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OO 드세요"…술집서 한가지 양주만 권한 이유

머니투데이 백광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  | 2018.08.29 05:20

[the L] 12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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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스키를 주로 판매하는 주류 판매업자인 A사는 197개 유흥소매업소의 소위 키맨(Keyman, 유흥 소매업소에서 근무하면서 해당 업소와 소비자의 주류 선택 및 구매에 영향력을 행사는 실무자로 주로 대표, 지배인, 매니저, 실장, 마담 중에서 지정됨)에게 해당 업소에서 경쟁사 제품 취급을 줄이고 자사 제품을 일정 수량 이상 구매할 것을 약정하며 평균 5,000만 원, 1회당 최대 3억 원까지 288회에 걸쳐 총 148억 532만 원의 현금을 제공하였다.

이처럼 A사가 유흥 소매업소를 대상으로 현금 지원을 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할까.

◇ 정상적 거래관행에 비춰 부당하거나 과대 이익 제공한 경우…부당 고객유인행위에 해당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3호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유인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 또는 제공할 것을 제의하여, △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함으로써, △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정상적인 거래관행이란 원칙적으로 해당업계의 통상적인 거래관행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서는 바람직한 경쟁질서에 부합하는 관행을 의미하기도 하며, 현실의 거래관행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부당한 이익에 해당하는지는 관련 법령에 의해 금지되거나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은 이익인지 여부로 판단하고, 과대한 이익에 해당하는지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지 여부로 판단한다.

부당한 이익의 제공이 경쟁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고객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며, 공정거래 저해성이란 불공정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경쟁수단 또는 거래내용이 정당하지 않으면 불공정한 행위로서 공정거래 저해성이 있다고 본다.

◇ 공정위…A사의 행위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

공정위는 경쟁사 제품 취급 제한 등을 조건으로 유흥업소에 현금 등을 제공한 A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3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A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2억 원을 부과했다.

즉, 정상적인 거래질서 하에서 A사는 판매량 증진을 위해 사전적으로 거래상대방에게 자기 제품의 판매량 증가분에 따라 정액·정률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약정하고 사후 정산을 통해 해당 금액을 지급하는 등의 가격할인적 요소를 지닌 판매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단계 의사결정권자인 키맨에게 경쟁사 제품의 판매를 축소하거나 취급하지 아니하는 조건으로, 사실상 판매량과 무관한 정액의 현금을 제품에 대한 최종 소비자의 구매 의사 결정전에 사전적으로 지급한 것은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키맨 입장에서는 소비자 권유 등의 방법으로 A사 제품 판매를 촉진하는데 따르는 비용은 거의 없는 반면, 키맨이 경쟁사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하여 소비자의 유흥 소매업소 변경 가능성은 크지 않으므로 A사의 이익제공으로 키맨이 소비자로 하여금 A사 제품을 구매하도록 유인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판단했다.

더욱이 A사이 현금지원 조건으로 경쟁사 판촉행사 하지 않을 것, 경쟁사 제품을 메뉴에서 제외할 것 등을 구체적으로 약정하거나 고지한 것은 단순히 A사의 제품 판매량을 증대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경쟁사업자를 배제하고 A사의 제품을 우선 취급하도록 하기 위한 의도 하에서 이루어 진 것으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 음성적 자금 지원 등 불공정한 경쟁수단 사용해 소비자 선택권 제한하는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되길

국세청 고시인 ‘주류 거래 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 제2조는 주류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주류공급과 관련하여 장려금 또는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금품 및 주류 제공또는 외상매출금을 경감함으로써 무자료 거래를 조장하거나 주류거래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 및 주류판매점 종업원 등에게 병마개 회수대가로 금전을 지급하거나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양주를 포함한 주류는 주세법령에 따라 용도별로 가정용, 유흥음식점용, 주세면세용으로 판매되는데, 특히 그 자리에서 주류를 소비할 수 없는 매장(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 등)에서의 판매량이 많은 맥주, 소주, 막걸리 등과 달리 양주는 유흥 소매업소를 통한 판매비중이 위스키의 경우 80~90%에 이르기 때문에 유흥 소매업소에 대한 주류판매업자의 유통망 관리능력이 중요하다.

결국 최종 고객에게 제품을 권유할 수 있는 중간 단계 고객, 즉 키맨이 최종 고객의 선택을 대신하거나 왜곡시키도록 사회 통념에 비해 과다한 금액을 음성으로 제공하여 고객을 유인하는 것은 가격이나 품질, 서비스 우수성에 근거한 공정한 경쟁수단이 아닌 음성적 자금지원 등 불공정한 경쟁수단을 사용한 것으로 궁극적으로 최종 고객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불공정한 거래행위라고 할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공정거래분야 전문가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복잡다단한 공정거래 관련 이슈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심의회 위원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공정거래법 실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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