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에서 인도, 터키까지… 신흥시장 '휘청'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8.08.31 14:30

페소화 장중 22% 급락, 아르헨 중앙銀 금리 45%→60% 긴급 인상
IMF 구제금융 조기집행 요청, 시장불안 커져…다른 신흥시장도 충격

【앙카라(터키)=AP/뉴시스】터키 수도 앙카라의 한 환전소에서 지난 10일 한 남성이 환전을 마치고 환전소를 떠나고 있다. 터키에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미국과의 무역 마찰에 대한 우려로 리라화가 폭락하면서 리라화 가치는 연초 대비 66%나 떨어졌다. 터키 중앙은행은 13일 리라화 폭락에 따른 금융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2018.8.13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남미의 병자'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가 악화한 가운데 신흥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로 금융위기를 맞은 터키는 물론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통화 가치가 줄줄이 급락했다.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약해진 신흥국 금융 기반이 붕괴 위기에 몰린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책금리 60%로 인상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30일(현지시간) 정책금리를 기존 45%에서 60%로 인상했다. 경제 위기로 페소화 가치가 계속해서 폭락하자,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금리를 줘서라도 자금 유출을 막고 요동치는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아르헨티나 페소화 환율은 전날 대비 14% 오른 달러당 38.73페소를 기록했다. 장 중 한때 사상 최고치인 41.4700페소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날 아르헨티나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 조기 집행을 요구한 것이, 시장에서는 아르헨티나 금융사정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면서 페소화 투매로 이어졌다.

지난달 물가상승률도 3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긴급히 금리를 대폭 올리는 조처를 한 것이다. 원래 세계 최고 수준이었던 아르헨티나 정책금리는 더욱 높아지게 됐으며, 적어도 올해 말까지 비정상적인 수준의 금리 유지될 전망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현재 환율 상황과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만장일치로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과 함께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화보유액을 대거 풀었다. 올해 들어 약 135억달러를 매각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피델리티 신흥시장 대출펀드의 폴 그리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아르헨티나 경제는 앞으로 12개월 동안 경착륙에 따른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재정적자를 크게 줄여야 하지만 보조금 삭감 등에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 최대 노동조합인 노동자총연맹(CGT)을 비롯한 다른 노조들은 마크리 대통령의 긴축조치에 저항하기 위해 9월 말 24시간 또는 36시간 총파업을 촉구했다. 앞서 아르헨티나 정부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3.7%였던 재정적자 규모를 올해 2.7%, 내년 1.3%로 축소하기로 약속했다.

◇루피·헤알·리라 등 다른 신흥국 통화도 급락

아르헨티나를 중심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다른 신흥국 통화도 약세를 나타냈다.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불확실성이 커진 브라질에서는 30일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이 1.4% 급등했다. 그만큼 헤알화 가치가 떨어졌다. 보베스파지수는 2.5% 넘게 하락했다. 멕시코 페소화와 멕스볼지수도 각각 1.0%, 1.1% 약세를 나타냈다.

아시아 신흥국 시장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달러 대비 터키 리라 환율이 2.8% 떨어지며 달러당 6.6555리라를 기록했으며, 인도 루피화 환율은 달러당 71.005루피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달러/루피 환율은 이달에만 3.5% 올라 월간 기준 2015년 이래 최대폭을 나타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달러 대비 환율이 0.4% 떨어지면서 1998년 이후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 개입을 선언하고 이날 4억달러(4452억원) 규모의 외화를 매각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통화 가치 방어 노력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으며, 다른 신흥시장도 이에 휘말렸다"면서 "양적완화 시대의 종료, 글로벌 무역전쟁, 브라질 등의 정치적 불확실성 심화 등 정말 나쁜 시기에 (신흥시장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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