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의 종말'도 이겨낸 '타깃 효과'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배소진 기자 | 2018.08.23 15:40

아마존 공세에도 13년 만에 최대 매출 성장…"아마존에 대항하는 길 제시"

/AFPBBNews=뉴스1
미국 인터넷 은어 중에 '타깃(Target) 효과'라는 말이 있다. 미 대형 할인점 '타깃'에 일단 들어가면 과소비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타깃에 껌 사러 갔다가 TV를 샀다"는 등의 SNS(소셜네트워크) 후기가 단적인 사례이다. '소매업 종말론'이 제기되는 아마존 시대이지만 타깃만큼은 예봉을 피해 가는 듯하다.

이는 타깃의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22일(현지시간) 타깃의 2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9% 오른 178억달러(약 20조원)로 성장률이 13년 만에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7억9900만달러(9000억원)로 19% 급증했다. 온라인 매출은 41% 늘었고, 오프라인 매장 매출도 4.9% 증가했다.

지난해 2월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3년간 70억달러(7조8600억원)를 매장 개보수, 독점 브랜드 확보, 제품 할인 등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JC페니, 토이저러스 등 굴지의 유통업체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폐점하는 와중에 오프라인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겠다는 타깃의 전략에 반신반의했고, 발표 직후 타깃 주가는 12%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가 타깃의 새로운 온·오프라인 전략이 주효했음을 증명한다고 말한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는 "타깃의 전례없는 실적은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 아마존에 대항하는 길을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미국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나는 등 거시경제 상황이 우호적이긴 했지만 타깃은 월마트, 메이시스 등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소매업체 중에서도 월등히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온·오프라인 동반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현재 미국 내 타깃 점포는 1800여개로 미국인의 80%가 16㎞ 내 '타세권'(타깃+역세권)에 거주한다.

타깃의 오프라인 성공비결 중 하나는 저가 제품이다. 타깃은 30% 이상 세일하는 상품에 노란 딱지를 붙이고 맥락 없이 진열한다. 고객들이 최대한 매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보물 찾아내듯 할인 상품을 발견하라는 것이다. 또 계산대 앞에는 1달러~5달러짜리 초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불스아이 놀이터'(bulls-eye's playground)를 마련해 장신구, 머그컵, 장난감 등 꼭 필요하진 않지만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디자인으로 매장을 떠나려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저가 제품=저품질이라는 인식도 깼다. 타깃은 자체브랜드(PB)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저가에 판매한다. 올해만 해도 타깃의 첫 전자제품 브랜드인 '헤이데이'부터 인테리어용품 브랜드 '메이드바이디자인', 의류 브랜드 '와일드 페이블'과 '오리지널 유즈' 등 다양한 PB를 선보였다.


고급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도 인기다. 평균 40달러가 넘는 고급 물병 브랜드 스웰과 협업한 제품 가격은 절반 수준인 15달러~25달러이다. 영국 유명 가수 출신인 패션사업가 빅토리아 베컴과 출시한 '빅토리아 타깃' 라인의 17달러짜리 원피스는 이방카 트럼프가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경험도 강화했다. 스타벅스, 피자헛, 약국 등 사람들의 방문 빈도가 높은 매장을 입구에 배치해 잠깐 커피 마시러 들어온 사람들 발길을 붙잡았다. 매장 안쪽에서도 판매 부문별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카고 매장의 주류 코너에는 바가 마련돼 있어 즉석에서 맥주나 와인을 마실 수 있다. 화장품 코너에서는 뷰티컨설턴트가 무료로 화장을 해주고, 식품 코너에서는 엄마 손잡고 온 아이들에게 무료로 과자를 나눠준다.

대신 신규 점포는 더 작아지고 있다. 타깃은 지난해부터 뉴욕 등 대도시와 캠퍼스 인근에 소형 매장을 연 30여 개씩 출점하고 있다. 대형 매장에 비하면 상품 가격이 다소 높지만 평당 매출액과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판매효율은 2배 높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4. 4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
  5. 5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