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올리는 돈, 어디서 나오나

머니투데이 이학렬 기자 | 2018.08.29 03:57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3.7%, 전세대출은 23.3% 급증…전세대출로 집사는 사례 많아

금융당국이 이번주부터 개인사업자대출(자영업자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개인사업자대출과 전세대출이 깐깐해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우회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실제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8일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가계부채관리점검회의’를 열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대출과 전세대출이 주택시장에 유입돼 집값 불안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현장점검을 실시한 후 다음달 주담대 규제 회피를 차단할 후속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실제로 고강도 규제로 주담대 증가세는 둔화됐으나 개인사업자대출과 전세대출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집값은 △올 1월 0.86% △2월 0.94% △3월 0.55% △4월 0.31% △5월 0.21% △6월 0.23% △7월 0.32% 등의 상승률을 보이며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새로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동작구는 지난 7월에만 0.56% 올랐고 △종로구 0.50% △중구 0.55% △동대문구 0.52% 등도 집값 오름세가 심상찮다.

집값이 오르고 있지만 집을 사는데 쓰이는 주담대는 크게 늘지 않았다.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5대 은행의 지난 7월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389조4024억원으로 지난해말 377조7972억원에서 3.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도 3.7%로 안정적이다.

은행의 주담대는 순수 주담대(집을 사면서 받는 대출)와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로 구성되는데 순수 주담대는 지난해말 214조8741억원에서 지난 7월 210조6027억원으로 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과 재건축 아파트 입주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4.5% 증가했다.

반면 전세대출은 지난해말 45조6920억원에서 지난 7월말 56조3518억원으로 10조6598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23.3%에 이른다. 전세대출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는 2년전 전세계약을 체결했을 때보다 현재 전셋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평균 전셋값은 3억4900만원으로 2년전보다 5000만원 이상 올랐다.


하지만 실수요 외에도 집을 사는데 전세대출이 활용되면서 전세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통 전세대출은 전세 보증금의 80%까지 받을 수 있어 투기지역에서는 주담대보다 더 많은 돈을 빌릴 수 있다. 예컨대 투기지역내 10억원 아파트를 살 경우 주담대는 40%인 4억원만 가능하지만 전세대출은 전세가율 약 60%를 적용하면 보증금 6억원일 때 4억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전세대출은 대개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에게 입금되기 때문에 다른 곳에 쓰기 어렵다. 하지만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로 거주하면서 여유자금으로 갭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차 계약 혹은 전입일자 기준 3개월 이내에 집주인에 대한 송금내역과 실거주 사실 등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세입자가 직접 전세대출금을 받을 수도 있다. 지인간 허위로 전세계약을 맺고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데 악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자영업자대출도 집을 사는 주요 재원 중 하나다. 5대 은행의 자영업자대출은 지난해말 202조8215억원에서 지난 7월말 214조9289억원으로 12조1074억원(6.0%) 증가했다. 은행별로 다르지만 자영업자대출 중 30~50%는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이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 중 절반이 부동산임대업자 대출이라고 하면 올해만 6조원 이상이 집을 사는데 쓰였다는 얘기다.

다른 자영업자대출도 개인이 집을 사는데 쓰일 수 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자영업자대출이 가계자금으로 유용될 가능성이 높아 ‘자금용도외 유용 사후점검기준’을 강화하고 점검을 철저히 하고 있으나 자금용도외 유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신용대출도 주택 구입에 주로 활용되는 재원이다. 은행들은 신용대출이 주택구입자금으로 쓰이는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지만 돈에 꼬리표가 없어 실제로 대출금이 어디 쓰이는지 알 도리가 없다. 특히 모바일로 손쉽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어 5대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은 올해 7월까지 4조6895억원 증가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4조3800억원의 대출 실적을 거뒀는데 이들의 주된 상품은 신용대출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은 집 살 때 부족한 주담대를 메우는데 주로 쓰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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