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힘잃은 보편요금제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 2018.08.28 04:00
지난주 LG유플러스를 마지막으로 이동통신3사가 신규 요금제 개편을 마무리지었다. 가격을 내리고 데이터량은 늘려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인다는 게 골자다. 새 요금제를 잘만 활용하면 같은 가격에 많게는 5GB 넘는 데이터를 추가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통사는 최저가 요금제도 재정비했다. 월정액 3만원대에 이통사별로 1~1.3GB(기가바이트)를 제공한다. 여기에 선택약정할인을 받으면 요금은 2만4000원대로 낮아져 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 수준에 부합한다. 보편요금제는 지난해 말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중 하나로 꺼내들었다.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에 음성전화 200분과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통사 신규 요금제는 보편요금제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사업자간 자율 경쟁이 더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실제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 ‘T플랜 스몰’에 가입하면 선택약정할인시 2만4750원에 음성전화를 무제한 쓸 수 있다. 데이터는 1.2GB를 받는다. 사실상 정부가 제시한 보편요금제 요금과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혜택은 더 좋다.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이통사들의 자율 경쟁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은 위헌 소지가 있고, 경영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가 나왔는데 굳이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를 내걸며 이통사를 규제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보편요금제 법안에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2년마다 최저구간 요금제의 가격과 데이터량을 결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편요금제를 포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돼 법안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여당 내에서도 입법을 두고 의견이 갈려 논의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의 요금제 개편으로 규제 명분은 흐려졌고, 포퓰리즘에 떠밀려 민간 경쟁에 정부가 개입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현실은 명확해졌다.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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