면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 할 수 없다. 마치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법규를 촘촘하게 마련하고 경영공시를 강화하는 것보다 금융회사가 내부통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노력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겠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최근 관련 법령 개정으로 운영비용 조달을 위한 분담금 징수 절차가 엄격해지고 예․결산 심의기간이 확대되는 등 외부통제가 대폭 강화된 바 있다. 향후 예․결산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경영공시를 공공기관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투명성 제고 장치도 대폭 확충될 예정이다. 이제 남은 것은 금감원 스스로의 혁신노력이다. 여기에는 금감원이 보유한 감독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 실력 있는 금융감독기구가 되기 위해 구성원의 전문성을 높여가는 일, 조직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일이 포함될 것이다. 어떤 과제이건 금감원이 금융감독기구로서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모쪼록 금융감독원의 발전적인 변화를 믿고 지켜봐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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