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할인분양 실시해도… "지방 아파트, 안 팔려요"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신희은 기자, 박치현 기자, 송선옥 기자 | 2018.08.28 05:00

[불 꺼진 지방 아파트](종합)

편집자주 | 불 꺼진 지방 아파트가 늘고 있다. 공급은 늘었는데 수요가 없다. 지역산업 쇠퇴, 일자리 및 인구감소 등은 부동산시장 침체에 가속도를 붙인다. 정부의 부동산·금융규제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하면서 서울로만 수요가 몰리는 것도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 지방 부동산시장 상황을 살펴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최대 25% 할인분양' 침체 늪 빠진 지방 부동산



[불 꺼진 지방 아파트]공급과잉·산업침체·인구감소 3중고…"정부 대책 시급" 지적

#지난해 9월 입주한 경남 거제시 거제면 'O아파트'는 완공된지 1년이 다됐지만 전체 783가구 중 200여가구는 여전히 비어있다. 경기불황과 부동산 침체 등으로 입주때까지 팔리지 않고 남은 악성 미분양이다. 현재 이 아파트는 2000만원 할인분양이 진행 중이다. 계약금 1000만원만 내면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잔금 30%는 2년간 무이자로 유예한다는 파격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거제시 덕포동 'D아파트' 역시 입주 1년이 지났지만 518가구 중 절반인 240여가구가 빈집이다. 창원시 진해구 'C아파트'도 100여가구가 준공후 미분양으로 남았다. 두 곳 모두 분양가보다 최대 25% 저렴한 가격으로 할인분양을 실시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가 심각하다. 새 아파트를 지어도 팔리지 않고 미분양만 쌓여간다. 거래는 막히고 매매가도 수개월째 하락세가 이어진다. 거제나 군산 등 침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할인분양을 실시하거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이 거래되기도 한다. 각종 규제에도 연일 집값이 오르고 있는 서울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5.62%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25%)의 2배가 넘는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금융규제로 '똘똘한 한 채' 현상이 심화하면서 지방의 수요까지 몰렸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강북권 균형발전'과 최근 보류된 '여의도·용산 개발' 계획도 지역 양극화를 부추겼다.

반면 기타지방(광역시 제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6년11월 이후 지난달까지 21개월 연속 하락세다. 특히 거제시의 아파트 값은 올해 6.42% 하락해 전국 시·군·구 가운데 하락폭이 가장 컸고 창원과 군산도 올해 각각 5.23%, 3.31% 떨어졌다.

미분양도 늘어나는 추세다. 올 6월말 기준 지방 미분양은 5만2542가구로 지난해 6월(4만2758가구)보다 22.9% 늘었다. 지방 14개 시·도 중 10개 시·도에서 미분양이 증가했다. 재고아파트 값은 떨어지고 새 아파트는 팔리지 않는 총체적인 침체가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지방 부동산 침체는 공급과잉과 지역산업 위축, 인구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조선업 불황 등으로 일자리와 인구가 감소하는데 공급은 늘어나니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방은 혁신도시 조성과 수도권 부동산 침체로 인한 풍선효과 등의 영향으로 2008년부터 공급이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기타지방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14만3769가구로 전년대비 23.7% 증가했고, 올 상반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4.1% 많은 8만9141가구가 완공됐다.

공급은 늘었지만 이를 감당할 수요는 줄고 있다. 특히 거제, 창원, 군산 등 지역산업이 침체된 곳은 더 심각하다.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소득감소, 소비심리 위축, 주택경기 침체 등 연쇄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최영상 주택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자리 감소는 결국 인구감소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지방도시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실장은 "실수요자라면 대출이 막혀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들은 수급이 안정될 수 있도록 주택 인허가 물량을 줄이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사무엘 기자



거래 막히고 미분양 늘고…울고 싶은 '부울경'



[불 꺼진 지방 아파트]부산·울산·경남 상반기 거래급감 1~3위…하반기 전망 더 어두워

“새 집 분양받아 이사 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지금 사는 집이 팔리질 않아요.”

부산 남구에 사는 40대 김모씨는 요즘 하루가 멀다하고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를 찾는다. 집을 내놓은 지 6개월이 돼 가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내년 입주할 아파트의 잔금을 무사히 치르고 이사하려면 아직 시간 여유가 좀 있지만, 갈수록 집이 안 팔릴 것 같아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새 아파트가 워낙 많이 지어지는 데다 지방이 침체다, 침체다 하니까 기존 아파트는 사람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 같다”며 “서울 집값 오른다고 나라에서 부동산 시장을 너무 강하게 규제하는 바람에 지방은 꽁꽁 얼어붙었다”고 한숨쉬었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지방 주택시장의 거래침체로 이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역경제를 먹여 살리는 조선업마저 무너진 울산과 부산, 경남 지역은 기존 주택은 물론 신축 아파트, 청약시장까지 싸늘하게 식었다.

부산, 울산, 경남은 올 들어 전국에서 거래절벽이 가장 심각한 지역 1~3위에 올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울산의 주택 매매량은 613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2.2% 급감했다. 같은 기간 부산은 2만7543건으로 30.2% 줄었고 경남은 1만9500건으로 25.1% 감소했다. 이 기간 동안 서울의 주택 매매량이 1.9%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가 극명하다.

한때 투기수요가 집중되며 과열 양상을 보여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던 부산은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부산 진구는 기존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집값이 수천만원 일제히 하락하면서 전국 조정대상지역 가운데 처음으로 국토부에 지정 해제를 요청했다.

진구 소재 부동산 중개업자는 “서울 강남 부럽지 않게 오른 해운대구 아파트들도 올 들어 수천만원씩 떨어졌는데 다른 구는 더하지 않겠냐”며 “매물을 보러 오는 발길이 뚝 끊겨 집을 팔고 갈아타야 하는 실수요자들도 발이 묶였다”고 말했다.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도 늘고 있다. 경남 지역에는 올 8~10월에만 4289가구가 신규 공급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한 물량보다 1000가구 많은 것으로 미분양 적체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같은 기간 부산에도 지난해보다 3000가구 늘어난 9309가구가 쏟아진다.

하반기 전망은 더 어둡다.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없고, 올 4월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로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세부담이 커지면서 주택수요가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원은 “정부 규제가 다주택자에 집중되면서 이들이 지방 보유 주택을 먼저 처분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금리인상까지 현실화하면 지방 시장은 갈수록 더 안 좋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희은 기자



"집 안팔려 워쩐대유…" 충청 악성 미분양 최다 불명예



[불 꺼진 지방 아파트]충북·충남 준공후 미분양 4456가구…할인분양 재등장 우려

충청 지역이 아파트를 다 짓고도 주인을 찾지못한 '준공후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면서 수년 전 빈번했던 '할인분양'이 다시 등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충남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는 3192가구로 집계돼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충북(1264가구)까지 합치면 전체 준공 후 미분양 가구수(1만3348가구)의 33%가 충청도 차지다.

부동산 시장에서 준공후 미분양은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며, 일반 미분양보다 해소가 더디다. 입주자가 적어 주변 상권·인프라 개발이 늦고, 집값도 분양가를 넘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3년간 입주물량이 크게 늘면서 미분양이 급증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16~2018년 충남에만 7만 가구가 입주했다. 충북은 그보다 적은 3만6000여 가구 입주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2만 가구가 넘는 입주물량이 대기중이다.

같은 기간 공사완료 후 미분양은 충남이 452가구에서 3192가구로 7배, 충북은 231가구에서 1264가구로 5배가량 늘었다.

미분양 문제가 심화되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충청도 공공주택을 할부 분양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오는 12월 입주예정인 충북혁신도시 B2블록의 잔여 900가구를 모집하면서, 입주자가 5년 무이자 할부로 중도금을 납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할부금을 일시에 납부할 경우 '선납할인'이 적용되기 때문에 분양가를 낮춰 공급하는 '할인분양'과 비슷하다.

민간에선 2012년 충북 청주시 신영지웰시티1차가 장기 미분양 가구를 최대 30%까지 할인 판매했고, 비슷한 시기 충남 당진군 당진원당이안도 분양가를 25% 낮춰 팔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충청 등 지방 분양시장이 꺾인 것도 비교적 최근에 벌어진 일"이라며 "준공 후 미분양이 더 심각해지면 할인 판매를 고려하는 시행사가 늘 것"이라 말했다.

박치현 기자



올림픽·KTX 재료 소진...강원도 부동산 '찬바람'



[불 꺼진 지방 아파트]올 3월 미분양 주택 5215가구 '8년새 최고'… 마이너스 피에 분양시장도 '썰렁'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강원도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동계올림픽, KTX(고속철도) 경강선 개통 등 호재가 사라진데다 공급 피로감이 시장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27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원도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2014년 1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15분기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지만, 지난해 4분기(-0.02%) 마이너스 전환 후 올 1분기와 2분기 각각 -0.02%, -0.11%를 기록했다.

강원도는 아파트 매매가는 2016년 한 해에만 평균 0.51% 상승하고 2017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도 0.36% 올랐던 터라 시장 냉각에 따른 충격이 더 크다.

입주 예정 단지에서는 분양가보다 가격이 떨어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등장했다. 원주기업도시 7블록에서 오는 12월 입주 예정인 ‘라온 프라이빗’ 전용 84㎡는 분양가보다 1500만원 낮은 매물이 1~2개 등장했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300만~500만원인 물건도 10여개 정도 나왔다. 라온 프라이빗은 2016년 청약 당시 평균 경쟁률 2.57대 1을 기록하며 전 주택형 순위 내 청약 마감이 이뤄졌던 단지다.

인근 소재 공인중개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했던 분들이 대출 규제 때문에 급매를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약시장도 찬 바람이 분다. 대한토지신탁이 시행하고 한신공영이 시공해 강원도 고성군에 이달 분양한 ‘고성천진 한신더휴 오션 프레스티지’는 동해 바다와 설악산 전망이 가능하고 브랜드 아파트, 중도금 전액 무이자 혜택 등에도 불구하고 총 479가구 모집에 228건만이 신청했다. 동해역 KTX 개통 수혜로 인기몰이를 했던 동해에서 지난 1월 분양한 ‘e편한세상 동해’도 637가구 모집에 249건만 접수됐다.

이에 미분양도 계속 쌓이는 추세다. 6월말 현재 강원지역의 미분양 주택은 총 4729가구(국토교통부 통계누리)로 전월에 비해 154가구 줄었지만 지난해 말 2816가구에 비하면 67.9%(1913가구)나 늘었다. 강원도 미분양은 올 1월 2693가구를 기록한 이후 2월 4636가구로 급증한 뒤 3월에는 8년만에 최고치인 5215가구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는 2019년 9232가구가 신규분양을 앞두고 있어 미분양 문제는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원도 집값을 끌어올렸던 이슈들이 마무리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송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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