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미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 등은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대학에서 어문학, 철학, 사학 등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교육부 국립교육과학연구원 '통합고등교육데이터시스템'(IPEDS)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미 대학에서 영어영문학 전공자 수는 40% 급감했다. 정치학(-32%), 교육학(-32%), 인문교양학(-24%), 사회학(-22%) 등의 전공도 하락 폭이 컸다. 대신 운동과학(131%), 간호(78%), 보건의료(57%), 컴퓨터공학(50%), 공학(40%) 등 의·공학 계열 선호도가 높아졌다.
벤자민 슈미트 노스이스턴대 역사학과 교수는 미 온라인 매체 쿼츠에 "지난 5년이라는 시간은 인문학에 속하는 모든 학문에 있어 '최악의 고비'(crisis)였다"며 "경제는 서서히 회복됐지만 인문학 기피 현상은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슈미트 교수에 따르면 1990~2008년 미 대학 학위에서 인문학 전공이 차지하는 비율은 8%였지만 현재 5% 미만이다.
학생들이 인문학을 기피하는 것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15년 6월부터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2월까지 실업률은 5%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09년 10월 기준 실업률은 27년 만에 10%까지 뛰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이때의 고용 충격으로 인해 실업률이 다시 3%대로 떨어진 지금까지도 취업을 기준으로 전공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2016년 미 상무부가 조사한 25~29세 성인의 전공별 연봉 중간값은 전기공학이 7만4800달러(8359만원)로 가장 높았으며, 기계공학(7만1900달러), 컴퓨터정보시스템(6만5400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역사(4만3400달러)나 영어영문학(4만300달러), 인문교양학(4만달러) 등과는 40% 이상 차이가 났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원래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노아 스미스 스토니브룩대 금융학 교수는 블룸버그에 "인문학 기피 현상은 장기화할 수 있다"며 "각 대학 인문학부가 입학 정원을 줄이고 있고, 롤 모델이 될만한 저명한 인문학자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공계 선호가 '테크버블'(기술 고평가 현상) 붕괴와 함께 끝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지금의 기술 도입기가 지나고 산업 대부분이 자동화하면 오히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문·예술적 영역이 각광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쿼츠는 "버블이 붕괴될 경우 컴퓨터공학을 비롯한 이공계 학문은 지식 전반을 다루는 인문학보다 훨씬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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