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손풍기…'전자파 밀림'서 숨 못쉬는 미래 새싹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8.08.27 04:00

[u클린 2018 ⑤]전자파에 더 취약한 어린이·청소년

편집자주 | 머니투데이가 건전한 디지털 문화 정착을 위해 u클린 캠페인을 펼친 지 14년째를 맞았다. 인공지능(AI), 로봇기술, 빅데이터가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은 일상 생활 영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급진전되고 있는 기술 진화는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만만치 않은 부작용들이 우려되고 있다. 가령, VR(가상현실),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시대 해킹 사고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나 정보 양극화, 가짜 뉴스 범람 등도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올해 u클린 캠페인은 4차산업혁명 시대 올바른 윤리 문화를 집중 조명한다.

#엄청난 폭염이 덮친 이번 여름, 이동 중에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휴대용 손선풍기가 빅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 손선풍기에서 고압 송전선로 아래를 지나는 것보다 더 강력한 전자파가 배출된다는 환경보건시민단체의 조사보고서가 발표돼 충격을 안겨줬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시판 중인 손선풍기 13개 제품을 직접 측정한 결과 12개 제품의 평균 전자파 세기가 647mG(밀리가우스)에 달했다는 주장이다. 4개 제품에선 인체보호기준(833mG)을 초과한 전자파가 나왔고 바람개비가 있는 일부 손선풍기에서 많게는 1020mG까지 측정됐다는 것. 이는 고압선 밑에서 측정되는 수치(평균 15mG)보다 68배 높은 수치다.

적지 않은 시민이 외출할 때마다 손선풍기를 사용했고 제품 특성상 최대한 얼굴에 가깝게 써왔는데 전자파가 많이 나왔다는 사실에 사용자들이 크게 불안해한다. 손선풍기 전자파 방출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가중되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손선풍기 전자파 실태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휴대용 손선풍기는 배터리를 사용하는 직류전원 제품으로 교류 전원주파수가 발생하는 전기제품에 적용하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833mG)을 적용해 비교하는 건 곤란하다”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꺼림칙하다는 반응이다. .

◇‘새로운 공해’전자파와 무방비 도시=실제 유해성 여부와 상관없이 손선풍기는 수면 아래 있던 ‘전자파 유해성’ 논란에 다시 불을 당겼다. TV와 컴퓨터, 휴대전화기, 전기차, 전자 레인지 등 우리 생활에 아주 밀접한 대부분의 전기·전자장치, 통신설비는 전자파를 방출한다. 특히 사람이 늘 휴대하고 다니는 휴대전화 단말기의 유해성 논란이 전세계적으로 일면서 각국에서는 휴대폰 전자파에 대한 규제를 시행해왔다. 내년에 이동통신 환경이 4세대(4G) LTE 이동통신에서 5G(5세대 이동통신)로 바뀌면서 전자파 노출 환경도 계속 바뀔 전망이다. 사물인터넷(IoT), 스마트시티 등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이제 도시는 거대한 ‘전자파 숲’을 이뤘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우리나라도 전자파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최근 전국 영유아·어린이 시설뿐만 수도권 지하철, 역사 등에 설치된 와이파이(무선랜)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측정, 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하철 승강장과 터널 구간에서 근거리 무선랜과 4세대(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 등을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지만 이 같은 전자파 강도 측정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다행히 수도권 지하철 내 전자파는 국내외 인체보호기준 1% 수준으로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집 등 영·유아 시설을 대상으로 한 전자파 조사 역시 이뤄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국립전파연구원측은 “현대인들은 전자파를 이미 새로운 공해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전자파를 일으키는 디지털기기가 우리 생활주변에 홍수처럼 쏟아져, 모든 제품의 전자파를 일일이 측정·관리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어린이·청소년 전자파 노출 취약=스마트폰·태블릿·스마트워치 등 무선 디지털제품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무엇보다 사용 연령이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유아동(만3∼9세) 중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19.1%로 나타났다. 유아동 5명 중 1명이 위험군에 속한다는 얘기다. 만10~19세 청소년 중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은 30.3%로 더 심했다.

보건·첨단과학 학계에선 이동전화 전자파가 사람들에게 정신적 장애 및 질환를 야기한다는 연구보고서가 잇따른다. 가령 지난달 스위스 열대 및 공중보건연구소(TPH) 역학·공중보건부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UC버클리)전자·컴퓨터과학과, 벨기에 반도체 연구소 IMEC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휴대전화 사용 시 나오는 ‘무선주파수 전자기장’(RF-EMF)에 자주 노출될 경우 기억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 청소년들의 언어·도형 기억력을 측정한 뒤 1년 후 다시 기억력 테스트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전자파 노출과 뇌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을 분석하기 위해 조사 대상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1년간 사용한 통화시간 자료를 통신사들로부터 제공 받았다.

연구팀이 이들 청소년을 대상으로 1년 뒤 기억력을 재측정한 결과, 하루 12~17분 이상 통화를 하는 청소년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기억력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과다 사용은 인지 능력 저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 증거”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은 성인보다 체내 수분 함량이 성인보다 많아 전자파 흡수율이 높다. 따라서 휴대전화 전자파가 어린이·청소년의 성장 및 발달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러 곳에서 제기돼 왔다. 미국 소아과학회는 몸무게 20kg 안팎의 어린이와 90kg대의 성인을 비교할 때 뇌 속으로 뚫고 들어가는 전자파 양이 약 2배 가량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어린이는 귓바퀴와 두개골 두께 등이 성인보다 얇아 흡수하는 전자파가 훨씬 더 많다는 게 학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자파 적극적인 안전조치 취해야=유해 전자파로부터 우리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사전 예방 원칙에 따라 적극적인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기술학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평소 전자파에 덜 노출되기 위한 생활습관을 익혀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전자기기 사용을 자제하거나 사용시간을 줄이고, 최대한 멀리 두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가령 이어폰 등의 핸즈프리 제품을 이용해 휴대폰을 몸으로부터 최대한 떨어뜨려 사용하는 것이다. 진흥원 관계자는 “전자파는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 감소한다”며 “대부분 생활가전제품을 30cm 가량 떨어뜨려 사용하면 밀착해 쓸 때보다 전자파가 10분 1로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TV는 최소 1.5m, 노트북 모니터는 30cm 이상 거리를 유지하면 어느 정도는 전자파 노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흥원 측은 “우리는 전자파 없이 살 수 없지만 전자파에 지나치게 많이 노출됐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어 사전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